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4시간 수면… 밤낮으로 투잡(Two Job) 뛰는 강창오씨

낮에는 테라피스트, 밤에는 PC방 알바
“당장의 고생보다 멋진미래 설레임 커”

강창오(34)씨의 하루 수면 시간은 4시간도 채 되지 않는다. 낮에는 마사지 테라피스트, 밤에는 부업으로 PC방 종업원으로 일한다.

3년 넘게 ‘투잡’을 계속하고 있다. 잠이 모자라 PC방에서 잠깐씩 눈을 붙이지만 늘 피곤하다. 일에 파묻힌 삶이 지겹도록 고달파도 꾹꾹 참아내고 있다.

“주변 친구들이 고생하는 저를 보고 잠도 제대로 못 잔다며 안스러워해요. 그래도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열심히 사는 것 밖에 없어요. 힘들어도 버티는 거죠”

창오씨에게 대체 무슨 사연이 있기에 이토록 긴 시간을 고생하는 것일까.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은 없죠. 과거를 뉘우치는 과정이라 생각해요. 이제 1~2년만 견디면 모든 걸 훌훌 털어낼 수 있어요”

꿈 많은 20대 그는 열심히 산 덕분으로 창업 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 사랑하던 사람과 함께 마사지 테라피스트 샵을 차렸다. 입소문이 나면서 가게는 번창했고 수입도 괜찮았다고 한다.

그런데 갑작스레 모든 걸 다 잃어 버렸다. 사랑하던 사람도, 가게도. 엎친데 덮친격으로 졸지에 빚쟁이가 되고 말았다. 창오씨는 끝내 속깊은 얘기는 꺼내지 않았다.

“사람이 살다보면 서로 속고 속이기도 하죠. 남 탓이 아니라 예상을 빗겨간 삶에 슬기롭게 대처 못한 제 부족함을 탓하는 거에요”

그에게 중요한 것은 과거의 ‘빚’을 털어내는 일이란다. 금전적인 것 외에 마음의 빚까지 말이다. 또 어떻게 하면 좀 더 효율적으로 돈을 모을지, 주어진 시간에 또 어떤 부업을 할지 고민이다.

“보통 사람처럼 주말에 쉬고, 늦은 저녁 벗들과 어울려 호프 한잔 할 수 있다는 건 사치에요. 남들은 ‘개고생’이라고 말하지만 지나보면 후회 없는 시간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죠”

창오씨는 오늘도 12년을 훌쩍 넘긴 중고차를 몰고 일터에 나갈 준비를 한다. 부족한 잠에도 그의 눈빛은 초롱초롱하기만 하다.

수개월간 단 하루도 쉬어 본적이 없다던 그는 다행히 술·담배를 멀리하기 때문에 몸이 견딜 수 있는 거라고 말한다. 가진 재산이라고는 ‘몸’이 전부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창오씨의 모습에는 이 시대의 투잡족이 겪는 고뇌를 그대로 투영하고 있었다. 그는 두 가지 일을 하는 사이 남는 시간을 활용해 화장품 판매도 한다고 귀띔했다. 투잡도 버거운데 ‘쓰리잡’이다.

“요즘 저처럼 투잡, 쓰리잡으로 고생하는 사람 많잖아요. 없는 현실을 방관하지 말고 힘들어도 만들어가는 설레임에 무게를 둔다면 즐거운 삶이 될 수 있어요”

/한종수 기자 han@jejudo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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