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김태환의 ‘결단’과 우근민의 ‘결단’

4년 전,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둔 2월17일. 제주도청 기자실에는 현직 지사의 ‘결단’을 담은 내용의 기자회견문이 전달됐다. 언론들은 앞 다퉈 그의 결단을 ‘속보’로 전하고 그 이유에 대한 ‘분석’도 내놓았다.

제주특별자치도 1대 도지사라고 자부하고 있는 당시 김태환 제주도지사가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불출마’를 선언할 당시의 이야기다.

당시 현직이라는 프리미엄을 갖고 있던 김태환 지사는 3선을 위한 출마가 예상됐었다. 그러나 그는 예상을 깨고 ‘불출마’를 선언했다. ‘기득권’을 내려놓은 것이다.

그는 표면적으로 “4년 전 도민의 선택을 받을 때 이미 결정한 것”이라면서 “지금 제주도가 너무도 중요한 시기에 있기 때문이다. 지금 시기를 놓치면 10년, 20년 뒤쳐질 수도 있다. 한가롭게 선거에 휩쓸릴 여유가 없다”고 이유를 밝혔다.

그는 또 “지금까지 제주도가 추진해 온 수많은 정책들은 말 그래도 제주의 미래를 위한 것”이라며 “제가 다시 선거에 출마한다면 논란에 논란을 거듭할 것이다. 비판을 위한 비판이 이어져 도정이 흔들고, 도정이 흔들리며 그 피해는 도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불출마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금까지 제주도는 현직 도지사의 출마로 인해 많은 갈등을 겪어 왔다. 그런 갈등은 제주사회에 큰 부담이 돼 왔다”며 “이제 그런 갈등에 종지부를 찍을 때가 됐다. 도정은 (지방선거에서) 철저한 선거중립으로 갈등해소의 중심에 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 그는 해군기지로 인한 갈등의 종지부, 제주특별자치도의 발전, 당선 당시 각오 등으로 불출마를 결심했다.

그러나 당시 언론들은 그의 불출마에 대해 현직임에도 불구하고 15%대 전후의 낮은 지지도에 우근민 전 지사와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 등이 출마에 따른 낮은 당선가능성, 세대교체론, 해군기지에 따른 주민소환투표로 인한 정치적 타격, 측근비리 등도 그의 불출마를 부추겼다는 진단이다.

▲ 김태환 전 제주도지사(왼쪽)과 우근민 제주도지사
어쨌든 당시 김 지사의 결단은 ‘대단한 결단’이라며 정치권과 도민사회의 큰 호응을 얻었다. 물론 지지자들로부터는 큰 반발을 샀다. 지지자들은 그의 집무실에 쳐들어가 그의 불출마 선언을 만류했다. 그리고 그는 기자회견까지 직접 나서지 않았다.

4년이 지난 2014년 3월.

현직임에도 낮은 지지도, 세대교체론, 해군기지와 행정체제 개편 등 수많은 갈등 양산, 측근의 사전 선거운동, 부적절한 언행과 행보, 제주도청 공무원들의 잇단 비리 등. 그에게는 여론이 긍정적이지 않다. 우근민 지사의 이야기다.

우 지사는 지난해 지지자 1만7000명(본인은 1만2000명이라고 했다.)과 함께 새누리당에 들어갔다. 세몰이 입당, 기획입당이라는 비난이 그를 공격했다.

그럼에도 그의 출마에 따른 행보는 계속됐다. 하지만 그는 원희룡 전 국회의원이라는 암초에 걸렸다. 중앙언론의 여론조사에서 원 전 의원의 지지도는 모두를 앞섰다. 세대교체론과 중앙정치권에서 거물급으로 성공한 정치인이라는 이미지(?) 덕에 그의 지지율은 떨어지지 않았다.

강자로 분류됐던 우 지사는 원 전 의원의 출마 움직임에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출마를 막기(?) 위해 "국민선거참여인단 대회를 통한 상향식 공천 방식으로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탈당 가능성에 대해서는 "100% 여론조사 방식을 채택하지 않을 것"이라며 "경우의 수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배수의 진을 쳤다. 하지만 새누리당 중앙당은 자신들이 내몬(?)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상황이 우 지사에게 불리하게 됐다. 탈당 후 출마는 지난 2010년과 같은 경우의 수가 돼 무리수가 분명하다. 그렇다고 100% 여론방식의 경선 참여도 부담스럽다. 불출마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우 지사는 급거 칩거에 들어가며 고심에 고심을 하고 있다. 언론들은 탈당 후 출마·경선 참여·불출마 등의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4년 전 김태환 지사는 ‘불출마’를 선언하자 그의 도정 운영에 대한 평가야 어쨌든 도민 사회에서는 ‘대단한 결단’이라고 치켜세웠다. 측근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불출마라는 ‘용단’을 내렸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은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그는 제주를 위해 일하고자 하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임기를 마치고 그 권좌에서 내려왔다.

우근민 지사의 민선 5기 제주도정은 각종 수치로는 큰 성과를 얻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도민사회 평가는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평가야 어떻든 간에 도민 사회는 세대교체와 새 인물을 원하고 있다.

이유가 어찌됐든 결정은 그의 몫이다. 그가 제주를 위해 할일이 남아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가 ‘결단’을 어떻게 내리느냐에 따라 제주 미래를 책임질 후대 정치인들에게 ‘용단’이냐, ‘욕심’이냐는 극명한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 제주도민일보 김영하 편집국 부국장

저작권자 © 제주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