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재판부 “일부 원고 승소”…국가 “소멸시효 완성” 상고

한국전쟁 당시 발생한 대표적 민간인 집단학살사건인 제주예비검속 사건 희생자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항소심에서도 피해 배상 판결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국가가 이에 불복하면서 법정공방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광주고등법원 제주민사부(김창보 제주지방법원장)는 지난 2일 제주예비검속 사건 피해자의 유족 29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일부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항소심 재판부는 “군인과 경찰들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의무가 있음에도 제주예비검속사건을 주도적으로 저질렀다. 이후 유족들은 한순간에 가족을 잃고 그 생사조차 확인할 수 없어 큰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며 “위자료를 산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이 사건은 불법행위가 발생한 이후 60년 이상의 오랜 세월이 흘러 변론종결일로부터 위자료 배상 채무의 지연손해금이 발생한다고 봐야 할 예외적인 경우”라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상호간의 형평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해 망인과 그 유족들의 위자료는 희생자 본인의 경우 8000만원, 배우자의 경우 4000만원, 부모와 자녀의 경우 800만원, 형제자매의 경우 4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2012년 11월 1심에서 희생자 1인당 1억원이었던 배상액을 8000만원으로 낮춰 잡은 것이다.

피해 보상 대상도 유족 29명 중 희생자 인정 여부에 따라 24명으로 축소됐으며, 유족들이 받게 될 총 배상 금액도 1심 11억3257만원에서 8억1166만원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국가는 형평성 등을 고려한 판결에도 불구하고 이에 불복하며 지난 19일 법원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소멸시효 완성으로 손해배상 지급 의무가 없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제주예비검속 유족들과 국가간의 법정공방 장기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한편 대법원은 지난 4월 ‘제주예비검속사건’ 희생자 유족 3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나는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며 유족들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 제주도민일보 안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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