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수다-여자, 서양미술을 비틀다’ (김영숙 지음·아트북스 펴냄)

도처에 즐비한 미술관과 수시로 열리는 기획전, 아트페어, 비엔날레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해 미술은 대중과 가까워졌다. 그러나 미술은 여전히 어렵고 멀게 느껴진다.

‘그림수다-여자, 서양미술을 비틀다’는 톡톡 튀는 수다로 풀어놓은 서양미술 이야기다. 서양미술에서 화가들이 여성이라는 존재를 어떻게 바라봤는지 시대를 넘나들며 보여준다. 풍만한 여성들의 몸짓을 경쾌한 붓놀림으로 사랑스럽다는 듯 그려낸 화가들을 만날 수 있다. 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세 여신’에서는 바로크 특유의 역동감 넘치는 화법을 느낄 수 있다. 뚱뚱하지만 무거워 보이지 않는 페르난도 보테로의 ‘창가에 서 있는 여인’을 보여주며 즐겁고 낙천적인 뉘앙스를 함께 느껴보자고 권한다.

그림 안에서 자신의 사랑을 표현하고자 했던 화가들의 마음도 엿볼 수 있다. 그림 속 자신의 이마에 리베라의 얼굴을 박아 넣어 지독하고 열렬한 사랑을 보여주고자 했던 프리다 칼로, 자신을 떠나버린 알마 말러를 향한 폭풍 같은 사랑을 ‘바람의 신부’라는 작품으로 남긴 오스카어 코코슈카를 만날 수 있다.

이외에 화가들이 그림 안에서 말하고 싶었던 다양한 역사적 사실, 여성의 이야기 등을 그림으로 풀어냈다. 아뇰로 브론치노의 ‘알레고리’나 얀 반 에이크의 ‘아르놀피니의 결혼’ 등에서는 그림 속에 당시 화가들이 약속으로 정해놓은 상징들을 찾아 읽는 즐거움이 있다.

다소 지루할 수 있는 어려운 미술사적 지식보다는 미술사의 거장들이 남긴 명화들에 대한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전한다. 무거운 지식 대신,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미술작품을 보고 해설한다. 재치 있는 입담으로 서양미술사와 신화를 넘나들며 이야기를 풀어내고, 거기에 생활 속 이야기를 곁들였다. “그림을 잘 모르더라도 자신의 감상을 자유롭게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자신의 시각에서 즐겁게 감상하면 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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