[분석] 이성구 제주에공 사장 임명 강행…원 지사 설명 들어보니
“도의회 적격 여부없고 장기공백 우려”…향후 인사청문회 무용론 불거지나

각종 의혹 제기와 논란 속에도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이성구(65) 제주에너지공사 사장 내정자를 제2대 사장으로 임명했다. 원희룡 지사는 이성구 내정자를 임명하게 된 이유에 대해 직접 설명했지만 명확히 해소가 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기존에 제시한 기준과도 차이점을 보이면서 향후 다른 공공기관장 인사청문회 과정이 통과의례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마디로 인사청문회 무용론에 불을 지피게 된 셈이 됐다.

제주도의회 부정적으로 판단했음에도 원희룡 지사는 임명 강행 

▲ 지난 27일 제주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답변하는 이성구 제주에너지공사 사장 내정자
제주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가 이성구 내정자가 에너지산업에 있어서 환경·경관영향평가가 불필요하다는 인식에 대해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게다가 공직자 신분으로서 정치후원금을 내고 농지를 공시가보다 싼 값에 신고해 탈세의혹까지도 있다. 더욱이 잔디 농사를 지으면서 농지법 위반 의혹가지 있다. 더구나 공직자로 재직 당시 풍력사업 자격이 없는 사기업에 컨설팅까지 해주고 직접 서류를 작성해 접수까지 하는 등 공직자로서의 처신에도 문제가 드러났다.

그러면서 농수축위는 인사청문회 심사경과 보고서에서 ‘적격’·‘부적격’은 명시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희룡 지사는 이성구 내정자를 제2대 제주에너지공사 사장으로 임명했다.

▲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29일 오후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이성구 제주에너지공사 사장 내정자에 대한 임명을 발표하고 있다.
원희룡 지사는 29일 오후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이성구 내정자에 대한 사장 임명을 직접 발표했다. 논란은 있지만 이해를 구하기 위해 직접 나선 것이다.

원 지사는 이 내정자를 사장으로 임명하게 된 이유에 대해 “인사청문 요청안 심사경과 보고서에서는 예정자(내정자)에 대한 적격·부적격 의견이 명시되지 않았다”면서 “예정자의 풍력에너지 산업에 대한 열정과 사장의 장시간 공백에 따른 에너지공사의 업무연속성 차질 우려 등을 감안해 임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원 지사는 또 “심사경과 보고서를 비롯해 시민단체 등이 제기한 문제점을 유념해 제주에너지공사가 청정자원 개발과정에서 공공성을 훼손하거나 친환경적 울타리를 벗어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방침”이라며 이 내정자가 갖는 견해에 대한 보완장치를 걸어 놨다.

그는 그러면서 “환경·경관영향평가에 대해 제도에 대해 근본적으로 반대하지만 행동으로 취할 생각은 없다. 엔지니어 출신 특유의 정무적인 관심에 대한 무관심에 의한 것”이라고 대신 해명했다.

그는 또 “지금 시점에서 재논의 절차 밟으면 해를 넘긴다. 절차를 새로 밟는 것 도내 에너지 정책을 다루는 과정에서 문제가 된다. 지사의 의지를 담아 결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 지사는 특히 이 내정자에 대한 전문성 확보와 객관적인 평가로 임기 중 진퇴를 결정하겠다는 방안도 내놨다.

그는 “공공기관장의 업무수행을 객관적으로 엄격하게 중간평가하고 책임을 물을 계획”이라며 “인사청문회에서 여러 가지 우려가 제기된 이성구 사장의 경우 업무수행과정에서 실제로 업무능력에 의문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언제든지 진퇴의 책임을 묻기로 했다”고 일종의 단서 조항도 제시했다.

그는 또 “이 사장 자신도 이러한 점을 인식하고 성실한 업무로 만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며 “언제든지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그는 그러면서 “전문성이 부족하거나 실전이 많지 않은 점에 대해 너무 아프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원 지사는 농지법 논란에 대해 “위법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정치후원금 10만원 부분도 문제 자체를 따져봐야겠지만 6개월로 공소시효가 끝난 것”이라고 말했다.

원칙은 원칙일 뿐, 핑계없는 무덤 없다…스스로 원칙 뒤집어 버려

결국 원 지사는 이 내정자를 임명하게 된 배경에 제주도의회 핑계(?)와 장기공백 사태를 들었다. 또 직무수행도중 객관적인 평가에서 미흡하다고 판단 될 경우 ‘직위 사퇴’라는 보험으로 전문성 문제를 해결했다.

이 내정자 임명에 농수축위가 제시한 청문결과 보고서에서 ‘적격’·‘부적격’을 표기하지 않고 원 지사의 판단에 맡기겠다는 점은 빌미가 됐다.

만일 농수축위가 ‘적격’·‘부적격’ 의견을 제시했다면 임명에 상당한 부담을 느꼈을 것이다. 따라서 농수축위가 이 내정자 임명에 결정적으로 물꼬를 터줬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실제로 지난 28일 새정치민주연합 제주도당은 논평에서 “농수축위는 판단을 유보한 채 원희룡 지사에게 판단을 맡겼다”며 “인사청문회의 취지와 도의회의 역할을 생각한다면 아쉬울 뿐”이라고 성토했다.

원 지사는 장기공백사태 우려도 임명에 따른 이유로 제시한 것도 두고두고 문제가 될 수 있다.

차우진 초대 사장이 재신임을 얻지 못하면서 지난 9월11일 사퇴했다. 이후 인사청문회까지 한 달 보름여가 지났다. 만약 이 내정자가 탈락하고 재 공모가 이뤄진다면 이르면 12월 초순에 임명이 가능하다. 내년까지 간다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특히 장기공백사태는 이미 에너지공사보다는 제주시장이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장기공백을 우려한다는 것은 너무 앞서가는 인식으로 비춰질 수 있다. 게다가 앞으로 다른 공공기관장 인사청문회도 형식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는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

한마디로 45만 제주시민의 대표를 임명하는 자리는 장기공백이라도 괜찮고, 에너지사업을 관장하는 공공기관장의 장기간 공백은 안 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원 지사는 전문성에 대해서는 스스로의 원칙을 뒤집어 버렸다.

원 지사는 업무추진에 대한 열정이 크다며 차차 다져갈 수 있을 것이라는 말로 대신했다. 기존 공공기관장 재신임 때와는 다른 모습이다. 게다가 일종의 단서조항을 달면서 이 문제를 넘어가려 했다.

당초 도는 기존 공공기관장 재신임을 물을 당시 “해당분야의 전문성과 경력, 능력 유무의 검증을 통해 재신임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성 있는 인사를 발탁한다는 것이 원 지사의 생각이었지만 결국 전문성과는 거리가 먼 인사가 임명됐다. 더욱이 중간 평가를 통해 진퇴를 묻겠다는 것도 형식적인 단서 조항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이 같은 논란이 제기되는 것은 향후 공공기관장 인사청문회 결과에 대해 원 지사가 어떠한 결론을 내릴지 더욱 주목되는 이유다. / 제주도민일보 김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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