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전망대]새누리 경선 ‘100% 여론조사’…우 지사 요구에 반해
우 “결정 받아들일 수 없어…원칙에 예외 없다”…탈당 가능성도

원희룡 전 국회의원이 새누리당 제주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다.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원 전 의원이 요구한 100% 여론조사 방식으로 제주도지사 후보를 뽑겠다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존 방식의 경선을 요구해왔던 우근민 지사의 거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는 12일 여의도 당사에서 5차 회의를 열었다. 이날 저녁부터 13일 새벽까지 이어진 마라톤 회의에서 결국 6·4지방선거 제주지사 후보자 선출 방식을 ‘100% 여론조사’ 경선으로 적용키로 최종 결정했다.

광역자치단체장 후보 선출방식은 당 최고위원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공천관리위 결정만으로 확정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원희룡 전 의원이 제주지사 경선에 나서게 됐다.

원 전 의원은 그동안 “‘국민참여선거인단 대회(20%(대의원), 30%(당원), 30%(국민 선거인단), 20%(여론조사)’ 제도에 허점이 있다”며 “당비를 몇 달 동안 낸 당원들에게는 우선적으로 투표권을 주는 게 있다 보니 출마를 준비하는 사람들, 특히 조직 동원력이 있는 사람들은 당원을 입당시켜서 경선 때 투표권을 독점하는 그런 사례들이 있다”며 우 지사를 겨냥해 왔다.

그는 특히 “이게 너무 정도가 심해서 일반 국민의 선거 투표에서의 지지도를 왜곡할 정도”라며 세몰이 입당(기획입당)에 따른 당심 왜곡을 비판해 왔다.

그는 그러면서 당헌·당규에서의 예외조항인 ‘취약지구에 대한 100% 여론조사’를 요구해 왔다.

이런 와중에도 새누리당 지도부는 ‘원칙론’만 내세운 채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오히려 혼란만 가중됐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시·도지사 후보 공천은 국민참여선거인단 대회를 비롯한 대통령 후보자 선출 규정이 엄격하게 모두 준용돼 상향식 추천 방식을 통해 선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공천관리위원장인 홍문종 사무총장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전략공천, 100% 여론조사 방법의 공천 등이 없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고 원칙론을 역설했다.

김재원 공천위 부위원장도 “원 전 의원의 요구나 주장에 따라가거나 의견에 동조하진 않는다”며 “당헌·당규에 정한 절차와 정신, 상향식 공천 기본취지에 맞게 운영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상황이 원 전 의원에게 불리하게 전개되자 그는 “100% 여론조사 경선이 안 된다면 그 즉시 30분 내로 불출마를 선언하겠다”며 관망에서 강공모드로 전환했다.

반면 우근민 지사는 공정한 상향식 공천을 강조하며 기존 방식의 경선을 끊임없이 요구해 왔다.

그는 지난 5일 출마선언 기자회견에서 “새누리당 입장에서도 공약 실천에 대한 약속을 대신하는 의미에서 상향식 공천 대원칙이 이뤄질 것”이라며 “100% 여론조사 경선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지도부의 기존방식 선호에 힘을 입었지만 당공천위가 11일 회의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제주를 '취약지구'로 규정했다. 여론조사 방식의 가능성이 다시 살아난 것이다. 다급해진 우 지사는 12일 또 다시  기자회견을 열고 기존방식을 전재로 “지방선거 목전 당원을 배제하자”고 제안했다.

특히 우 지사가 '경선 과정에서 신규 당원 배제'를 제안한 이날은 진영싸움이 극명이 드러났다.

김방훈·양원찬 예비후보가 우 지사의 기자회견 뒤 도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100%여론조사도 중앙당이 결정하면 받아들이겠다”며 “우 지사는 후보 자격이 없다”고 날을 세웠다.

반면 김경택 예비후보는 기존 방식을 재차 요구했다. 그는 두 예비후보의 기자회견 직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방선거에서 당원 경선 참가라는 기본적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한다면 당원들의 존재 이유가 뭔지 반문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우 지사가 제시한 방안에는 수긍할 수 없다고 했다.

결국 ‘룰의 전쟁’은 원 전 의원 측의 승리로 끝났다.

룰의 전쟁이 끝나자 이번에는 우근민 지사의 거취가 궁금해지게 됐다. 우 지사는 그 동안 “100%여론조사 방식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여론조사 결정 시 탈당 여부에 대해서는 분명히 밝히지 않았다. 이는 탈당도 가능하다는 뜻으로 비춰지는 대목이다.

하지만 우 지사의 탈당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을 탈당하면서 출마한 전력이 있었던 터라 탈당 뒤 출마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 지사는 탈당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 지사의 한 측근은 “아직까지 결정된 것은 없다. 논의하고 결정하겠다”면서도 “우 지사의 기본적인 입장은 공천관리위원회 입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원칙이라는 것은 예외가 있을 수 없다”고 탈당도 불사할 뜻이 있음을 시사했다.

만약에 탈당이 힘들다면 여론조사 방식으로 경선을 치러야 할 상황이다. 기존 여론조사에서는 원 전 의원이 월등히 앞서고 있어 여론조사에서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렇게 되던, 저렇게 되던 우 지사로서는 이번 경선 룰 결정은 넘기 힘든 산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새누리당은 오는 15일까지 지방선거 경선 후보자 신청을 마감한다. 이에 따라 우 지사도 오늘과 내일 중으로 최종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원 전 의원은 경선 방식이 결정되자 13일 제주로 내려와 본격적으로 선거캠프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선거 준비에 나설 계획이다. 출마선언은 오는 16일 오후 2시 관덕정에서 할 예정이다. / 제주도민일보 김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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