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문근식의 '유기농 언담' - 1

▲ 문근식 e제주영농조합법인 대표

요즘 한라산에 올라가다보면 산수국이 만개했다. 형형색색의 산수국 큰 꽃들이 우릴 유혹한다.

오늘도 한라산을 넘어 서귀포를 다녀오는 김에 갓길에 차를 세우고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카메라의 눈을 통해 보이는 산수국은 참 아름다웠다.

그러다보니 몇 일전 SNS를 통하여 좀 더 잘 알게 된 산수국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한다.

제주에선 “도채비 꽃”이라고도 불린다. 이유인즉, 화려하게 꾸민 가짜 꽃으로 벌과 나비를 유인하고, 가짜 꽃의 색이 도술을 부려 꽃이 지는 동안 계속 변한다고 한다.

어떤 이는 화장빨 이라고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생존본능이라고도 한다. 또 어떤 이는 자연에 순응하며 자신을 나름 변화시켜 살아가는 노력이라고도 하고... 댓글이 수십 개가 달리며 열띤 논쟁도 벌이는 모습을 봤다.

하지만 그것 역시 우리의 잣대로 바라보는 것은 아닌지 모른다.

산수국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순전히 자기 입장에서만 바라보며 주장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산수국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인간들이 얼마나 우스울까?

사실(Fact)과 진실(Truth)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다.

사실은 눈에 보이는 객관적 실체이고, 진실은 그 속에 감추어진 본질적인 실체이다. 즉, 산수국의 가짜 꽃을 예로 들면, 사실(Fact)은 잎이고 진실(Truth)은 꽃처럼 보여 벌들이나 나비들을 유인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어차피 인간의 잣대로 판단을 내리는 것이기에 그렇다.

우린 평상시에 사실과 진실사이에서 많은 오해와 갈등을 한다. 그리곤 진실을 알고 싶어라한다.

세월호 침몰로 대한민국이 침몰했고 나 역시도 침몰했다.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우울했고 그 우울함이 나를 에워쌌다. 벗어나려 애써도 봤지만 그리 쉽지는 않은 나날이었다. 진실을 알고 싶었다.

오늘 새 도정이 꾸려졌다.

6·4를 기점으로 전과 후의 내 입장은 확연히 아주 다르다. 개인적으로 지지하지 않았고 지지하지도 않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지지한다. 왜냐구?

“정치란 이런것이구나!”하는 느낌이 팍팍 오기 때문이다. 이런 정치를 본적이 없다. 농민인 내가 정치에 관심을 둘 필요도 이유도 없었다.

하지만 이번 선거를 통해 많은 걸 느낀다. 많은 제주도민들은 변화와 혁신을 요구했고 그 변화와 혁신이라는 키워드 중심에 '원희룡'이라는 인물이 등장해서 당선됐다. 그리고는 '협치'라는 단어가 제주를 뒤덮었다.

지금까지의 모습은 당리당락이 아닌 진정한 협치의 모습이다.

물론 방법론에서 좀 더 신중하지 못했던 부분들도 있다. 하지만 이런 정치를 꿈꾸기는 했지만 어느 누가 실천을 했던가?

상대후보를 인수위원장으로 모시고 야당의 인물을 영입하기 위한 모습들! 또 현장의 농어민, 시민사회단체, 분야별 전문가 등이 함께 논의하고 정책결정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협치위원회를 구성해서 분야별로 새로운 제주를 만들겠다고도 한다. 즉 협치를 실천하겠다고 한다.

이러한 모든 것이 사실이고, 진실이었으면 한다. 그럼 농업계에도, 문화예술계에도, 소외받는 이들에게도 희망이 싹트리라 본다.

또 협치의 기본은 협업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서로 가지고 있는 단점들에 다른 이의 장점을 받아들여 좀 더 나은 곳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예부터 농업에서는 협업은 기본이다. '두레'나 '품앗이'가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또 과학기술, 문화, 예술, 교육, 생활 등 다양한 분야로 협업을 진행하고 있고 많은 결과물들을 도출해내고 있다.

이렇듯 협업을 통한 협치가 이뤄진다면 살맛나는 세상이 오리라 본다.

난 사실만 믿는다. 그리고 진실이었으면 하는 바람이고 초심을 버리지 않았으면 한다.

▶ 문근식 e제주영농조합법인 대표이사는…

현재 한국농업경영인 제주시연합회장을 맡고 있다.

감귤, 키위, 한라봉, 레몬 등 직접 재배한 친환경농산물과 그 농산물로 만든 가공식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직접 농사를 짓는 농사꾼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에 대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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