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제학력갖추기평가 고? 스톱? ‘갑론을박(甲論乙駁)’…④
단 하나의 목적은 ‘아이들의 행복’…문제의 해법은 ‘일선 교사’

내년부터 ‘제학력갖추기평가’ 표집집단이 3%로 축소된다. 성적에 얽매인 아이들을 풀어주고 잠재적인 소질을 발현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이석문 교육행정의 설명이다. 하지만 입시문화 속에서 학력 하향평준화를 가져오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전임 양성언 교육행정에서는 강행에 따른 논란이 있었다. 여전히 ‘제학력평가’에 대한 문제는 풀리지 않는 숙제가 되고 있다. 이석문 교육행정이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제학력평가’ 축소가 과연 제주교육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이에 <제주도민일보>는 이석문 교육행정이 추진하는 ‘제학력평가’ 축소가 타당한지, 아니면 여전히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해 각계의 의견을 들어보고 이를 진단해보자 한다. [편집자주]

찬반이 명확히 구분되는 제주도교육청의 제학력평가 축소 방침. 그러나 양성언 교육행정이나 이석문 교육행정, 그리고 교사, 학부모, 도의원 모두 바라는 목적은 단 하나 ‘아이들의 행복’이다.

저마다 행복의 잣대는 다를 수 있지만 이제 그만 어른들의 ‘샅바싸움’을 멈추고 교육청, 전문가, 교사, 학부모가 모두 머리를 맞대어 아이들을 위한 정책이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강봉수 제주대 교수는 일부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성적을 알 권리’를 강조하며 제학력평가 시행을 주장하는 것을 놓고 “학부모 중심적인 생각”이라고 꼬집었다.

강 교수는 “제주도는 다른 지역에 비해 고입이 상당히 치열하다보니 우리 아이가 과연 인문계 고교에 들어 갈 수 있는 성적인지 알고 싶은 것”이라며 “학부모가 판단하기 위한 잣대를 만들기 위해 실시하는 학력평가가 대다수의 아이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아이의 성적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바로 교사”라며 “정기적인 평가가 전혀 없지 않으므로 담임교사에게 직접 물어보면 충분히 알 수 있다”고 문제의 해법이 일선 교사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험을 보고 안 보고가 제학력을 갖추는데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상당히 뒤떨어진 관점”이라며 “제학력평가라는 이름 뒤에서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들여다봐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강 교수는 지난해 박근혜 정부가 ‘일제고사’로 불리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를 폐지키로 확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제주에서만 계속해서 제학력평가를 유지해온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했다.

그는 “일제고사는 학교를 서열화시키고 경쟁을 부추기는 등 비교육적 폐단을 갖고 있기 때문에 폐지된 것”이라면서 “교육부 방침에 따르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기본적으로 경쟁을 조장하는 시험을 자주보게 되면 늘 교육과정에 파행을 가져올 수 밖에 없다”면서 “제학력평가는 학력 미달 학생이 몇 퍼센트나 되는지를 잡아내는 수단에 불과할 뿐 실제로는 교육과정에 파행을 가져오는 시험”이라고 비판했다.

그렇다면 교육과정을 파행하지 않는 선에서 제학력평가의 본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학력평가 축소하면 그 다음은?…학력 저하 막기 위한 대안 모색 필요”
강원도교육청의 ‘상시평가제’ 등 타 시·도 방안 벤치마킹도…‘교사’ 역할 중요

지난해 교육부는 초등학교 학업성취도평가 폐지에 따른 학력 저하를 막기 위해 시·도교육청과 협력해 기초학력보장 정책을 지속적으로 확대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기초학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을 위한 교육재정이 오히려 감소했을 뿐만아니라 그나마 추진되고 있는 ‘학습종합클리닉센터’ 등 기초학력 보장 사업은 전문성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교육부에서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조치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 이에 타·시도 교육청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기초학력 향상 방안을 모색하기에 이르렀다.

