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거동 가능한 후보를 휠체어에 앉혀…‘장애과장’ 표지모델로 내세워

유세장서 멀쩡 활보 ‘반전’…공보물은 알멩이(장애인공약) 없는 껍데기

▲ 새누리당 제주도당 정책공약 공보물. 비례대표 1번 유진의 후보가 휠체어를 타고 정 가운데에 자리잡고 있다.

새누리당이 또 다시 유권자들을 기만하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전과 사실을 누락한데 이어 이번에는 유권자들의 눈을 속이고 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제주도당의 정책공약을 유권자들에게 알리기 위해 제작된 공보물 표지에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있고 주변에는 4명이 서 있다. 이들은 5명의 비례대표 후보들로 모두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유권자들을 향한 포즈다.

이 중 단연 눈에 띠는 인물은 비례대표 1번 유진의 후보다. 왼쪽으로 방향을 튼 휠체어에 앉아 유권자들을 응시하고 있는 유진의 후보. 휠체어 바퀴를 전면에 내세운 홍보사진은 도당이 얼마나 장애인을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있는 지를 가늠케 해준다.

그런데 의문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휠체어를 탄 후보가 유세현장에 ‘두 발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공보물로 볼 땐 휠체어에 타 있던 그가 공보물 밖에서는 ‘두 발’로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 지난 29일 강승화 새누리당 도의원 후보의 유세현장에서 찬조연설을 한 유진의 후보. 하얀 점퍼를 입고 선거차량 옆에 서서 박수를 치고 있는 여성이 바로 유 후보다.
▲ 지난 24일 김동욱 새누리당 도의원 후보 출정식에서는 선거차량 위에 올라 사회를 보기도 했다.

현재 유 후보는 비례대표 후보 자격으로 지원유세에 나서고 있다. 지난 24일 김동욱 도의원 후보의 출정식에서 사회를 보는가 하면 29일에는 강승화 도의원 후보의 유세 현장에서 찬조연설을 하기도 했다.

선거차량 위에 오를 때도 별 어려움은 없었다. 그는 본래 휠체어 없이도, 심지어는 목발 없이도 거동이 가능한 경증 지체장애인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제주도당 측에 유 후보의 ‘장애정도’를 묻자 “발을 절뚝거릴 뿐 목발을 짚을 정도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휠체어는 고사하고 목발도 필요 없을 정도로 장애가 그리 심한 편은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 후보는 정책 홍보책자인 공보물 표지 사진 속에 휠체어를 타고 있다. 한마디로 ‘장애인표’를 공략한 설정에 불과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심지어 유 후보는 휠체어를 탄 채로 ‘힐’을 신고 있다. 휠체어에서 대부분의 생활을 해야만 하는 중증장애인의 경우에는 힐을 신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 움직임이 가능할 경우에는 이동시 제약이 따르기 때문에 절대 힐을 신을 수 없다. ‘설정’이라는 의혹이 더욱 짙어지는 부분이다.

▲ 새누리당 제주도당 정책 공보물 속에는 장애인 정책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공보물을 펴 정책을 살펴보는 과정에서 찾을 수 있다.

장애인을 ‘얼굴 마담’으로 내세워 놓고도 정작 ‘장애인표’를 움직일 수 있는 공약은 하나도 내놓지 않고 있다.

공보물에 기재된 정책공약을 살펴보면 ‘사회안전’이라는 큰 공약은 있지만, 세부공약 중 그 어디에서도 장애인을 위한 정책은 발견할 수 없다. 이는 중앙당이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주지역 공약으로 내세운 5대 공약에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유권자들은 적잖이 당황할 수밖에 없다.

▲ 비례대표 후보자를 소개하는 면에는 유진의 후보자의 약력만 있을 뿐, 장애인정책에 관한 언급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제주도내 장애인은 등록기준으로 3만명이 훌쩍 넘는다. 그러나 이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공약은 단 하나도 없이 버젓이 장애인을 전면으로 내세운 것은, 유권자들을 기만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비장애인 유권자 A씨는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간에 명백한 유권자 희롱 아니냐”며 “공보물만 보면 새누리당이 장애인을 배려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런식으로 여론을 호도한 것은 엄연히 거짓말”이라고 꼬집었다.

장애인단체 관계자 B씨 역시 “장애인을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 같아 불편하다”는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유 후보가 평소 휠체어를 타지 않는다는 걸 이미 알고 있던 사람들은 얼마나 황당했는지 모른다”며 “유권자들을 우롱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새누리당이 아무리 비례대표 1번을 여성장애인에게 줬다고 하더라도 그저 ‘보여주기식’에 그치는 것 같다”며 “공보물만 보더라도 소수 장애인을 배려하는 건지, 장애인을 이용하는 건지 알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유 후보를 향해 “어떤 의미로 출마했는지 모르겠지만 장애인 대표로 공천을 받았으면 응당 장애인의 권리를 위해 ‘불의’에 맞서는 게 먼저 아니겠느냐”며 “당의 꼭두각시가 되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도당 측은 “유 후보가 평소 휠체어를 타고 다니지 않는 건 맞지만, 공보물에서 왜 휠체어를 타고 나왔는 지는 후보 본인한테 물어봐야 한다”며 공보물에 대한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태도를 보였다.

공보물이란 유권자들이 집 안에서 쉽게 후보자들의 정책을 접할 수 있도 만든 책자다. 특히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에게는 더없이 중요한 선거정보다.

인터넷 등을 통해 일부러 공약을 챙겨보지 않는 이상 유권자들은 공보물의 내용을 믿고 투표에 나선다. 때문에 공보물에는 ‘허위’나 ‘과장’이 아닌 ‘사실’ 그대로 실어야 한다. / 제주도민일보 안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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