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2일 신속한 구조작업을 촉구한 단원고 생존자 학생 부모들. 사진제공=뉴시스

제주도가 멈췄다. 지난 16일 발생한 역대 최악의 참사로 제주도는 물론, 전국이 비통함에 잠겼다. 모든 일정이 올-스톱이다. 정치·행정·문화·경제 등 제주 지역 전반이 멈춘 듯 하다.
 
승객 476명을 태우고 인천을 출발해 제주로 오던 여객선 세월호가 16일 오전 전남 진도 해상에서 침몰했다. 이 사고로 24일 오전 현재 167명이 숨졌고 135명은 여전히 생사를 확인할 수 없다. 백단위를 넘기는 실종자 숫자에 망연한 하루가 또 흐르고 있다.
 
세월호 사고 직후 공식적인 지방선거 운동이 멈췄다. 제주 정치권의 모든 예비후보들은 일정을 중단하고 모두 수면 아래에서 침묵을 지키고 있다. 거리인사, 개소식, 방문인사, 전화홍보, 명함돌리기를 비롯한 정책 발표도 모두 중단했다.
 
다만 수면 아래에서 조용히 일정을 준비하고 선수들만 확정할 뿐이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여론의 역풍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국민적 비극인 상황에서 정치권이 ‘이벤트’를 벌이면 그렇지 않아도 정치 불신이 심한 상황에서 국민적 지탄이 될 우려가 높다는 판단이다.
 
재선을 노리는 한 현직 도의원은 “현직이라서 더욱 부담이 된다. 동네 행사 참석이나 하면 선거운동 한다고 트집이 잡힐 것 같다. 때문에 길거리도 함부로 못 다닌다. 인사조차 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2014년 현재 대한민국 해상에서 발생한 일이라고 도저히 믿기 힘든 참혹한 인재에 제주 행정역시 모든 일정을 중단했다.
 
제주도는 제주도민 최고 체육제인 ‘제주도민체육대회’를 무기한 연기했다. 이에 더해 도 주최·주관 모든 행사·축제 등을 취소했다. 기쁜 마음으로 보내야 할 가정의 달 행사도 줄줄이 취소됐다. 제주도교육청의 행사도 모두 취소됐다. 학생들의 현장 학습도 모두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공직자들도 정중동(靜中動)이다. 우근민 제주지사는 최근 회의에서 공직자의 흐트러짐 없는 처신을 강조하며 복무규정 준수를 주문했다. 양성언 교육감 역시 복부관리 철저를 지시했다.
 
한 제주시 공무원은 “퇴근 후 회식은 물론 공식 행사도 없기 때문에 일에만 충실할 뿐이다. 하지만 업무추진도 조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일부 공무원들은 정중동만이 살길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라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제주도는 발 빠르게 사고 현지에 사고지원대책본부를 설치하고 제주도민의 피해상황과 수색상황 점검에 들어갔다. 또 수색당국과 실종자 가족 지원에도 나서고 있다.
 
민간행사 역시 줄줄이 취소되거나 무기한 연기됐다. 각종 단체에서 주최하려던 문화행사 등 공식 행사가 모두 취소됐다. 각 마을마다 진행하려던 경로잔치, 체육대회 등도 모두 연기됐다.
 
더욱이 제주관광은 멈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국 시·도교육청의 수학여행 잠정 중단 방침에 제주로 오려던 수학여행, 제주를 떠나려던 수학여행은 모두 취소되거나 무기한 보류됐다.
 
게다가 일반 관광까지 자제하는 분위기여서 제주지역 여행사들은 난감한 기색이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관광문의는 줄고 여행 취소 문의는 늘어나고 있다. 이번 사고 여파가 제주관광에 미치는 파장은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행정이나 정치와 연관없는 제주도민들 역시 ‘일상’을 누리는 것 마저 미안하다는 분위기다. 한 단체는 해외관광을 가려다 위약금까지 물고 취소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해외관광은 죄를 짓는 기분이라는 이유에서다.
 
세월호 참사 발생 이후 일주일이 지났다. 너무 많은 이들이 아직도 바다에 있다. 애통함과 죄의식으로 제주사회 시계바늘은 여전히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 제주도민일보 이은혜 기자
저작권자 © 제주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