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강술생 개인전
내달 1~7일 인사동 갤러리그림손

강술생작-백야 painting1

강술생작-백야 insallation

유리병에 배양된 콩이 놓여 있다. 실험용기속 박테리아도 보인다. 이들은 흔히 의도되지 않은 균에 의해 오염되었거나 농작물에 유해하다는 이유로 멀리하게 되는 대상이다. 하지만 이들은 일상의 세계를 떠나 전시실로 옮겨짐으로써 ‘해롭다’는 가치판단의 대상에서 비로소 해방된다. 작가에 의해 선택된 하나의 사물로서 이름만으로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설치미술가 강술생씨(40)가 이러한 미생물을 대상으로 한 설치작품와 평면작품으로 아홉번째 개인전을 연다. 전시 타이틀은 ‘더불어 살아가는 방식’. 강씨는 박테리아처럼 사람들의 가치판단이 분명하게 개입된 사물을 전시장으로 옮겨 인공적으로 주입된 의미성을 상실케했다. 인간의 논리를 벗어나 존재 자체의 역할을 인정하는 자연의 순환성을 담아내기 위해서다.

작가가 보는 더불어 사는 방식이란 아름다움과 추함, 이로움과 해로움 등 인간 위주의 인공적 판단이 자제된 상태다. ‘인간의 필요’라는 종 이기성에서 출발한 ‘가치판단’이란 그 고상한 어감과는 달리 자연을 거스르고 언제라도 판단의 힘을 가진 주체에 의해 평가 절하될 수 있는 상태를 인정한다는 의미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노자는 ‘어둠속에서 모든것은 평등하다’고 했고, 생태철학자 한스 요나스는 ‘의미는 우리가 부여할 뿐’이라고 말했다. 자연의 패턴에는 가치와 무가치의 구분이 없다는 의미다.

작품에는 모두 ‘백야’라는 이름이 붙었다. 전시는 오는 9월1일부터 7일까지 서울 인사동의 갤러리 그림손에서 열린다.

강씨는 성신여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문의=011-282-3261.

<제주도민일보/문정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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