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희생자 국가 추념일’ 지정을 위한 「각종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개정안이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지난 3월 24일, 마침내 공포됐다.

4·3 국가 추념일 지정은 지난 2000년 4·3 특별법 제정, 2003년 대통령의 공식사과 이후 제주사회가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사안으로 이제 제주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한 커다란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이번 4·3 희생자 국가 추념일 지정은 화해와 상생의 정신을 실천해 온 도민들의 땀과 노력의 열매라고 할 수 있다.

제주 4·3은 민족분단의 소용돌이 속에서 제주도민들이 영문도 모른 채 대한민국 영토 내에서 희생된 우리 현대사의 가장 슬픈 역사다.

권위주의 정부 시절에는 제주4·3에 대한 아주 작은 진상규명 시도마저도 탄압을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숱한 역경 속에서도 제주도민들은 화해와 상생의 기조 속에서 지속적인 진상규명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를 통해, 중앙정부, 여·야 정치권, 학계, 시민사회 등이 제주4·3에 관심을 갖고 문제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노력을 시작하고 마침내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다.

지난해 ‘제주4·3희생자 유족회’와 ‘제주재향경우회’가 만남을 시작한 것은 제주 도민의 화해와 상생의 노력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서로가 피해자, 가해자라고 생각하며 지속돼 왔던 반목과 갈등의 역사에서 용서, 상생,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물꼬를 여는 계기가 됐을 뿐만 아니라, 국회와 중앙정부에서도 이러한 노력을 높이 평가하여, 국가추념일 지정에 큰 밑거름이 됐다.

이제 제주4·3은 제주를 넘어 국가적 의제가 됐다. 이를 계기로 ‘화해와 상생,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전국으로 그리고 세계로 더욱 확산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이념과 지역, 세대 간 갈등과 대립을 치유하고 해결해 나가는데도 66년 제주 4·3의 역사는 소중한 교훈과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올해 평화의 섬 지정 9주년을 맞는 제주는 평화와 번영의 국제논의의 장으로 발전하고 있다. 제주포럼을 비롯하여 제주평화연구원 설립, 유니타르 제주국제연수센터 유치 등을 통하여 평화사업과 국제교류협력을 증진해 나가고 있다. 2013년 동티모르 국제개발협력은 달라진 세계평화의 섬 제주의 위상을 고양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올해 4·3 위령제는 처음으로 중앙정부가 주최하는 국가 행사로 격상돼 치러지게 된다.

지난 66년간 이어져온 제주의 고통의 역사가 당당히 국가로부터 진실의 역사로 인정을 받고, 도민과 유족들도 그 간의 상처와 아픔을 씻고 더욱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국가적으로는 새 정부 들어서 국민통합 이라는 국정과제를 실현하고, 이념갈등 해소와 국민화합에 기여한 대표적인 사례로 기억될 것이다.

이처럼 제66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이 국민들과 세계인들의 관심 속에서 진행되는 만큼, 희생자와 유족들이 그간의 한과 고통을 위로하고 도민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품격 있는 행사가 될 수 있도록 전 행정력을 집중하여 행사준비에 만전을 기해 나가고 있다.

아울러, 4·3 희생자 국가 추념일 지정을 계기로 앞으로 우리 제주사회가 과거의 대립과 갈등을 화해와 상생으로 극복하고 희망찬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120만 제주도민들 모두가 힘과 지혜를 모아주시기를 부탁드린다.

방기성 제주특별자치도 행정부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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