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과정서 또 다른 피해자 드러나…무려 지적장애여성 4명 ‘간음’

재판부 “피해자 자살시도 불구 반성 기미 전혀 없어…절대 접근 금지”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이웃 장애여성들을 수년간 성폭행한 입주자대표에게 징역 18년이 선고됐다. 이른바 ‘제주판 도가니’ 사건의 가해자 7명 중 가장 큰 형벌이 내려진 것이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김양호 부장판사)는 28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모(54)씨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또 10년간 신상정보공개 고지 명령을 내리는 한편 20년간 위치추적장치를 부착하도록 했다. 아울러 160시간의 성폭력치료프로그램 수강명령도 내렸다.

박씨는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상습적으로 A씨(62·지적장애3급)와 B씨(65·지적장애1급)를 강간한 것도 모자라 A씨의 딸(30·지적장애3급)까지 강제 추행한 혐의로 지난해 9월12일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 과정에서 박씨는 또 다른 지적장애여성 C씨(33)를 2006년부터 2년간 4차례에 걸쳐 성폭행한 사실도 드러났다. 재판 내내 박씨는 ‘C씨와 연인사이’라고 주장하며 ‘합의 하에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박씨가 당시 친한친구에게 ‘저 여자랑 한 번 자고 싶다’며 도움을 요청했고, C씨에게는 ‘몸 아껴서 뭐할래’라는 식의 발언을 했다”며 “연인관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아파트 주민 두 명도 두 사람의 연인관계를 부인했다. ‘장애인인 점을 이용해 데리고 다니는 것’이라고 진술했다”며 박씨의 주장을 거듭 반박했다.

하지만 박씨는 C씨에 대해 2013년 5월 공소시효(7년)가 완성됐으므로 해당 사건에 대해서는 면소판결을 내릴 것을 요구했다.

이에 재판부는 “공소시효 만료 이전인 2011년 11월 개정된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장애인에 대한 강간죄는 공소시효가 폐지됐기 때문에 ‘부진정소급효’를 적용할 수 있다”며 ‘유죄’라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어 “법 개정 당시 경과규정을 두지 않은 것은 입법상 단순 착오”라고 강조하며 “속칭 ‘도가니법’의 입법 취지상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성폭행 상태가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서도 적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4명의 여성장애인을 수차례 지속적으로 성폭행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정신적 고통을 전혀 공감하지 않고, 계속해서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며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범행횟수에 비춰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크고, 성폭력 재범 위험성이 넉넉히 인정된다”며 신상정보공개 고지 명령과 위치추적장치 부착 명령 사유를 밝혔다.

이날 김 판사는 “피해자 C씨는 성폭행 충격으로 자살시도까지 했다”며 “부착명령기간 중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에게 절대 접근해선 안된다”고 엄중 경고했다.

선고를 들은 박씨는 “이해가 안된다. 말이 되느냐”며 판결을 납득할 수 없다고 끝까지 반발했다.

한편 무려 10여 년간 제주시내 모 아파트에서 자행된 ‘장애인 여성 집단 성폭행 사건’의 가해 남성은 박씨를 포함해 7명에 달한다. 이 중 이모(58)씨와 고모(39)씨는 각각 징역 4년과 3년 6월을 선고 받고 수감된 상태다.

하지만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추모(66)씨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으며,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은 고모(39)씨와 이모(39)씨, 김모(39)씨는 항소심에서 면소 판결을 받고 석방됐다.

혐의가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고모씨 등 3명이 ‘공소시효 만료’로 풀려나자 광주고검은 항소심 판결에 불복하며 지난 22일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 제주도민일보 안서연 기자
 

저작권자 © 제주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