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FTA 맞설 무기는? 제주라는 유리한 가치 담아낸 가공식품”

산업구조 재편성 등 식품산업 견인할 ‘컨트럴 타워’ 절실 ‘이구동성’

▲ 제주도민일보 주최로 18일 제주벤처마루에서 ‘2014 제주 물&식품포럼’이 진행됐다. 제주식품산업 발전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토론을 하고 있는 모습.
제주식품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시장이 요구하는 현실을 직시한 ‘가공식품’ 개발이 시급하다는 주문이 나왔다. 아울러 이를 견인할 수 있는 ‘관제탑’의 필요성이 거듭 강조됐다.

임상빈 제주식품산업학회 회장은 18일 제주벤처마루에서 제주도민일보 주최로 열린 ‘2014 제주 물&식품 포럼’ 주제발표에서 제주식품산업의 활로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며 창의적인 가공식품 개발을 촉구했다.

임 회장은 “현재 제주 가공식품은 기념품, 특산물 위주의 개발이 대부분이라 수요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웰빙, 환경친화, 고령화, 1인 가족시대, 세계화 등 새로운 트랜드에 따라 전략적 가공품목을 개발해 신시장을 개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서는 제주지역 식품산업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제주식품산업진흥원’이 설립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허창옥 제주도의회 의원 역시 임 회장의 제안에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원재료 공급 한계, 전문 개발 인력 부족 등을 제주 가공식품산업의 문제로 꼽은 것에 대해서는 의견을 달리했다.

허 의원은 “제주가 앞으로 1차 산업 경쟁력을 강화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2차 산업을 발전시키고 집중해야 한다”면서 “1차와 3차에만 집중된다면 제주는 외부 변화에 따라 흔들릴 수밖에 없다. 산업구조의 재편성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허 의원은 식품제조발전 방향에 관련해 “제주는 이미 2차 산업 사업체수가 1880여개에 이른다”며 “문제는 원재료, 전문 인력 등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4인 미만인 사업체가 거의 80%를 육박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허 의원은 “전문 인력을 육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시급한 건 이 많은 기업체들의 경쟁력을 어떻게 높이냐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규모의 영세성을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제주는 원료수급에 있어서는 최적지”라고 강조하며 “최근 10년간 과잉생산,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월동채소를 대부분 폐기해야만 했는데 제대로 된 식품산업을 발전하고 육성했다면 이러한 과오를 범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산업구조를 재편해 다품목 소량생산 체제를 잘 갖춰서 가공산업과 연계한다면 제주의 식품 안정성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 (위 왼쪽부터) 임상빈 제주식품산업학회 회장, 오영주 한라대 교수, 허창옥 제주도의회 의원, (아래 왼쪽부터) 양용진 제주향토음식보존연구원 원장, 문근식 한국농업경영인제주시연합회 회장, 현석교 제주도 식품산업과장.
양용진 제주향토음식보전연구원 원장은 “이에 앞서 생산자가 먼저 제주가 갖고 있는 자산의 우수성을 알고, 다양한 활용방법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임 회장이 제안한 ‘창의적인 상품 개발’에 공감을 표했다.

양 원장은 “제주에 훌륭한 자원이 많지만 가치를 인식하고 실제로 상품화 시키지 못해 외부에 뺏기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며 “상품 안에 제주의 문화, 가치를 충분히 담는다면 충분히 구매욕구를 자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전략’을 세우기 위해 문근식 한국농업경영인제주시연합회 회장은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문 회장은 최근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명량’과 한·중FTA로 인해 신음하는 제주 농업인들의 현 상황을 비교했다.

그는 “왜적이 300여척의 전함을 끌고 오지만, 제주농업인에게는 고작 12척의 배만 있을 뿐”이라면서 “선조가 이순신에게 배를 버리라고 한 것처럼, 쌀 시장 전면 개방으로 정부는 농업을 포기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순신은 배를 버리지 않고 결국 승리했다. 이는 유리한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제주 농업인들도 ‘제주’라는 유리한 조건을 살려 해보면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문 회장은 “우리에게는 이순신 장군처럼 허브 역할을 해줄 존재가 필요하다”며 “허브가 생긴다면 관망만 하던 농업인, 식품제조업체, 행정, 학계 모두가 합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날 토론자들의 제안에 귀 기울인 현석교 제주도 식품산업과 과장은 “식품산업 개발을 위해 현재 한국식품연구원 제주센터 유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면서 “1·2·3차 산업을 융합한 6차 산업도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와 관련해 앞으로 당사자, 관, 연구소, 대학, 언론계 등이 서로 소통을 잘해서 올바른 정책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새롭게 돌파구를 찾아나가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제주도민일보 안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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