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일 오후 인천광역시 부평구 열우물테니스장에서 열릴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테니스 남자복식 한국과 인도의 결승 경기가 우천으로 인해 지연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제종합대회를 치를 때에는 만약의 상황까지 대비를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다른 국가의 손님들을 초대해 놓고 치르는 '잔치'이기에 돌발상황에 대처하는 매뉴얼 정도는 있어야 한다.

하지만 열우물 테니스 경기장은 이같은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듯 했다.

야외 코트에서 치러지는 경기이기에 비가 내리는 것이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음에도 그런 상황을 전혀 대비하지 않은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당초 29일 낮 12시에 열리기로 예정됐던 테니스 남자복식 결승은 임용규(23·당진시청)-정현(18·삼일공고) 조가 진출해 큰 관심을 끌었다.

여기에 정구가 이날 시작돼 엄청난 취재진이 몰려들었다.

비가 내려 경기장에 설치된 기자석에는 전혀 앉을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기사작성실(미디어 워크룸)이 너무 작아 몰려든 취재진의 절반도 수용하지 못했다.

결국 자리를 잡지 못한 취재진은 경기장 입구 옆에 마련된 천막과 간이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냥 땅바닥에 앉아있는 이도 있었다. 비를 피하는 관중들까지 뒤섞이면서 취재진이 드나드는 출입구는 아수라장 그 자체였다.

취재진만이 불편을 겪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경기운영위원회는 비가 내려 경기가 지연됐는데도 관중들을 모두 입장시켰다. 일단 경기장에 들어왔지만 계속 내리는 비 때문에 관중들은 자리에 앉아있기가 힘들었다.

이들이 대거 실내 쪽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통로 쪽 또한 '시장판'이었다. 실내에는 관중들이 앉아있을 공간이 없어 통로는 북새통을 이뤘다.

관중들이 드나드는 입구 옆에는 비를 피하러 들어온 관중들이 서서 라면을 사먹고 있었다. 거의 유일하다고 볼 수 있는 매점에서 파는 것이라고는 약간의 음료와 라면 뿐이었다.

간이 테이블은 라면 국물로 흥건해 무척 지저분했다.

일단 입장한 관중들은 우천으로 지연되는 경기가 언제 어떻게 열리는지에 대한 안내도 전혀 받지 못한 채 그저 마냥 기다렸다. 아시안게임 AD카드를 목에 걸고 있는 사람을 보면 붙잡고 "어떻게 되는 것이냐"고 계속해서 물었다.

취재진만큼 많은 수의 자원봉사자가 있었지만 비 때문에 경기가 열리지 않아 할 일이 없자 몰려다니며 사진찍기에 바빴다.

경기가 연기되면서 매표소는 표를 환불해달라는 관중들이 모여 들었다.

우천시에 있을 수도 있는 관중들의 환불 요구에 대처하는 방법도 마련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매표 담당자들은 "원래 절대로 환불해주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비 때문에 환불해 달라는 사람이 생겨 윗선에 물어봤더니 환불해주라고 해서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절대 환불 불가' 방침만 있을 뿐 우천시에 있을 관중들의 환불 요구는 아예 상상도 못했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한국 테니스가 아시안게임 남자복식 결승에 진출한 것은 2002년 부산대회의 이형택-정희석 이후 12년만이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노골드'에 그쳤던 한국 테니스에는 끊겼던 금맥이 이어질 수도 있는 중요한 날이고 잔칫날이었다.

하지만 경기장은 잔치를 치를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 뉴시스
 

저작권자 © 제주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