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검, 조직적·유기적 역할 분담 화물 축소 ‘적발’…무이자로 거액 대출

▲ 조직적으로 역할을 분담해 세월호와 오하마나호에 화물을 과적한 실태.

세월호 침몰 원인으로 지목됐던 ‘화물 과적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과 항운노조, 해운조합, 하역업체간의 구조적 비리 실태가 검찰조사 결과 낱낱이 드러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비리를 묵인하는 조건으로 ‘검은 거래’가 오간 혐의도 확인됐다. 

제주지방검찰청은 제주~인천을 오가는 세월호 등에 화물 과적을 주도하거나 가담한 관계자 16명을 무더기로 재판에 넘겼다고 26일 밝혔다.

검찰은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와 선박및해상구조물에 대한 위해행위의 처벌들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청해진해운과 하역업체, 제주해운조합, 제주항운노조 관계자 등 8명을 구속 기소했다. 또 8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구속 기소된 피의자는 청해진해운 제주지역본부 본부장 이모(57)씨와 화물팀장 박모(38)씨 , D하역업체 대표 김모(61)씨와 이사 오모(53)씨, C하역업체 제주지사장 강모(49)씨, 제주항운노조 위원장 정모(57)씨와 사무장 명모(53)씨, 제주해운조합 운항관리자 오모(54)씨 등 8명이다.

또 불구속 기소된 피의자는 오하마나호 선장 박모(51)씨, 세월호 원래 선장 신모(48)씨, 제주해운노조 현장반장 강모(59)씨, 제주해운조합 운항관리자 임모(30), 김모(31), 장모(47), 정모(31)씨와 모 주식회사 대표 조모(43)씨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11년부터 올해 초까지 모두 222회에 걸쳐 ‘세월호’와 ‘오하마나호’에 적게는 1.5배에서 많게는 2.5배 이상까지 화물을 과적하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톤수를 축소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씨 등 청해진해운 제주지역본부 간부 2명과 선장들은 세월호와 오하마나호에 실린 화물량을 조작해 해운조합 운항관리자에게 허위 보고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해운조합 운항관리자 오씨 등 5명은 화물적재란 등이 공란으로 된 점검보고서를 제출받고도 안전점검 없이 선박을 출항을 허가한 혐의다.

이들은 선장들이 허위 보고한 화물 적재톤수를 점검보고서에 기재해 실제 안전점검이 이뤄진 것처럼 가장하는 방법으로 해운조합의 선박 운항관리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D하역업체 간부 오씨와 C하역업체 간부 강씨는 청해진해운에서 조작한 화물량에 맞춰 노임 하불표(일한만큼 받는 임금 목록)에 하역물량을 허위 기재한 혐의로 기소됐다.

제주항운노조 위원장 정모씨와 사무장 명씨의 경우에는 노조원들이 실제 일한 양보다 적게 일한 것처럼 속여 하불목록을 작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더욱이 검찰 수사를 도운 노조 근로자를 상대로 보복성 폭행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 화물 적재톤수 조작 방법. 세월호와 오하마나호의 화물 적재한도는 각각 1077톤과 1087톤에 불과하지만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적게는 1.5배, 많게는 2.5배 이상의 물량을 실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중량 확인이 가능한 생수 등의 실제 선적량을 토대로 최소 추정한 것으로, 확인되지 않은 축소분까지 포함하면 실제 과적의 횟수나 정도는 위 수치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검찰은 특히 이들이 비리를 저지르는 과정에서 과적을 묵인하는 조건으로 ‘뒷돈’이 오고간 정황도 포착했다.

제주항운노조 위원장 정씨는 지난 2009년 중순부터 2011년 초까지 D하역업체 대표 김모씨로부터 화물 톤수 축소 등을 통한 하역노무비 인하 등을 부탁받고 8차례에 걸쳐 13억3000여만원 상당을 무담보·무이자로 돈을 빌려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역시 동일한 목적으로 2009년 중순부터 2010년 말까지 3차례에 걸쳐 D하역업체 법인 자금 2억2000만원을 정씨에게 아무런 담보 없이 대여해 준 것으로 밝혀졌다.

이로써 정씨에게는 배임수재 혐의가, 김씨에게는 배임증재, 업무상배임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은 또 정씨가 자신이 실질적 대표로 있는 IT기업의 운영자금 및 주식구입자금 조달을 위해 김씨로부터 무담보 대출을 받은 것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상법과 새마을금고법을 위반한 혐의도 포착했다.

검찰 관계자는 “화물 톤수 기재는 항만노무독점공급권을 보유한 제주항운노조와의 사전 협의가 없이는 불가능한 구조”라며 “하역업체 대표와 항운노조위원장의 물적 유착관계가 화물 과적 관행의 원인이 됐다”고 판단했다.

이어 “향후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해 상습 과적 관행의 책임자들에게 책임에 상응하는 엄중한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제주도민일보 안서연 기자
 

저작권자 © 제주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