최근 전남교육청은 학습클리닉센터 학습상담심리사, 두드림학교 교원, 교육지원청 담당 장학사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초학력 향상 지원 사업 담당자 워크숍을 개최했다.

이날 워크숍은 학습부진아 책임 지도를 위해 기초·기본학력 부진학생의 발생요인을 파악, 비학습적·학습적 부진 요인에 대해 지원한 사례를 발표하고 학교간 정보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이화진 박사는 학습부진 학생 교육을 위한 전략으로 ‘학습상담’, ‘학습코칭’, ‘학습치료 프로그램’ 등 각 학교별 학습클리닉 운영을 제시했다.

▲ 전남도교육청은 초등학교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전수평가 폐지에 따른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 9월24일 '기초학력 향상 지원 사업 담당자 워크숍'을 개최하기도 했다. 사진제공=전남도교육청.

강원도교육청의 경우 지난해부터 도내 초등학교에서 같은 학년이 같은 문제로 같은 시간에 시험을 보던 ‘일제고사’를 폐지하고 교육과정 중심의 ‘상시평가제’를 도입했다.

‘상시평가제’란 교사마다 학급 교육과정 운영에 맞게 평가 시기와 횟수, 방법을 자율적으로 정하고 과정 중심 수행 중심 평가를 하는 방식이다. 단답·선택형 결과 중심 평가에서 논술·서술형 과정 중심 평가로 전환한 것이다.

강원도교육청 관계자는 “교사의 지도 내용에 따라 평가 문제가 다르고 학생 하나 하나에 맞게 교과과정을 재구성할 수 있어서 학생의 수업 집중도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존(일제평가)에는 몇 문제나 맞혔는지 다른 학생 점수는 얼마나 나왔는지 확인하는 것으로 끝이었지만 상시평가 실시 후에는 수업 과정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스스로 되돌아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상시평가제의 경우 ‘등수’를 매기지 않다보니 객관적으로 능력을 잴 수 있는 척도가 없어 불안해하는 학부모들도 종종 있었다.

이에 강원도교육청 관계자는 “중요한 것은 몇 등을 했는지가 아니라 실제로 배운걸 소화했느냐는 것”이라면서 “등수에 신경쓰지 않고 즐겁게 공부한 아이들이 고등학생쯤 되면 학습능력이 훨씬 좋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일제고사로 몸살을 앓고 있는 곳은 비단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었다. 영국의 잉글랜드 역시 ‘시험을 위한 교육을 중지하라’는 교사·학생들의 요구로 인해 학력평가시험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개선책을 마련했다.

읽기 영역은 해마다 단 한 번의 시험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3년 이상의 장기적 성과를 평가하는 방식으로 고치고, 작문 영역도 일제고사 같은 외부 평가가 아니라 담임교사가 실시하는 내부 평가 방식으로 전환한 것이다.

강원도교육청이 실시하고 있는 ‘상시평가제’와 유사한 방식이다. 상시평가의 중심에는 ‘학생 개개인’이 있다. 아무래도 개개인에 대한 평가를 하다보면 교실 내에서 겉돌던 아이에게도 눈길이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교육감은 줄곧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다’며 “일괄식 평가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가 아이들의 교육을 재정립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겠다”고 약속해왔다.

결국 ‘교사’의 역할이 그동안의 찬·반 갈등의 골을 풀 수 있는 열쇠인 것이다.

아이들의 학업성취정도를 가장 가까이에서 잘 알고 그들의 성취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잘 아는 사람 또한 바로 일선에서 우리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교사들이 교육현장에서 어떻게 아이들의 배움 수준을 가늠하고, 어떻게 가르치면 더 나아질지에 대한 ‘방법 모색’에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지혜가 필요한 때다. 게다가 교사들이 더욱 더 아이들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교육환경도 조성해야 할 것이다. <끝> / 제주도민일보 안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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