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 3명 ‘공소시효 만료’로 석방…피해자 ‘해코지’ 두려움

비대위 “도가니법 개정 취지 생각하길…검찰, 무조건 상고해야”

▲ 제주도민일보DB.

제주시내 모 아파트 내에서 지적장애여성을 돌아가며 성폭행한 남성 3명이 20일 항소심에서 ‘공소시효 만료’로 풀려났다. 죄는 명백하지만 시효가 만료돼 처벌을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제주지역 장애인 성폭력피해 지원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22일 논평을 내고 “재판부의 판결을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서며 검찰에 상고할 것을 촉구했다.

비대위는 “제주지역 도민 사회를 경악하게 한 모 아파트 여성장애인 성폭력 사건이 항소심에서 공소 시효 만료로 면소 판결이 나왔다”며 “다시 한 번 도민사회를 들끓게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에 따르면 ‘장애인에 대한 강간’의 경우 2011년 당시 영화를 통해 알려진 ‘도가니 사건’을 계기로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개정해 공소시효가 폐지됐다.

당시 이를 두고 ‘도가니법’이라고 명명했으며, 법 개정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고소기간이 만료됐다’는 이유로 가해자들이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이를 놓고 비대위는 “피해자에 대한 보호와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법의 사각지대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소심 재판부에서 ‘제주판 도가니 사건’에 대해 공소시효 만료를 이유로 가해자들에게 면소 판결을 내린 것과 관련해 비대위는 “납득할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비대위는 “일반적으로 지적여성장애인 성폭력 사건은 은폐되거나 뒤늦게 발견되는 경향이 높고, 이번 제주지역의 사건처럼 가해자가 한 명이 아니라 이웃에 사는 다수인 사건들이 대체적”이라며 지적여성장애인 성폭력 사건의 특성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장애특성을 간과하고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는 법의 범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소시효의 적용 범위에 대한 논점만으로 내려진 이번 판결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질타했다.

아울러 “2011년 도가니법의 공소시효 배제를 적용한 1심 법원과 2012년 마련된 경과규정에 의해 공소시효 범위를 적용한 2심 법원의 법 해석의 차이는 여성장애인 성폭력 사건의 판결에 부정적 선례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비대위는 또 가해자들이 사회로 나오면서 2차 피해가 양산되지 않을지에 대한 우려도 표했다.

이들은 “이번에 석방된 3명의 가해자가 마치 자신들이 무죄인양 행동하지는 않을까 염려된다”면서 “피해자 보호에 대한 아무런 대책도 없는 상황에서 가해자들이 자신이 살던 마을로 돌아갔을 때 피해자는 공포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러면서 “10년 전 사건을 입증하기 위해 피해자는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경찰에서 진술을 시작했으며, 그 공포가 다시 되살아나 힘든 생활을 했다”며 “1심 재판에서 실형선고로 이제 겨우 안도의 숨을 쉴 수 있었는데, 원심 파기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피해자는 가해자들로부터의 보복 범죄 등에 그대로 노출되면서 공포와 두려움에 떨고 있다. 법원이 오히려 2차 피해를 주게된 셈”이라면서 “보호받아야 할 법으로부터 외면 당한 피해자는 허허벌판으로 내몰렸다”고 질타했다.

이에 비대위는 “마지막으로 우리가 기대고 있는 것은 검찰의 상고”라면서 “지난해 제주를 떠들썩하게 했던 여성장애인 성폭력 사건이 이대로 끝나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 “은폐되고, 무시되고, 더 폭력화 되고 있는 여성장애인 성폭력 사건을 뿌리 뽑기 위해서는 10년 동안 고통 속에 살았던 여성장애인 당사자를 생각하고, 장애특성을 반영한 판결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제주도민일보 안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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