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7월이면 회천매립장 ‘만적’ 예상…쓰레기 대란 ‘눈앞’

새 매립지는 동복? 봉개?…둘 다 놓칠 수 없는 행정당국

▲ 봉개동 쓰레기 매립장. 제주도민일보DB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제주시 봉개동 회천쓰레기매립장이 차오르고 있다. 오는 7월이면 포화 상태에 빠진다. 하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대안은 없다. 게다가 신규매립지조차 선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쓰레기 대란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행정당국은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것일까?

입지선정 지지부진한 상황서 새 입지로 떠오른 동복리

봉개동 회천쓰레기매립장은 총 20만3320㎡ 규모로 188만 톤을 매립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183만5446톤이 매립됐고, 남은 매립 가능량은 4만4554톤 정도다.

제주도는 지난해 11월부터 제주시 봉개동 2곳과 구좌읍 동복리 2곳, 조천읍 교래리 등 후보지 5곳 주변 8개 마을에 주민설명회를 추진했지만 주민 간 의견이 엇갈리며 번번이 무산됐다.

봉개동은 기존 회천매립장과 인근 동쪽에 있는 국유지 목장지대(20만㎡)가 후보지에 올랐다. 구좌읍 동복리는 기존 동부폐기물매립장과 채석장이 후보지로 꼽혔다. 조천읍 교래리는 한화리조트 동쪽 바농오름 일대 국·도유지 17만㎡가 후보지로 올랐다.

행정의 ‘지지부진’한 신규 매립지 선정은 이미 도의회에서도 여러 차례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지난해 10월 신관홍(일도1·이도1·건입동) 의원은 “제주시 쓰레기 대란이 발생할 우려가 큼에도 불구하고 (행정의) 대책이 전무하다”고 질타했다.

같은 해 12월 윤춘광(비례대표) 의원 역시 “쓰레기매립장 조기만적을 진작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봉개동 주민들은 더 이상 매립은 안 된다며 만적이 되면 매립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당초 제주시는 회천매립장을 재활용할 계획이었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기약이 없는 상태다.

그러던 차에 올 초부터 구좌읍 동복리가 유력한 신규 매립지로 떠올랐다. 도유지에 분지 형태를 지녔다는 점에서 적합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제주시는 ‘동복리 민심’을 잡기 위해 지난 1월 26~28일 60여명의 마을주민과 함께 구리와 서울, 대구를 중심으로 하는 폐기물처리시설 선진지 견학을 추진했다.

아울러 각종 발전사업과 힐링케어타운 조성 등에 565억3000만원 규모의 인센티브를 약속하는 등 주민여론 설득에 나섰다.

시가 약속한 복지혜택은 가구별 태양광 발전사업과 마을 주유소 운영, 지하 해수를 이용한 노천탕 조성 등 힐링케어타운 건설, 동복지구 배수개선사업, 동복초등학교 살리기 사업 등이다.

특히 힐링케어타운의 경우 운영수익 20억 원 등을 마을에 환원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 같은 인센티브 제공에 동복리 주민여론 역시 일견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동면 동복리장은 “아직 신규 쓰레지 매립장 관련, 확정된 부분은 없다”면서도 “종전보다 분위기는 좋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마을주민회의를 통해 논의도 하고 연석회의도 가진 상태”라면서 “어느 쪽이든 빨리 결정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마을 내 찬반이 갈리는 민감한 사항인 만큼 자칫 내홍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친 것이다.

  ▲ 지난 14일 간담회를 가진 김상오 제주시장과 봉개동 대책위 주민들.

회천쓰레기매립장도 포기할 수 없는 행정당국

시가 동복리에 타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회천매립장에 대해서도 손을 놓지 않고 있다. 여전히 회천매립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봉개동 주민들은 여전히 경계를 하고 있다. 봉개동 쓰레기매립장주민대책위는 회천매립장이 재선정 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재호 봉개동 쓰레기매립장주민대책위원장은 “입지선정위원회에서 확정하고 발표해야 끝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특히 “동복으로 여론몰이 하며 흐름을 가져가지만 겉으로 보이는 부분과 실제는 다를 수 있다”고 경계했다.

그는 이어 “행정에서는 경제성면에서 봉개 회천매립장을 쉽게 놓지 않을 것이다. 신규 매립지 선정도 4월 발표지만 지금까지 나온 사항이 없다”며 “선거가 끝나고 행정공백시기에 발표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계심을 놓지 않았다.

이 같은 봉개 주민들의 우려와 마을 내 갈등은 지난 14일 김상오 제주시장과의 간담회에서 표면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시가 봉개동 주민들 일부에 대해 쓰레기매립장 선진지 시찰을 추진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대책위의 반발을 샀다.

지난 14일 제주시장실에서 간담회를 가진 봉개동 대책위와 김상오 시장은 봉개동 일부 주민들의 ‘선진지 견학’을 두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김재호 위원장은 “(입시 전성 이후) 몇 개월 뒤에 선진지 견학을 추진하면 문제가 없을 것 아니냐. 분란을 빚을 것이다”라고 견학 유예를 요구했다.

이에 김 시장은 “주민들이 선진지 견학을 요청할 때 적정 범위를 해주는 것이 행정의 의무다. 특정 배경을 염두하고 진행하는 사항이 아니”라고 말하며 대책위 요구에 불응했다. 견학은 주민들이 원해서 추진한 것이고 이를 막을 행정의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김 시장과의 간담회 이후 김 위원장은 “(선진지 견학 등으로) 찬·반이 나뉘면 지역주민 갈등이 불 보듯 뻔하다. 봉개 인구가 3000명 이상인 만큼 제2의 강정처럼 문제가 번질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고 깊게 우려했다.

시가 봉개동 쓰레기매립장을 놓지 않은 것은 신규 쓰레기매립장 건설 기간 동안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는 기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통상 쓰레기매립장을 신규로 조성하려면 적어도 2~3년이 걸린다. 하지만 시는 회천매립장에 쓰레기를 계속 매립하면서 재사용하면 그 기간을 벌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당초 회천매립장의 이용기간은 2016년이다. 하지만 포화시기가 앞당겨지면서 지난 2012년부터 재사용을 검토해 왔다. 하지만 봉개동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히자 그제야 입지를 물색하면서 아직까지도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안창남(삼양·봉개·아라) 도의원은 “미리 제주도내 전역을 상대로 공모를 거친 뒤 공모에 응한 곳을 상대로 입지선정을 했어야 했다”며 행정당국의 업무추진이 거꾸로 됐음을 지적했다.

제주시에 따르면 하루 200톤 처리 가능했던 회천매립장 시설은 지난 3월 기준 150톤 미만으로 크게 줄었다. 그야말로 목전까지 쓰레기가 차올랐다는 소리다. 행정의 주민여론 설득과 빠른 결단이 시급한 이유다. / 제주도민일보 이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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