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의 업무연속성 차질 우려 임명”…야당·시민단체 반발 예상
환경인식 부족에 도덕·청렴·전문성 지적 고려 안 해…스스로 방침 뒤집어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이성구 제주에너지공사 사장 내정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했다. 제주도의회의 사실상 부적격 판정과 야당과 시민단체의 임명 취소 촉구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인 것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29일 오후 3시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이성구 사장 내정자 임명과 관련해 긴급 기자회견을 자처해 이 내정자를 제2대 제주에너지공사 사장으로 임명했다.

원 지사는 임명 이유에 대해 “청문심사보고서에 적격, 부적격 의견이 명시되지 않았다”며 ”예정자의 풍력에너지 산업에 대한 열정과 사장의 장시간 공백에 따른 에너지공사의 업무연속성 차질우려 등을 감안해 임명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주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는 이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환경에 대한 인식은 물론 도덕성, 청렴성, 전문성에 각종 의문을 제기하며 사실상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농수축위는 “내정자는 청정에너지사업에 한해 환경영향평가와 경관심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는 제주 미래 세대를 위해 필요한 제도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환경보전을 우선시하는 원희룡 도정 철학과도 맞지 않는 부적절한 발언으로 제주에너지공사 사장으로 직무수행이 가능할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농수축위는 또 “풍력발전사업의 장점만을 이야기하고 소음, 주파수, 그림자로 인한 주변 농가 피해 등 풍력발전 운용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현재 1MW 당 전력판매금을 5억 원으로 추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4년 후 제주에너지공사 사업상 이익을 300억 원으로 산정했다. 이는 매년 영업이익이 37.5%를 달성해야 하는 수치로 구체적인 근거가 없다”고 전문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농수축위는 이어 “명예퇴직 후 영진기업(주)에 상임고문으로 재직하면서부터 해당 기업의 관급공사 수주가 6억여 원에 달한다. 전형적인 관피아”라며 도덕성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게다가 “공직시절 정치인에 대한 불법후원을 하고 경작을 하지 않으면서도 농지원부를 등재했다. 부동산 매매과정에서 공시지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신고했다”며 청렴성에도 의문표를 달았다.

더욱이 “공무원 재직시설 자격도 없는 농업회사법인 ㈜삼무의 풍력발전사업을 신청에서 승인까지 주도적으로 수행하는 등 공직자로서 사기업 컨설팅에 적극적으로 임했다”며 공직자 윤리의식에도 매우 위험한 수준임을 강조했다.

농수축위는 “공사의 우선적 목표를 수익으로 선정하고 있다는 인식, 풍력발전사업만으로 카본프리아일랜드를 달성하려는 점, 공사 영업이익에 대한 근거없는 추정 등은 공사 설립 취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고 여겨진다”며 “제주의 자연·문화·사람의 가치를 키우는 도정 방침과 제주에너지공사 사장 예정자가 지닌 철학과 협치에 대한 재인식이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농수축위가 ‘적격’·‘부적격’이라고 명시하지 않으면서 제주도의회가 임명 강행에 힘을 실어준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제주도당은 지난 28일 성명에서 “농수축위는 판단을 유보한 채 원희룡 사에게 판단을 맡겼다”며 “지난 제주시장 예정자 부적격 결론에 이어 잇따른 부적격 판정에 대한 정치적 부담이라는 해석마저 제기되는 실정”이라고 분석했다.

도당은 또 “인사청문회의 취지와 도의회의 역할을 생각한다면 아쉬울 뿐”이라며 “자칫 청문회가 통과의례와 정치적 타협의 장이라는 잘못된 관행으로 흐를 수도 있다는 우려 또한 떨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번 임명 강행으로 원 지사에게 스스로의 방침을 뒤집은 행위라는 비난도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제주환경운동연합, 제주참여환경연대, 제주주민자치연대는 28일 공동논평을 내고 이 내정자가 경관·환경영향평가 불필요성 발언에 “현재의 풍력발전이 대기업 위주의 개발사업으로 변질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내정자의 소신대로라면 친환경에너지이자 지속가능한 재생에너지의 상징인 풍력발전은 제주의 자연환경을 파괴하는 난개발사업으로 전락해 버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번 청문회로 이 내정자가 제주도가 내세우는 자연환경 보전정책과 얼마나 대치되는지, 도정 핵심정책인 협치 실현을 위한 인물로 적합한지 확인됐다”며 원희룡 지사를 향해 “제주도 에너지자립과 다양한 재생가능에너지의 연구와 보급 확대라는 시대적 요구에 부합하는 인사에 나서야 한다”고 이 내정자의 임명 철회를 촉구했다. / 제주도민일보 김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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