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날 특집] 후기 “편견은 NO…당사자·사회·국가 노력 어우러져야”

▲ 안서연 기자.
[에필로그]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장애인은 ‘시설에서 사는 사람’ 또는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 사람’이라는 등 폐쇄적인 인식이 강했다. ‘장애인도 사회에서 함께 살고 싶다’고 외치며 장애인 차별 철폐 운동이 수년간 이어지고 있지만 이 같은 인식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장애인과 자주 만남을 갖지 못한 비장애인들은 영화 등의 대중매체를 통해서만 그들을 느끼고 판단한다. 영화는 장애라는 특수성만을 이용해 이야기를 지어내고, 관객들은 그 모습을 보편적인 사실로 받아들인다. 극적인 서사 뒤에 가려진 그들의 삶의 문제는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고 말이다.

결국 이 같은 섣부른 판단은 장애인의 성적 활동에 있어서까지 ‘못 한다’고 단정 지어 버리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했다.

장애인은 정말 성생활을 못할까? 하반신에 감각이 없는 척수장애인은 성생활을 포기해야만 하는 걸까? 지적·자폐성장애인은 인지능력이 부족한데 성적 욕구가 있긴 할까? 뇌병변장애인은 움직임이 불편한데 성관계는 당연히 못하겠지?

이 같은 의문들은 결국 ‘장애인의 성’이라는 주제의 기사를 만들게 했다.

장애인 당사자들을 만나 어떤 성적 소외를 겪고 있고, 어떤 식으로 성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지를 들었다. 그리고 문제가 있다면 어떠한 대안이 마련돼야 하는지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했다.

1부 ‘지적장애인은 왜 성적주체가 되지 못하는가’를 취재하면서 취재수첩에 말을 옮기던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지적장애2급 강미연(가명·27)씨가 인터뷰 도중 성추행 사실을 고백했기 때문이다.

자신보다 나이가 한참이나 많은 성인남성이 자신을 추행했지만 그는 화도 내지 못했다. 주변에서도 ‘그냥 넘어가자’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왜 지적장애인의 성은 이토록 존중받지 못하는 지 분노가 치밀었다.

‘성적 결정권이 없는 존재’로 비춰지고 있는 지적·자폐성장애인의 경우, 당사자 부모나 사회복지사·생활교사부터가 먼저 이들의 성적 권리를 인정하고 올바른 성생활을 지도해야 한다.

그동안 지적·자폐성장애인은 성을 무조건 금지 당하거나 무지함을 강요받았기 때문에 성범죄에 쉽게 노출됐던 것이 아닌가 싶다. 이들에게 지속적·반복적으로 성교육을 한다면 충분히 스스로 통제하고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

지적 능력이 낮다고 해서 감정이나 성적 능력까지 불완전한 것은 결코 아니다. 이들을 ‘무성(無性)의 존재’, ‘성적 결정권이 없는 존재’로 치부하지 않길 바란다.

척수장애인들의 경우에도 의학적인 도움을 통해 충분히 성생활이 가능하다.

척수 손상 전만큼 성적인 만족을 누리지 못한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도 없다. 상담과 소통을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취재를 통해 확인했다.

성관계 도중 ‘경직’과 ‘경련’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뇌병변장애인의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가능한 체위를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 반드시 일반적인 성교가 아니더라도 대안이 있음을 이번 취재를 통해 알려줄 수 있었다.

▲  뇌병변장애인 우영씨와 재년씨의 결혼 과정을 그린 영화 ‘나비와 바다(2013)’. 영화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완전히 구별해서 사고하지 않고 그들을 똑같은 성적 주체로 그려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장애인 당사자 스스로가 부끄러워하지 말고 성교육·성워크숍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회 확대를 위해 스스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이번 취재를 하면서 가장 말하고 싶었던 것은 장애인, 비장애인 할 것 없이 누구나가 ‘성적 주체’이며 바라고 고민하는 부분들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장애인의 성에 대한 편견을 거두길 거듭 강조한다. 아울러 장애인 당사자는 더 이상 자신의 성적 욕구를 감추지 말고 함께 고민하길 바란다.

▲ 우영씨와 재년씨의 웨딩 사진. 그들에게 있어서 '장애'는 불편한 것일 뿐, 사랑을 나누는 데 있어서 그다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덧붙이자면 ‘장애인의 성’에 있어서 근본적으로 해결돼야 할 것은 장애인이 사회로 나와 이성을 만날 수 있는 교육·이동·취업권 등이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개인·사회·국가의 노력이 함께 이뤄진다면 장애인은 비장애인과 차별 없는 성적 활동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다소 민감할 수 있는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꼭 다뤄져야 할 주제’라며 기꺼이 자료를 제공하고, 인터뷰에 응해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 제주도민일보 안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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