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 제주에 작품기증하겠다” 밝혔지만
한곳은 ‘세월아네월아’
한곳은 ‘작품수에만 관심’ 두는 듯

변시지 화백(84)이 뿔났다. 변 화백은 2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오래전부터 가족보다는 국가 등 공공기관에 작품을 기증하겠다는 생각을 가져왔지만 현재 논의중인 두 곳 모두에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언짢은 기색을 드러냈다.

고향이자 작업의 주요 영감처인 제주에 작품을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협의중인 두 곳이 미술관 구상보다는 작품 기증에만 관심을 두거나 적극적으로 발을 담그지 않는 모양새로 미술관 건립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변시지미술관’ 건립에 대해서는 변 화백 역시 오래전부터 여러 곳의 제안을 받아왔다. 개인그림수집가를 비롯해 고양시에서도 그의 개인전을 계기로 미술관 건립에 대해 접촉을 시도했다.

하지만 변 화백은 개인보다는 공공기관, 도외지역보다는 제주에 미술관이 지어지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했고, 마침 고양시의 구상을 알게 된 서귀포시가 ‘변시지미술관’의 제주건립을 강하게 주장하면서 고양시가 서귀포시에 양보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이에 서귀포시는 지난 2009년, 서홍동 삼매봉공원 일대에 900㎡ 규모의 ‘변시지미술관’을 오는 2011년까지 완공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서귀포시는 예산 1억5000만원을 겨우 확보해둔 상태다. 게다가 총 사업비 30억원(국비 12억원, 지방비 18억원)중 올해 국고 지원분 확보가 어렵게 되고 지방비 역시 재정위기 타개를 역점시책으로 내세운 민선 5기 도정의 현실을 감안할 때 예산확보는 계속 어려울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서귀포시의 이같은 사업지연에 대해 변 화백은 “서귀포시가 지난 6·2선거 등으로 업무추진에 적극성을 띄지 못했다”며 “이들의 진지함을 믿지 못하겠다”고 서운함을 드러냈다.

변 화백은 또 최근 변 화백에게 미술관 건립을 제안한 KBS제주방송총국에 대해서도 “KBS제주측이 처음 이야기 했던 900여㎡에서 다시 이를 (대관 공간을 뺀) 1/3 규모의 공간으로 줄이는 안을 뒤늦게 제시했다”며 전시공간이 첫 약속과 달리 좁아졌고, 자꾸 전화를 걸어 기증작품 수를 재차 확인하는 것이 좋아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에 못마땅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변 화백은 이어 “100평 200평의 공간이야 그림 몇개 팔면 나도 지을 수 있다. 다만 내가 죽은 뒤에도 그림이 잘 관리될 수 있도록 제주의 공공성을 띤 기관에 맡기려 계획한 것인데 모두 믿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변시지미술관’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제주도민일보/문정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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