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위, 재신임 기관 4곳 감사 중…제주도, 감사결과 전 ‘캡쳐’

독립기구를 이용하는 꼴…“감사결과 나온 뒤 재신임 늦지 않아”

제주도가 산하 공기업·출자기관장에 대한 재신임 평가 방법이 제주도감사위원회의 독립성 훼손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제주도는 28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제주도 산하 공공기관장에 대해 일괄사표를 받고 재신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박영부 기획조정실장은 이번 조치에 대해 “무조건적인 사퇴요구가 아니라 해당분야의 전문성·경력·능력 유무의 검증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검증 기간이나 방법에 대해 논란이 소지가 있다.

재신임 기관 중 일부 기관에서는 제주도감사위원회의 감사가 이뤄지고 있다.

이번 일괄사표를 제출해야 하는 기관은 제주도개발공사·제주에너지공사·제주국제컨벤션센터·제주발전연구원·제주테크노파크·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제주신용보증재단·제주4·3평화재단·제주여성가족연구원 등 9개 공기업 및 출자·출연기관이다.

이들 기관 중 제주신용보증재단·제주컨벤션뷰로·제주도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제주국제컨벤션센터가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8일까지 감사를 받았다.

이들 기관에 대해서는 지난 2011년부터 올해까지 경영평가 업무 전반에 대해 감사가 진행돼 현재 분석 중이다. 감사결과는 오는 10월 중에 나올 예정이다.

감사결과가 나오는 시점이 이미 재신임을 물은 뒤라서 감사결과가 반영되기는 원칙적으로 힘든 상황이다.

▲ 제주도감사위원회
그런데 제주도는 감사위원회의 독립성까지 훼손하면서까지 재신임을 묻겠다고 강행모드를 고수하고 있다.

박영부 실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감사결과가 10월 중에 나올 것인데 (사전에) 내부적으로 참고하려 한다. 감사위원회와 협의하고 있다”며 “협의를 통해 (감사결과) 수위 정도를 사전에 (파악하겠다), 그것도 협치의 하나이기에 소통을 통해 협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다음 달 5일을 상한선으로 잡았지만 감사위원들의 결과(의결)를 거친 것이 나올 것인지, (의결로) 가기 전에 참고할 것이 나올 것인지 면밀히 검토하겠다”며 “‘정식 의결을 받고 나와야 하는 것이 정확한 자료가 아니냐’는 지적인데, 그것(의결결과)에 근사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즉 박 실장의 말은 감사결과에 따른 감사위원들의 최종 의결이 나오기 전 감사위원회와 사전에 협의를 거쳐 감사 내용을 파악해 검증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감사위원회는 독립성이 보장된 기관이다.

그렇지 않아도 제주도정의 입김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는 지적에 독립성을 강화하라고 요구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도정이 감사가 한창 진행 중인 내용을 파악하겠다는 것은 감사위원회의 독립성을 훼손한다는 지적을 받기에 충분하다.

감사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감사위원회가 엄연히 독립성이 보장된 기구인데 감사 중인 사안에 대해 중간에 파악하겠다는 것은 감사위원회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정 감사위원회의 감사결과를 반영하겠다면 감사결과가 나온 뒤에 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제주도정이 감사위원회의 독립성을 훼손하면서까지 산하 공공기관장에 대한 재신임 검증을 하겠다는 것은 감사위원회를 재신임 검증에 이용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되는 셈이다. / 제주도민일보 김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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