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유일한 이산가족 상봉자 이종신씨 가족…23~25일 일정

▲ 북에 있는 형님과 만날 생각에 들뜬 이종신씨(75)가 얼굴이 상기된 채 기쁜 마음을 털어놓고 있다.

“얼마나 변했을까? 알아 볼 수는 있을까?”

21일 오전 제주국제공항에서 북한으로 향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는 이들이 있다.

바로 제주지역 유일한 이산가족 상봉자 이종신씨(75·제주시 삼도1동) 가족이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형님을 볼 생각에 종신씨의 얼굴이 한껏 상기됐다.

지난해 여름, 대한적십자사에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북에 있는 형 리종성(85)씨가 고향인 제주 애월읍에 있는 부모님과 동생들을 찾는다는 소식이었다. 그렇게 65년만에 형의 생사를 확인했다.

1948년 종신씨가 7살이었을 무렵, 형 종성씨는 집 안에 들이닥친 정체 모를 사람들에 의해 인천소년형무소로 끌려갔다. 이후 6.25전쟁까지 발발하면서 형은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2남 4녀 중 장남인 형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어머니는 10년이 지나도 형이 돌아오지 않자 묘비를 세우고 매해 생일날 제사를 지냈다. ‘우리 장남, 한 번만이라도 보면 소원이 없겠다’고 읊조리시던 어머니는 지난 1998년 가슴에 종성씨를 묻은 채 잠이 드셨다.

▲ 리종성씨의 어머니는 10년째 아들의 소식을 알 수 없자 애월읍 금석리(지금의 유수암리)에 비석을 세우고 제사를 지내며 아들을 기렸다.

“형님이 살아있단 연락을 받자마자 그 길로 곧장 부모님 산소에 달려갔어요. 같이 보셨으면 좋았을텐데…”

하지만 형을 볼 수 있다는 부푼 꿈도 잠시, 지난해 9월 예정이었던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북한의 일방적인 통보로 연기되면서 종신씨의 가슴은 시커멓게 타들어갔다.

다행히 이달 초 이산가족 상봉이 재개되면서 종신씨의 얼굴에는 다시 화색이 돌았다. 속상한 마음에 한쪽에 치워뒀던 선물들도 하나 하나 다시 챙겼다.

형님이 식구를 몇 명이나 둔 지 몰라 내의를 여덟벌이나 준비했다. 적십자에서 준 얼굴 사진만 보고 체격을 어림잡아 두꺼운 잠바도 마련했다. 행여나 추운 날 감기라도 걸리셨을까봐 종합감기약도 넣었다.

그리고 형님이 가장 궁금해 할 돌아가신 어머니, 아버지 사진도 가져간다. 이 할아버지는 “아버지가 63세에 돌아가셨는데 지금 형님 나이가 85세, 제가 75세네요”라고 말하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 대한적십자사 직원으로부터 상봉 일정을 듣고 있다.

1차(20∼22일), 2차(23∼25일)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되는 상봉행사에 2차 상봉단으로 가게된 종신씨는 아내 문옥선씨(71)와 여동생 이영자씨(71) 부부, 그리고 아들 이상현씨와 함께 벌써 떠날 채비를 마쳤다. 행여나 22일 비행기가 뜨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 때문이다.

21일 서울에 올라가 하룻밤을 묵은 뒤 22일 오후 2시 강원도 속초로 이동해 한화리조트서 방북교육을 받을 예정이다. 이후 23일 오전 속초를 떠나 강원도 고성을 거쳐 오후 금강산에 도착하면 꿈에만 그리던 형과 3일 동안 11시간의 만남을 갖게 된다.

종신씨에게 형을 만나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말이 무언지 물었다.

이에 종신씨는 ‘형님, 돌아가신 줄만 알고 있었신디 살아줘서 고맙수다’고 말하겠다면서 벅차오르는 감정을 감추지 못하고 울먹거렸다.

한편 20일 현재 남측 이산가족 상봉대상자 82명과 동반가족 58명 등 140명이 북한에 있는 가족 178명을 만나고 있다.

북측 의뢰자에 따라 이뤄지는 23~25일 2차 상봉에는 북측 의뢰자 88명이 종신씨 가족을 비롯한 남측 가족 372명을 만나게 된다. /제주도민일보 안서연 기자

저작권자 © 제주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