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무차별 무자격가이드 단속에 피해자는 中관광객·여행사·상가

제주도 “늘려달랄 수밖에”…여행업계 “단속만 능사 아니…대안 서둘러야”

중국인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그런데 이들을 안내할 관광통역안내사(가이드)들은 절대 부족한 상황이다.

그런데 더욱 더 큰 문제는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행정당국은 단속에만 혈안이 될 뿐, 뚜렷한 대안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피해를 보는 쪽은 제주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물론, 여행사와 제주지역 상가들이다.

8일 오후 12시쯤 제주시내 모 인삼판매점 앞. 한 중국인 관광객들을 태운 관광버스 앞에 제주도자치경찰 순찰차량이 가로막은 상태에서 단속반원들이 여행사 직원, 가이드, 중국인 관광객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이들의 실랑이는 약 1시간15분가량 계속됐고 관광객들은 점심식사가 늦음은 물론 여행 일정에도 차질을 빚었다.

이들 단속반원들은 자격이 없는 무자격 가이드를 단속하는 제주도·자치경찰·관광협회 합동단속반이다. 결국 이들 단속반원은 1시간15분 동안 확인한 끝에 자격이 있음을 확인하고 돌아갔다.

지난 국경절 연휴(지난달 30일부터 이달 7일까지) 기간 동안 9만여 명(예상수치)의 중국인 관광객이 몰려왔다. 지난해에 비해 66.7%나 증가한 것이다.

중국인들은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에는 제주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 수는 189만 명에 이른다.

그런데 늘어나는 중국인 관광객 수에 비해 중국인 관광객을 안내할 가이드는 절대 부족한 상태다.

제주도와 여행업계 등에 따르면 자격을 갖춘 제주도내 가이드는 모두 612명. 이중 활동하고 있는 가이드는 390여명 밖에 안 된다. 이중 중국인 관광객을 안내하는 가이드는 250여명이다. 제주도 밖에서 유입된 가이드를 포함하면 약 600~8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제주도가 자체적으로 추정하는 적정가이드가 1300~1500여명으로 봤을 때 현재 제주도내 가이드는 절대부족한 상황이 된다.

▲ 면세점 쇼핑하는 중국인 관광객 / 제주도민일보DB
그러면 가이드를 양산하면 될 것이 아니냐는 해답이 나올 수도 있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관광통역안내사 시험은 국가 자격증 시험이다. 문화관광체육부가 한국산업인력공단에 위탁해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1차례씩 실시한다.

합격을 하려면 국사, 관광자원해설, 관광법규, 관광학개론은 물론 외국어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또 구술면접도 치러야 한다.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적으로 1000명이 배출됐다. 올해에도 약 2500~3000명이 배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중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은 서울과 부산 등에서 활동하고 있고 일부는 자격증만 갖춘 채 활동을 하지 않기도 한다. 가이드는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게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제주도는 여전히 가이드 공급이 열악한 상태다.

한 중국인 전담 여행사는 가이드 확보에 어려움을 토로한다.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라고 하면서도 가이드를 충분히 공급해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A여행사 관계자는 “자격을 갖춘 가이드를 찾기가 쉽지 않다. 특히 제주에서 활동하는 가이드를 찾으려면 하늘에 별 따기”라며 “때문에 정부나 지자체에서 적극적으로 가이드 양성이나 아니면 불법 가이드를 양지로 끌어들이려는 노력을 해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제주도에서 자체적으로 가이드를 배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제주도가 지난 2012년 자체적인 선발시험을 통해 가이드를 배출하려 했지만 가이드단체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다.

당시 가이드단체들은 “여행업체가 무리한 저가패기지관광의 출혈을 메우기 위해 무자격 가이드를 선호하는 실정”이라며 “하루 일당을 지급해야 하는 유자격자 대신 따로 일급을 지급하지 않고 쇼핑 수수료만 제공받는 무자격자를 선호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A여행사 관계자는 “월급을 주고 고용하겠다고 하지만 요구사항이 너무 많다”며 “최근 단속이 이뤄지고 있고 단속에 걸리면 영업을 못하게 되는데 왜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무자격자를 고용하려 하겠느냐”고 항변했다.

▲ 제주공항 통해 들어오는 중국인 관광객 / 제주도민일보DB
상황이 이런데도 제주도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부족한 것은 맞다”면서도 “양측을 통해 조율도 하고 하지만 서로 입장차가 커 조율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는 대안에 대해서는 “서울이나 부산 등 육지를 경유해서 들어오는 관광객들과 함께 가이들도 들어오는 경우가 있다”며 “현재로서는 문광부에 가이드를 더 배출해 달라는 요구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결국 뚜렷한 대책은 없다는 것이다.

지난달 제주도내에서 무자격으로 단속된 업체는 11개나 됐다. 전국적으로는 22개 업체나 된다. 가이드는 절대 부족한 상황에서 단속만 이뤄질 뿐 대안도 없는 상황이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부산이나 인천 같은 지역에서는 단속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판단, 계도위주로 단속을 하거나 일정 기간 유예를 해주고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제주도는 물밀 듯이 밀려오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도 무차별 단속만 벌이고 있는 셈이다.

한 여행사 직원은 “최근 제주공항에서 들어오는 중국인 관광객을 인솔하는 과정에서 단속반원들이 들이닥쳐 중국인 관광객들이 일정에 크게 차질을 빚은 바 있다”고 말했다.

앞선 사례의 여행사 직원은 “단속의 필요성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무차별 적으로 들어와 장시간 동안 여행도 못하게 잡으면 어떻게 하느냐”며 “자격 여부만 보고 갔으면 관광객들도 피해를 보지 않을 것 아니냐”고 항변했다.

더욱이 이 직원은 “중국여행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펨투어를 하고 있는데 이들이 돌아가서 과연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을 모객할 수 있겠느냐”며 “중국인 관광객들은 ‘우리가 범죄자도 아니고 왜 잡아두고 난리를 피우는지 모르겠다. 제주지역 경찰들은 관광객들을 위한 배려도 없느냐’고 불만을 털어 놓는다”고 꼬집었다.

A여행사 관계자는 “제주를 재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3%에 불과하다”며 “이렇게 적은 데에는 가이드 단속을 명분으로 중국인 관광객들 대하는 태도가 불손한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제주도관광협회의 한 관계자는 “유자격가이드와 여행업계 간에 의견이 다른 것은 사실”이라며 “그렇다고 해서 현재 절대 부족한 상태에서 단속만 벌일 것이 아니라 이해 당사자들과 행정당국, 단체들이 머리를 맞대 해결방안을 빨리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제주도민일보 김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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