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익순 전 제주4·3사업소장
어려운 노후를 보내는 노인들을 위한 기초연금이 2014년 7월부터 지급되기 시작했다. 고가회원권, 고급승용차 등을 보유하거나, 자녀명의의 고가주택에 거주하는 부유층을 제외한 65세 이상 모든 노인들에게 월 20만원까지 지급됨으로써 보편적복지시대의 서막을 알리고 있다.

이 시대의 노인들은 오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조국근대화에 헌신하여온 세대이다. 암울했던 농경시대의 궁핍한 일상에서도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 왔다. 자녀 양육과 교육에 전념하느라 노동력 있는 젊은 시절을 다 보내고, 미처 자신들의 미래는 준비하지 못했다. 기초연금은 현재의 심각한 노인빈곤문제를 해결하면서, 미래세대의 부담을 덜고, 노후에 안정된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도입된 매우 적절한 제도라 생각된다.

기초연금제도 시행으로 한동안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선택적, 보편적복지의 이분법적 논쟁은 무의미한 시대가 되었다. 흔히들 선택적복지를 주장하면 보수, 보편적복지는 진보세력이라는 바로미터가 형성되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대선을 거치면서 이 구분은 혼미하게 되었다. 아직도 선진국에 비하면 완전한 보편적복지실현은 요원하지만, 막대한 국방비를 부담해야하는 분단의 현실에서 이루어낸 복지확충 노력의 산물임에는 틀림이 없다.

생활보호법에 의하여 읍면동에서 영세민에게 직접 쌀과 부식비를 지급하던 시절을 반추하면 격세지감이다. 빈곤층은 국가에서 쌀과 부식을 지원받던 소극적 지위에서, 수급자라는 권리주체의 능동적 지위가 되었다. 복지제도는 경제발전과 궤를 함께하며 70년대 빈곤층에 대한 최소 생계보장차원에서 생산적 복지, 생애주기별복지, 보편적복지로 변천하고 있다. 복지가 일률적인 구휼차원이 아니라, 수요자에 알맞은 맞춤형복지를 실행하는 시대를 맞고 있음이다.

국가가 보호해야할 사회적 약자들은 노인 외에도 장애인, 아동, 임산부, 청소년 등 복지수요는 많고 다양하다. 이를 감당키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재원확보와 더불어 복지전달체계가 완벽해야 된다. 복지예산을 적재적소에 잘 배분하여 복지사각지대를 없애는 사회안전망이 구축되어야 한다. 사망자나 비수급자에게 복지급여를 잘 못 지급하는 것을 종종 보아 왔기 때문이다.

복지가 확충되면 수혜의 그늘에 안주하려는 역기능도 존재한다. 소득 향상으로 수급자에서 제외되는 우려를 불식시키고 자립심을 고취시켜야 한다. 저소득층의 자립은 복지행정이 추구하는 최고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문익순 전 제주4·3사업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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