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재산 임대 불가에도 불구 협약 체결…2031년까지 회수 불가

한라산 영실과 1100고지 휴게소 운영을 놓고 도가 관련 법률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공유재산 운영권을 2031년까지 환수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제주지방법원 행정부(허명욱 부장판사)는 20일 한라산 휴게소 운영업체 H사가 제주도를 상대로 제기한 ‘영실 및 1100고지 공유재산 사용허가 취소 처분취소’ 소송에서 1100고지 휴게소 사용허가 취소처분에 대해서만 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또 도의 취소 처분에 대해 신뢰호보의 원칙을 위반하거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며 위법하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는 기각했다.

1978년부터 한라산내 영실과 1100고지 부지를 제주도로부터 대부받아 휴게소를 건축해 운영해 온 H사는 일정기간이 지나면 대부계약을 다시 체결하는 방식으로 운영을 이어왔다.

하지만 제주도는 30여년이 지난 2009년 3월2일 한라산국립공원 정비계획 추진 과정에서 H사가 운영하는 휴게소가 ‘국유림의 경영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위배된다며 대부계약 갱신을 거부했다.

이 같은 조치에 H사가 반발하자 도는 같은 해 9월 기존 영실휴게소 건물을 기부채납 받고 연 임대료 합계액이 건물의 감정평가액에 이를 때까지 무상으로 건물사용을 허가하기로 하는 협약서를 작성했다.

도는 협약에 따라 영실휴게소(471㎡)를 철거한 후 인근 부지에 새로운 영실휴게소(236㎡)를 짓고 H사에 20년간 무상으로 사용하도록 했다.

문제는 국유림의 경영 및 관리에 관한 법률상 임대가 불가능하다는 데서 발생했다.

2012년 도 감사위원회는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상 기부재산에 기부 조건이 있으면 받아들여선 안된다’면서 임대가 불가능하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이에 도는 같은 해 12월 H사에 협약서 파기를 통보하고, 2013년 2월에는 공유재산 사용허가 취소, 8월에는 건물 반환까지 통보했다.

그러자 H사는 협약서까지 작성한 제주도가 일방적으로 계약 파기를 통보하자 지난해 2월 영실과 1100고지 건물 사용허가 취소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H사는 “수익적 행정행위의 절차상 잘못이 있어도 명백한 무효사유가 아닌 경우 이미 내준 허가를 행정기관이 일방적으로 취소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는 “영실휴게소 신축 건물의 경우 행정재산으로 기부하는 재산 외에 행정재산을 무상으로 사용·수익할 수 있도록 허가해 줄 것으로 조건으로 한 것에 해당한다”며 “공유재산법에 위배되므로 도의 취소 처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1100고지 휴게소의 경우 H사가 스스로 건축해 사용할 목적으로 도와 협약을 체결했고, 그에 대한 사용허가를 받았다. 공유재산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1100고지 휴게소에 관한 사용허가 처분은 취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H사는 1100고지 휴게소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운영을 할 수 있게 됐다. / 제주도민일보 안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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