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장애인인권포럼 “장애인도 차별·분리되지 않고 선거할 수 있게 해달라”

▲ 제주장애인인권포럼은 "투표소의 열악한 물리적 환경과 더불어 정당한 편의제공까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장애인 유권자들의 투표행위는 산 넘어 산이 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지난 6·4지방선거에서 장애인을 위한 투표편의제공에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제주장애인인권포럼은 지난 선거 당일 투표소에서 장애인에게 제대로 편의제공이 이뤄지고 있는지 모니터링을 실시한 뒤 11일 결과를 발표했다.

장애인인권포럼은 ▲휠체어기표소 설치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투표용지 제공 ▲투표보조용구 비치 ▲투표안내도우미 배치 등을 중점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했다.

제주도내 21개 투표소를 대상으로 이뤄진 모니터링 결과 8개소에서 정당한 편의제공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휠체어기표소는 단 한 곳을 제외한 20개소에 모두 설치돼 비교적 양호한 성적을 보였지만, 나머지 부분에서는 문제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시각장애인을 위한 편의제공에서 심각한 문제를 보였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투표용지나 점자형 투표보조용구, 확대경 등이 배치돼 있는 투표소가 21개소 중 14개소에 불과했던 것이다.

실제로 시각장애1급인 좌모씨는 투표편의제공이 이뤄지지 않아 함께 투표하러 간 가족의 도움을 받아서야 겨우 투표를 할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장애인인권포럼 관계자는 “도움을 빌려서 투표를 했다고는 하지만 비밀투표의 원칙에 어긋난 것 아니냐”면서 “유권자로서의 권리를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투표안내도우미의 경우에도 문제점이 발견됐다.

투표안내도우미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이 투표를 하기 위해 접근을 해도 모른 척하면서 편의제공을 하지 않은 것이다.

장애인인권포럼 관계자는 “한라중학교 체육관 등 2개소에서 장애인이 지나가도 인사만 할 뿐 도움을 줄 생각은 하지 않았다”며 “투표안내도우미 배치 목적이 상실됐다”고 비판했다.

▲ 신제주초등학교에서 투표를 하고 있는 뇌병변장애1급 이민철씨. 이씨는 이날 투표소에 안내도우미가 없어 주위 사람들의 도움을 빌려 30여분만에 투표를 할 수 있었다.

뿐만아니라 신제주초등학교 투표소에서는 투표안내도우미가 아예 배치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선거 당일 <제주도민일보> 취재진이 현장을 방문한 결과, 뇌병변장애1급 이민철(38)씨가 안내요원이 없어 투표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는 것을 목격한 바 있다.

또 제주도선관위 측에서는 선거 전 투표소에 투표보조용구를 비치하겠다고 밝혔으나, 모니터링 결과 투표소 3곳 중 1곳은 투표보조용구가 없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장애인인권포럼 관계자는 “선관위가 말해놓고도 지키지 않은 것은 장애인에 대한 심각한 인권유린”이라면서 “참정권에 대한 권리침해이자 장애인에 대한 차별행위”라고 꼬집었다.

이어 “투표소의 열악한 물리적 환경과 더불어 정당한 편의제공까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장애인 유권자들의 투표행위는 산 넘어 산이 되고 있다”면서 “선관위는 공정한 선거에 대한 임무를 가진 기관으로서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장애인도 자유로운 의사와 차별·분리되지 않고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공정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 제주도민일보 안서연 기자
 

저작권자 © 제주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