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림로 확장공사를 밀어붙이던 제주도가 결국 도지사직 인수위원회의 제동으로 꼬리를 내렸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로 손꼽히는 비자림로가 훼손의 위험에서 일단 벗어나게 된것은 잘된 일이다.

그러나 지난 16일 오전까지만해도 환경단체 등의 강력한 반대도 아랑곳않고 공사강행 입장을 밝혔던 도가 한나절만에 ‘공감대 형성을 위해 의견을 더 수렴한뒤 시행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입장을 번복한 것을 보고 쓴웃음을 짓지 않을수 없다. 환경단체와 언론 등의 반대 목소리를 전엔 듣지 못해서 이제와서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것인지, 인수위와 힘겨루기에 자신이 없었는지 궁금해진다.

인수위는 ‘교통사고에 대한 정확한 원인 분석이 없이 제주가 자랑하는 아름다운 비자림로의 도로구조를 바꾸는 사업을 하는 것은 타당성이 부족하다’ 며 ‘세심한 검토를 위해 민선5기 도지사 취임이후로 미룰것’을 정식 요청했다. 인수위의 이런 입장은 매우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구조개선을 한답시고 굽은 길을 펴고 도로를 넓히려면 아름다움을 뽐내온 주변 환경이 훼손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넓어진 길에서 차량들이 속도를 내다보면 사업의 명분으로 내세운 교통사고 감소는 커녕 대형사고가 빈발할 위험성만 커지게 된다는 것이 이 사업을 반대하는 환경단체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올레가 ‘느림의 미학’으로 각광받는 시대적 추세도 염두에 두지 못하고 ‘빨리빨리’라는 근대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처사라는 비판을 받아도 마땅하다. 그런데 도는 왜 이런 문제 인식을 갖지 못했고, 언론과 환경단체 등의 반대를 무시하고 비자림로를 파헤치는 사업 강행을 고집했는지 알수 없는 노릇이다.

혹여 새 도지사가 취임하기 전에 사업비를 집행해야할, 말못할 이유는 없었는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인수위만 무서워할게 아니라 도민들의 의견이 세심하게 사업에 반영될수 있게 공무원들의 발상 전환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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