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경 | 종이에 수채 | 개인소장)

에밀 놀데(1867-1956)는 40세에 이르러 화가로 전향한 예술가이다. 처음 목조공예를 공부한 그는 가구 디자이너로 일했으며, 장식 드로잉을 가르쳤다. 독일 슐레스비히의 농가에서 태어난 그의 초기 회화는 환상적인 느낌의 농촌 풍경이 주를 이뤘다.

그는 농촌 풍경 속에 거대한 트롤(troll, 지하나 동굴에 사는 괴물)로 의인화된 산을 그려 넣기도 했는데, 이 시기의 작품들은 훗날 그가 오로지 그림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는 재정적 뒷받침을 마련해주었다. 1898-1901년, 놀데는 미술학교에 다니며 다카우 지방의 풍경화가들과 어울렸다. <밀밭>은 놀데가 한창 공부 중이던 1900년경 그려진 그림이다.

위 그림의 좌우를 관통하는 황금빛 섬광은 짙푸른 대지를 가르며 빠르게 스쳐간다. 따라서 관람자의 눈은 대지 자체와 진홍빛을 띤 한 채의 집에 머물게 된다. 놀데는 색채가 일으키는 감정적 반응에 깊이 공감한 예술가였다. 그는 마네와 세잔, 뭉크, 프랑스 상징주의 예술가들의 작품을 열렬히 찬양했다. “요즘 들어 나는 무수한 시각과 무한한 상상력을 갖게 되었다. 내가 어디에서 눈을 돌려 자연을 바라보든 간에 하늘과 구름은 늘 살아서 움직인다 … 그것은 나를 괴롭히기도 하지만, 나에게 열정을 불러일으킨다.”

가볍고 영묘한 빛에 잠긴 「밀밭」은 풍경이 영적인 느낌과 어떻게 결합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것은 놀데가 여러 번 다시 찾은 주제이기도 하다. 즉, 영성(靈性)을 주입함으로써 자연을 변형시키는 것이야말로 놀데 작품의 목적이었던 것이다. 1906년, 놀데는 독일 표현주의 그룹 다리파의 일원이 되기를 요청했고, 짧은 기간 이 모임에 가담했다. 그는 20세기의 위대한 수채화가 중 한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발췌=「명화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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