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관급공사 비리 제보 1호 시민 조창윤씨

  ▲ 관급공사 비리 제1호 보상지급자 조창윤(55)씨.

“문제 제기 과정에서 서귀포시장 면담요청만 52번 했다. 부담감은 있지만 관급비리를 사람들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분 노출 여부를 물었더니 담담하게 답하는 관급공사 비리 제보 1호 시민 조창윤(55)씨.
 
이야기는 지난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씨는 이중섭거리 간판정비사업을 맡은 A업체의 ‘공사비 부풀리기’ 의혹을 제기하며 제주도감사위원회·행안부·감사원·제주도 등에 문제를 고발했다.
 
조씨의 신고가 결정적 역할을 하며 지난 2011년 11월 실시된 감사위 조사에서는 해당 업체가 설계와 다르게 간판을 시공, 8860만원을 챙긴 사실이 드러났다. 도감사위는 서귀포시청에 해당 업체가 빼돌린 돈을 회수하라는 요구를 내렸다.
 
이후 2014년 1월 28일 도감사위는 서귀포 이중섭 거리 관급공사 비리 최초로 제보한 조씨에게 440만원의 보상금 지급을 확정했다.
 
이번 지급 결정은 지난 2009년 11월 4일 ‘제주도감사위원회 부조리 신고보상금 지급 조례’ 제정 이후 최초다.
 
2년간 줄기차게 공직부조리 문제를 제기해온 그는 이번 감사위 결정에도 “아직 갈길이 멀다”고 말한다.
 
‘행동하는 시민’으로 남고 싶다는 그에게 그간의 과정과 소회를 물었다.
 
 
 
△ 이중섭거리 간판사업 문제점은 어떻게 알게됐나?
 
지난 2010년 10월 제보를 받았다. 확인해보니 이중섭거리 간판정비공사 낙찰업체가 설계와 다르게 시공된 정황이 보였다. 공사관련 시방서를 검토하고 도감사위에 해당 사실을 알렸다.
 
△ 도감사위 제보 이후 반응은?
 
도감사위에서 시정하겠다는 답변을 받았지만 알고보니 서귀포시에서 공사비를 1억 증액하는 등 개선이 전혀 없었다. 수차례에 걸쳐 시장 면담을 요청했지만 묵살 당했다.
 
△ 그래서 일인시위를 시작했나? 주변 걱정은 없었는지
 
행정이 가진 권력이란 시민을 위함이다. 공직이 정도를 벗어나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이후 61일간 서귀포시청 앞에서 1인시위를 벌였다. 주변에서 그러더라. 애들이 커가는 입장인데 그런 부분도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나는 그렇기에, 내 아이들이 살 수 있는 세상이 깨끗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 힘들지 않았나?
 
물론 힘들다. 일단 생계가 편치 않고 주변의 시선도 곱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래도 모순은 절대 피하지 않으려 한다. 문제를 제기한 사람은 여러 가지로 힘들지만 혼자 사는 세상 아닌데 많은 사람이 잘 살아야 하지 않겠나.
 
△ 도감사위 보상이 결정된 당일 소회가 남달랐겠다.
 
복잡미묘했다. 워낙 이중섭거리 문제로 오래 행정에 문제제기를 해온터라 지인들이 연락을 하더라. 당연히 해야할 일을 한 것이지만 감회가 남달랐다. 이중섭거리 문제가 워낙 명확한 사안인데도 불구하고 심의가 40일 걸렸다. 논점에서 벗어난 사항으로 딜레이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 도감사위 보상이 결정되기까지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있나?
 
심의과정에서 논란이 많았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다. 답답한 마음에 당사자인 나를 증인으로 채택해달라고도 요청했다. 도감사위 심사위원 논의 시 팩트에서 벗어난 논란이 벌어진다는 사실에 마음이 괴로웠다. 사안이 ‘이중섭거리 관급공사 비리’면 제보를 근거로 다뤄야 한다. 사안을 벗어난 이야기가 논쟁의 화두가 되는 것은 정말 아니라고 본다.
 
  ▲ 1인시위 중인 조창윤 씨. 제주도민일보DB
 
△ 실명 공개가 신경쓰이지 않나?
 
혹자는 실명이 공개되면 좋지 않은 영향도 올 것이라고 한다. 심지어 몸 조심하라는 말도 들었다. 신경쓰이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지. 그러나 당초 이중섭거리 문제가 무기명 투서 제보도 아니었고 시위 전에도 시장 면담을 52번 요청했다. 사람들에게 알려져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 감사위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인사권 독립이 시급하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소속 공무원들 운신의 폭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어떤 감사위원이 인사권을 가진 윗선을 개입이나 부담없이 감사할 수 있겠나. 그래서 솜방망이 처벌 논란 등이 야기되는 것이다.
 
△ 제주의 가장 ‘아픈’ 부분은?
 
청렴도. 제주도정에서 청백리제도 등 시스템적으로 접근하려 하는데 시스템이 불완전해서 비리가 터지는게 아니라고 본다. 결국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은 법 아니겠나. 마인드부터 바뀌어야한다.
 
△ 제주 제1호 공직부조리 포상자로 할말이 있다면.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장이 숙성하려면 과정에서 구더기도 생길 수 있지 않겠나. 신고를 망설이는 누군가가 있다면 용기 있게 나서주기를 바란다. 부조리 고발자는 배신자가 아닌 나름의 ‘정도’를 지닌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비리가 있어도 눈감지 말고 나서야 제주사회도 자정이 가능하리라 본다. /제주도민일보 이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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