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측 “아이디 없어서 잠깐 사용”…학교측 “비번 어떻게 알았나?” 고소

▲ 17일 제주시내 모 학교 학부모 1500명에게 발송된 문자 내용.
제주도의회 교육의원에 출마하는 K후보가 자신이 재직했던 학교 아이디로 대량문자발송서비스에 접속해 학부모들에게 문자를 발송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졌다.

K후보는 지난 17일 개소식에 앞서 오후 1시18분쯤 제주시내 모 학교 학부모 1500여명에게 개소식 참여를 유도하는 문자메시지를 전송했다.

문자는 ‘K 전 교장입니다’로 시작해 선거사무소 위치와 날짜, K후보의 이름이 담겨있다.

해당 내용은 학부모 A씨에 의해 공개된 것이다. A씨는 문자를 받은 즉시 학교 측에 ‘학교기관에서 특정후보를 대상으로 개소식 알림 메시지를 보내면 되느냐’고 항의했다. 또 제주시선거관리위원회와 제주도교육청에 신고했다.

자체 조사를 벌인 도교육청은 학교기관 시스템 아이피를 추적했지만 학교에서 발송된 것이 아니었음을 결론지었다.

도교육청 감사관은 23일 브리핑에서 “외부에서 발송된 것으로 파악됐다. 학교 측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K후보는 “자원봉사자의 실수로 발신인이 잘못 기재됐다”며 “곧바로 정정 문자를 보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문제는 자원봉사자의 실수 이전에 K후보가 학교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대량문자발송서비스 사이트에 접속했다는 데 있다.

학교 명의를 도용해 지지를 유도하는 고의적 의도가 없었다고 할지라도 학교 계정을 무단으로 이용한 데 대해 학교측은 ‘불쾌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학교 계정으로 접속할 경우, 학교 학생과 학부모의 번호를 알 수 있으므로 이를 이용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결국 학교측은 경찰에 고소까지 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K후보는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낼 때 발신번호를 바꿔 보내도 요금을 본인이 납부하듯이 같은 개념으로 생각했다”며 “아이디가 없어서 빌려 사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원봉사자가 발송번호를 사무실 번호로 바꾸지 못한 것도 잘못이지만 뭘 모르고 학교 계정을 사용한 나의 잘못이 크다”고 말했다.

그런데 주기적으로 바뀌는 비밀번호를 K후보는 어떻게 알고 있었던 것일까?

이에 대해 K후보는 “아이디는 재직했을 때도 계속 썼던 것이며, 비밀번호는 인사 차 학교에 몇 번 들렀을 때 어디선가 보고 메모해둔 것”이라고 말했다. 퇴직 후에도 이를 일부러 기억 해둔 K후보의 의도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제주시선관위는 지난 19일 K후보 등을 불러 진상을 조사를 하고, 23일 공직선거법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K후보에게 ‘경고조치’를 내렸다.

K후보는 선관위로부터 경고조치를 받은 사실을 밝히며 “잘 모르고 한 일이지만 경고명령을 수긍하고 있다. 학교측에 우리가 사용한 금액을 청구해달라고 요청했다. 고소한다면 경찰 조사에도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건은 K후보와 경쟁구도에 있는 또 다른 교육의원 후보에 의해 알려졌다. / 제주도민일보 안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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