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드마크(landmark). 포털사이트에서 사전적 의미는 ‘어떤 지역을 대표하거나 구별하게 하는 표지’라는 신조어다.

좀 더 찾아봤다. 포털사이트의 지식백과사전에서는 ‘원래 탐험가나 여행자 등이 특정 지역을 돌아다니던 중에 원래 있던 장소로 돌아올 수 있도록 표식을 해둔 것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뜻이 더 넓어져 건물이나 상징물, 조형물 등이 어떤 곳을 상징적으로 대표하는 의미를 띨 때 ‘랜드마크’라고 부르게 됐다’고 풀이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숭례문, 요르단의 페트라, 이란의 페르세폴리스, 이집트의 피라미드, 인도의 타지마할, 인도네시아의 보로부두르, 일본의 히메지 성, 중국의 천안문(만리장성),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등은 아시아 각국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이미지다.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 독일의 프란텐부르크 문, 러시아의 성바실리 성당, 멕시코의 치첸이트사, 미국의 자유의 여신상, 브라질의 구세주 그리스도상, 호주의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이탈리아의 콜로세움, 프랑스의 에펠탑 역시, 서구권 각 나라를 연상하면 떠오르는 것들이다.

캐나다의 나이아가리 폭포, 노르웨이 피오르드, 아프리카의 세렝게티 등은 각 나라와 대륙의 상징성을 갖는 자연이다.

목포·완도·부산·인천 그리고 제주의 다도해 추자도에서 배를 타고 제주항으로 들어오다 보면 저 멀리서부터 보이는 것이 있다. 그리고 비행기를 타고 제주에 다다랐을 때 한눈에 보이는 것이 있다. 바로 한라산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제주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아마도 청정한 자연과 한라산을 떠올릴 것이다.

청정한 자연은 곧 한라산이다. 한라산 자락에 검은오름이 있고, 성산일출봉이 있다. 주상절리대가 있고 고산 수월봉 지층대가 있다.

그리고 제주시, 서귀포시를 비롯한 우리 제주도민의 삶의 터전이 모두 한라산 자락에 있다. ‘한라산이 제주’요, ‘제주가 곧 한라산’인 셈이다.

따라서 제주의 랜드마크는 한라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제주의 역사와 문화, 자연을 간직한 곳이 바로 한라산이다. 많은 관광객들은 그 한라산 자락의 비경에 감탄하고 그 한라산 자락에 숨은 얘기에 귀를 기울인다.

우리 제주도민은 어떤가? 한라산 자락에서 먹고 자고 숨 쉬고 있다. 한라산이 주는 맑은 공기와 한라산이 주는 맑은 물, 그리고 그 자연과 땀방울이 빚어낸 청정 농산물. 게다가 그 한라산과 함께한 관광지들이 우리 제주 경제의 큰 버팀목이 된다.

최근 제주시 노형동에 건설되는 제주드림타워에 대해 대형 카지노 빌딩 논란이 일고 있다. 

당초 이 사업부지는 30년 전인 1983년에 지하2층, 지상 13층 규모의 ‘신제주 관광호텔’로 건립승인을 받고 터파기 공사만 한 채 사업자가 자금을 끌어 모으지 못해 사업이 중단됐다. 이후 1993년 12월 동화투자개발로 사업시행자가 바뀌었지만 여전히 사업은 추진하지 못했다.

30년째 터파기만 반복했던 것이다. 그러다 최근 중국 자본을 유치하면서 다시 사업 추진이 재개됐다. 하지만 문제가 불거졌다. 대규모 카지노 시설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동화투자개발은 최근 중국 녹지그룹과 함께 드림타워 건립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제주시 노형동 925번지 일원 2만3300.9㎡ 부지에 건물 높이 218m에 지하 5층, 지상 53층 규모로 추진되고 있다. 또 콘도미니엄 1260실과 관광호텔 908실을 들인다는 계획이다. 특히 4만1572㎡ 규모의 카지노 시설과 7788㎡의 판매시설을 조성하는 것으로 계획됐다.

당초에는 아파트 604세대, 레지던스호텔 275실을 조성하겠다고 했지만, 그 내용은 쏙 빠졌다.

사업자는 이러한 내용의 건축허가 변경을 제출한 상태다. 제주도는 이를 허가해줄지 고민에 빠졌지만 허가 쪽으로 가닥이 잡힌 듯하다.

도가 이처럼 적극적인 것은 이 건축물이 바로 제주의 ‘랜드마크’ 역할을 할 것이라는 보기 때문이다. ‘관광제주’하면 떠오르는 상징적인 이미지가 없었다는 게 그 이유에서다. 처음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결국 각계의 반대가 이어지고 있고, 심지어는 제주의 4년을 이끌어가겠다고 나선 제주도지사·제주도의원 예비후보들도 반대 내지는 다음 도정으로 넘기라고 요구하고 있다.

‘꿈의 탑’. 이 꿈의 타워가 어떤 이의 꿈을 이룰지 모르겠다. 하지만 제주의 꿈은 청정환경과 아름다운 경관을 보존하고 그 환경 속에서 자손만대 번영을 이루는 것이다. 결코 도박장을 품은 드림타워가 제주의 번영을 약속할 수 없다. 때문에 거대 도박장을 품은 ‘꿈의 탑’은 제주의 랜드마크가 될 수는 없는 것은 분명하다.

제주의 랜드마크는 아주 오랜 세월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한라산이다.

앞서 나열한 세계 여러 나라의 사례를 보듯, 모두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건축물과 아름다운 자연이 그 나라를 상징하고 있다. 아니 세계인들은 기억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도 한라산 자락에 땅을 파헤쳐 골프장을 짓고, 호텔을 짓고 있다. 랜드마크가 아파하고 가려지고 있다. / 제주도민일보 김영하 편집부국장

저작권자 © 제주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