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올레길, 사람들의 마음도 아름답게

등산장비를 갖춘 한 일행이 분화구로 올라가다가 허리를 펴고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들은 ‘산들산학회’ 회원들. 제주올레10코스 탐방에 나섰다.

“쉬려고 고개 돌리면 그 순간마다 다 그림이 된다”며, “힘들어 쉬는 것이 아니라 찬찬히 그림을 감상하기 위해 쉰다”고 했다.

이들은 초등학교 동창들 중 산·들·바다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모여 지난해부터 부부동반으로 제주의 오름과 제주올레 코스를 걷고 있다.

한 달에 두 번씩 아름다운 경치를 벗과 함께 보낼 수 있으니 이보다 행복할 수 없단다. 회장 김도산(51·효돈동)씨는 “이곳(송악산)은 바다에 산이 맞대어 있어 정말 아름답다.

천혜의 병풍으로 둘러싼 이곳 경치를 말로 표현할 수 없다”며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보게 되면 사람 마음이 풍요로워지면서 덩달아 아름다운 사람이 된다”고 한다.

아름다운 사람이 되기 위해 찾는 올레길. 자연은 그 자체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사람의 마음도 아름답게 만들고 있다.

“일본에서 느낄 수 없었던 가족애 찾고 가요”

“스고이! 혼또니 스고이데스네(대단해요! 정말 굉장하네요)”

서귀포시 대정읍 송악산 정상에서 만난 일본인 관광객 사토 미쯔코씨(73·여·나고야)가 주변 풍광을 보면서 감탄사를 연발했다.

딸 에리코(40)씨는 휴가를 맞아 부모님께 효도관광 시켜줄 요량으로 한 달 전부터 계획을 잡아 가족들과 함께 제주올레 10코스를 찾았다.

미쯔코씨와 남편 소이치(76)씨는 쇼핑이나 휴양보다는 떨어져 살고 있는 딸과 함께 가족 간 유대감이 돈독해졌으면 하는 바람에 제주올레를 택했다고 한다.

미츠코씨는 “평소 말수가 적은 남편이 다 큰 딸이 돌멩이 밟아 휘청거리자 조심하라고 건네는 말 한마디가 가슴을 울렸다”며 “이런소소한 일이 내게는 감동이었다”고 부끄러운 듯 말한다.

일본에서 들을 수 없었던 따스한 말 한마디를 이곳 제주올레길에서 듣게 된다.

미츠코씨는 “이곳(송악산)은 홋카이도 트레킹 코스와 비슷한 분위기지만, 맑은 바다와 귀여운 녹색 초지(제주 자연은 색깔이 선명해 동화 속 같다며 표현함)가 하늘과 맞물려 매순간마다 다른 느낌을 줘서 걷는 내내 즐겁다”고 말했다.

에리코씨도 “올레 열풍이 일본까지불어 다양한 정보도 쉽게 접할 수 있어서 가방 하나만 챙겨 왔다”며 “다음에 또 다시 제주에 오게 되면 다른 올레코스도 꼭 걸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올레의 열풍이 이제는 이웃나라 일본으로까지 불고 있다.

가족끼리, 연인끼리…자연 그대로 품다

바다 곁으로 난 길이 너무 예뻐요” 해안도로를 따라 오다 우연히 제주올레 6코스에 들어서게 됐다는 서울에서 온 50대 부부가 감탄사를 연발한다.

“결혼한지 20년이 넘었으니…. 그때 같이 오고 안 와봤지” 20년 만에 제주를 찾은 이들 부부는 “연인들에게도 너무좋고, 부모님 모시고 오기에도 좋다”며 제주올레길을 좋아했다.

“근데 어떡하지…? 당신 부모님은 돌아가셨으니….”며 안타까워하던 남편은 아내에게 “나중에 저희 부모님이랑 함께 모시고 옵시다”라며 얘기했다.

가족이 모두 즐겼으면 한다는 이들 부부는 “우리 큰 아들이 군인, 작은 아들이 대학생인데 나중에 큰 애가 제대하면 다 같이 오려구 해요”라고 말하면서도 “근데 애들이 같이 오려나? 다 컸다고 안 쫓아다닐 텐데….”라며 웃는다.

“제주도는 자연 그대로를 수놓고 있어 정말 아름답다”며 “바닷가 길도 예쁘고, 트인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라고 제주의 풍광에 감탄한다.

또 부부는 “제주올레는 1박 2일로는 택도 안 된다”며 “일주일은 있어야…. 아니, 적어도 최소한 4박 5일은 해야 좀 ‘제대로 봤다’ 하지, 우리처럼 주말에 오면 너무 아쉽다”면서 다시 제주올레 올 때에는 긴 여정으로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힘든길이 아니었다. 아이도 좋아한다

제주올레 6코스를 걷던 이태영(31·대구 수성구)씨는 지난 석가탄신일 연휴 때 제주를 찾으려고 했지만 비행기 표를 구하지 못하고 지난 13일 가족과 함께 제주를 찾았다.

일부러 월차까지 내면서 제주를 찾은 그는 최근 주변에서 ‘올레’ ‘올레’ 하는 소리에 제주올레를 찾았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는데 저는 올레가 몇 개 안 되는 줄 알았어요.

블로그에서 사진들 보니깐 등산복 차림에 배낭 메고 출동하더라고요. 그래서 ‘조금 작은 등산길인가보다’라고 생각했거든요. 우리 아이 엄마가 ‘연지가 힘들다고 업어달라면 어떡해. 그러다 넘어져 봐. 찡찡대고 얼마나 힘들어. 애, 안고 어떻게 가’라는 거예요”라고 이씨는 말했다.

그러나 이들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근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라 해안선을 따라 길게 난 산책도로인거에요. 다른 올레는 약간 동산 진 곳도 있었는데, 저희 숙소가 마침 이 쪽이라 들렀어요.”라며 6코스를 찾은 까닭을 설명했다.

“여기 쇠소깍에 나무배가 있다 길래 아이도 좋아할 것 같고…. 길도 완만하고 좋네요. 바다도 보이고 섬도 보이고. 그냥 단순히 ‘걸음’이 아니라 자연 안에 들어온 것이 매력 같아요”라며 제주올레 6코스의 매력을 말했다.

이씨의 딸 연지가 “배! 배!”라고 소리치며, 테우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힘들지도 않고 여유롭게 가족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제주만이 간직한 트레킹 코스의 모습을 즐기는 한 가족의 이야기다.

저작권자 © 제주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