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제학력갖추기평가 고? 스톱? ‘갑론을박(甲論乙駁)’…③
찬·반 ‘팽팽’…“경쟁압박 벗어나야” VS “기초학력미달 없이 가야”

내년부터 ‘제학력갖추기평가’ 표집집단이 3%로 축소된다. 성적에 얽매인 아이들을 풀어주고 잠재적인 소질을 발현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이석문 교육행정의 설명이다. 하지만 입시문화 속에서 학력 하향평준화를 가져오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전임 양성언 교육행정에서는 강행에 따른 논란이 있었다. 여전히 ‘제학력평가’에 대한 문제는 풀리지 않는 숙제가 되고 있다. 이석문 교육행정이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제학력평가’ 축소가 과연 제주교육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이에 <제주도민일보>는 이석문 교육행정이 추진하는 ‘제학력평가’ 축소가 타당한지, 아니면 여전히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해 각계의 의견을 들어보고 이를 진단해보자 한다. [편집자주]

제주도교육청이 내년부터 제학력평가 표집집단을 현행 30%에서 3%만으로 대폭 축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이에 대한 교사·학부모들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 10여년간 꾸준히 제학력평가 폐지를 주장해 온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은 일단 ‘환영’의 뜻을 밝혔다.

전교조 제주지부는 “제학력평가는 제주지역 학생들의 학력 도달 상황을 파악해 부진학생들을 지도하려는 목적으로 추진됐지만 실제로 이뤄지는 과정에서 애초의 목적은 사라지고 학교간 경쟁교육으로 변질됐다”며 “이 교육감의 방침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제학력평가 결과를 교육청에서 취합해 학교와 학생들을 줄세우면서 학교는 무리한 성적 올리기 경쟁에 내몰렸으며, 이에 따라 시험 대비 수업을 진행할 수 밖에 없도록 했다는 것이 전교조의 설명이다.

전교조는 “실제로 시험 때가 되면 수업 대신 기출문제를 반복해서 풀게 하고, 주말에도 나와 교육을 했다”며 “획일화 된 시험지에 따라 진행됐기 때문에 정작 교육활동의 주체가 돼야 할 학생들을 들러리로 만들어 정상적인 학교교육을 방해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제주도내 학생들의 학업 성취수준을 판단하고자 한다면 단순히 표집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며 “많은 표집이 필요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반면 제주도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제주교총)는 이 교육감의 방침에 고개를 내저었다.

제주교총은 “당장 하반기부터 제학력평가 표집집단 축소를 실시하겠다고 하는데 이는 학생의 학력 저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일부 교원단체의 반대가 있지만 대다수의 학부모들은 제학력평가가 실시되길 희망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이어 “제주학생들의 수능성적이 줄곧 전국 최고 수준에 있던 것은 지속적으로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들을 찾아서 지도했기 때문”이라면서 “학력미달학생들을 방치하지 말고 지도를 해야만 학교 부적응도 없어지고 사회에 나가서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제주교총은 “평가 결과를 취합해 학교들을 줄세워 경쟁을 부추기는 등 과거에 드러난 문제점들에 대해서는 보완이 필요하다”면서 “가능한한 학교간 서열화를 시키지 않는 선에서 지속적으로 평가를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의견은 엇갈렸다.

참교육제주학부모회는 제학력평가 축소 방침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실제로 평가 자체가 학생들의 공정한 성적 관리와 수준 체크를 동반한다고 하는데 학교 현장에서는 오히려 위화감을 조성하는 역할이 크다”며 이 교육감의 방침을 지지했다.

그러나 또 다른 학부모단체인 참사랑실천학부모회는 “제학력평가를 지속하는 것이야말로 ‘단 한 명의 아이도 놓치지 않겠다’는 이 교육감의 교육방향과 일치하는 것”이라면서 축소 방침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이들은 “아이들에게 시간을 많이 할애할 수 있는 학부모들은 괜찮겠지만, 맞벌이부부나 결손가정 등은 아이들의 성적 관리에 온전히 힘을 쏟기 어렵다”며 “그나마 제학력평가를 통해 ‘우리 아이가 이정도구나’라는 걸 알고 그때마다 자극을 받아서 관리를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국 있는 자들을 위한 방침이 아니느냐”며 “교육복지가 잘된다는 건 어려운 환경에 있는 사람들도 배려하는 것을 뜻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들은 또 “시험이 아이들을 혹사시키는 부분도 없잖아 있지만 그 순간만이라도 학력을 신장 시켜놨기 때문에 나중에 기초학력을 갖추고 있는 것”이라면서 “아이들은 시험을 싫어할 수 있지만 인생은 길기 때문에 멀리 내다보고 평가 축소·폐지 등을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사와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찬반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제주시학교운영위원장협의회는 조만간 임원회의를 열고 ‘진짜 아이들을 위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논의해 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양성언 교육행정 당시 제주시학교운영위원장협의회는 제학력평가가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은 더 잘하도록 하고, 기초 학력이 부족한 학생들은 최소 성취수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이유로 지속적인 시행을 요구했었다.

하지만 이석문 교육행정에 들어서면서 확 달라진 교육방침 속에서 제주시학교운영위원장협의회는 ‘반신반의’한 마음으로 기존 입장을 제고해 볼 계획이다.

한편 당장 시험의 부담에서 벗어나게 된 학생들은 이 교육감의 방침에 ‘쾌재’를 부르짖고 있다. <4부에 계속> / 제주도민일보 안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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