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8-1909 | 판지에 유채 | 50X52cm | 독일, 뒤셀도르프 왕궁미술관)


판지에 외광파 기법으로 그린 연작의 하나인 이 그림은, 알렉세이 폰 야블렌스키(1864-1941)가 행한 표현주의 양식의 절정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추상미술의 탄생에 있어 중요한 위치를 점하는 화가 야블렌스키는 절친했던 친구 칸딘스키와 마찬가지로, 생애 대부분을 독일에서 보낸 러시아 예술가였다.

1897년, 뮌헨에 위치한 아츠베의 그림 학교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11년 후 프랑스로 여행을 떠났고, 그곳에서 후기 인상주의 및 입체주의 아론에 매료당했다. 또 그들은 동료 화가 마리안네 폰 베레프킨, 가브리엘 뮌터와 함께 바바리안 알프스 이남에 위치한 무르나우에서 여름을 보냈다. 얼마 후 칸디스키와 뮌터가 그곳에 집을 장만하고, 이듬해 야블렌스키와 베레프킨이 합류하면서 이들 네 사람은 다시금 모일 수 있었다.

멀리 빨간 지붕이 돋보이는 「풍경, 무르나우」는 대조적인 색채 영역으로 구성된 작품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부피나 깊이감을 부여하려는 어떤 실질적 시도도 보이지 않는다. 다만 그리스 정교 교회의 스테인드글라스에서부터 시작되는 짙은 윤곽선들이 보일 뿐이다.

한편, 야플렌스키는 종교예술 혹은 러시아 민속예술로부터 영향을 받기도 했는데, 이는 그로 하여금 자신의 예술에 강한 영성을 주입시키고자 하는 욕망을 불러일으켰다. 그러한 영성이 형식적 실험 위주의 당시 아방가르도 예술에는 결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훗날 뮌터는 이 당시를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나는 엄청난 도약을 이루었다 … 그것은 자연을 인상주의적으로 모방하는 데서 벗어나, 자연 안에 깃든 것을 느끼는 것, 자연을 주물러 추상을 도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네 명의 화가에게 이 시기는 엄청난 창조의 시간이었다. 발췌=「명화 1001」
 

/황경진 기자 bestwwf@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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