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술국치 100년, 근대 제주해녀를 말하다’전
오는 7일부터 설문대여성문화센터

물질하러 바다로 들어가는 해녀.


한국의 근대는 대체로 1876년 개항으로부터 1945년 해방에 이르는 시기를 말한다. 이 견해에 따르면 제주사회의 근대 역시 개항이후부터 해방까지를 포함하는 시기가 된다.

하지만 근대 제주의 사정은 조금 달랐다. 제주의 실질적인 개항은 1870년대 일본 잠수기업자들의 제주어장 침탈때부터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 육지부와 달리 제주가 해방이후에도 일정기간 일본과의 인적·물적 교류가 이어지고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결국 제주의 근대는 1870년대부터 1950년대초까지로 보는 것이 맞는 셈이다.

한편 일본 잠수기업자들이 들어오면서 생계에 위협을 받은 제주 해녀들은 타 지역으로 나가 물질을 하기 시작했다. 제주해녀의 출가물질은 1895년 경상남도가 첫 사례로 알려지는데 이후 강원도, 전라도, 경상북도, 함경도 등으로 이어졌다.

일본으로의 출가물질은 1903년 미야케지마(三宅島)에서 시작돼 대마도, 고치, 가고시마 등지로 진출해갔다. 이 같이 시작된 제주해녀들의 출가물질은 점차적으로 대규모화 됐고, 1930년경에는 4000여 명에 이르는 제주해녀들이 3월경에 집을 떠나 추석이 가까워 오면 돈을 벌고 제주로 들어왔다. 결국 당시 출가물질은 가정경제의 버팀목이 됐고, 제주경제 전반에 걸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됐다.

일본국권피탈 100년을 맞아 근대 제주해녀를 조명하는 전시가 기획됐다.

제주도 설문대여성문화센터(소장 고영실)가 오는 7일부터 12월17일까지 ‘경술국치 100년, 근대 제주해녀를 말하다’전을 개최한다.

이번 기획전은 해녀에 대한 연구가 사회학이나 인류학 또는 민속학 연구에 편중돼 있는 경향에 따라, 조금 시각을 달리해 해녀노동에 대한 경제사적 시각을 보여주는 쪽으로 줄기를 잡았다. 일제하 경제상황에서 제주경제의 견인역할을 담당했던 축으로서 제주해녀의 모습을 당시의 관련 자료와 함께 소개한다.

전시의 테마는 ‘제주해녀의 경제사적 재평가’ ‘제주경제변동 측면에서 본 제주의 근대’ ‘제주해녀의 물질 제주경제를 견인하다’에서 ‘부의 이동 그 중심에 해녀가 있다’ ‘해녀 그 가치를 인정받다’ ‘제주해녀 동아시아의 바당밭을 누비다’를 거쳐 ‘고달픈 삶의 연속’ ‘어느 80대 해녀이야기’ ‘제주의 경제초석이 된 해녀들’의 순으로 짜여졌다.

각 테마별로는 사진과 함께 당시에 대한 설명을 상세히 달아 제주 근대 해녀들의 경제사적 의의를 일목요연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전시장에는 제주전통배인 ‘터우’(테우)를 원형대로 제작한 이보연씨(제주시 이호동)의 테우가 전시, 승선하는 즐거움도 맛볼 수 있게 했다. 문의=710-4246.

<제주도민일보/문정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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