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5 | 캔버스에 유채 | 41X68cm | 스웨덴, 스톡홀름 국립미술관)

잔물결 치는 초원 속의 고요한 여름풍경을 담은 위 그림은 덴마크 화가 빌헬름 함메르쇼이(1864-1916)의 작품이다. 이 그림을 완성한 1905년경 화가는 이미 널리 알려진 예술가였다.

코펜하겐의 왕립미술아카데미에서 수학한 함메르쇼이는 이후 예술가 연구학교에 진학해 외광파(plein-airm 자연광선에 의한 회화적 효과를 표현하기 위해 야외에서 그리는 화파를 통틀어 이르는 말) 기술을 익히게 되었다. 그는 프랑스 화가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1841-1919)나 독일의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1875-1926) 같은 당대의 예술가들로부터 큰 환호와 갈채를 받았다.

「레제의 풍경」은 코펜하겐 남서 지방에 자리잡은 로스킬레 근처의 시골 풍경을 담은 작품이다. 초원 정경은 캔버스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복슬복슬한 구름과 하늘로 채워져 있다. 함메르쇼이는 들판 너머 희미하게 떠있는 구름의 부드러운 느낌을 반복적으로 표현했다.

세부묘사가 생략된 선명한 느낌의 이 풍경 속에서, 우리는 마치 빛과 그림자의 부드러움만이 존재하는 형이상학적 영역에 남겨진 듯한 느낌을 전해 받는다. 이러한 고요함은 이 그림이 얼마나 꼼꼼한 미학적 엄밀함으로 구성되어 있는지를 말해준다. 그리고 그 고요함은 화가의 다른 작품들, 특히 실내정경을 그린 그림에서 분명히 나타나는 특징이기도 하다.

유럽 전역을 여행한 함메르쇼이는 영국과 네덜란드를 선호했으며, 특히 제임스 애보트 맥닐 휘슬러(1834-1903)로부터 가장 큰 영감을 받았다. 함메르쇼이의 그림은 자연에 대한 묵상의 영역--깊은 사고와 명상을 촉발시키는--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발췌=「명화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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