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임현자·시인 이생진 ‘시와 그림으로 만나는 제주’전
갤러리 ‘곶간 쉼’ 네번째 초대전…9월5일까지

임현자 작
미술평론가 김유정씨에 따르면 “자연은 웅대한 서사시를 머금은 창작의 밭”이다. 제주의 자연은 사계절 사람의 감정을 흔들어놓는 마력으로 작가들에게 창작의 법열(法悅)을 맛보게 한다. 글을 엮는 시인이나 그림을 그리는 화가나 예외는 없다. 

오래전부터 제주를 쉴새없이 캔버스에 옮겨온 경북 출신의 화가 임현자씨가 오랜 ‘벗’ 이생진 시인과 함께 갤러리 ‘곳간·쉼’의 초대를 받았다. 제주의 사계절 풍경이 담긴 유화와 담백한 싯구가 갤러리를 제주의 심상들로 가득 채워 놓았다.

임씨의 작품들은 제주의 풍경이되 내뿜어지는 빛깔이 다채롭다. 포구를 끼고 올망졸망 자리한 초가 풍경이나 샛노랗게 돋아난 유채밭의 싱싱함은 이방인들 눈에 띄인 제주 풍경의 이국적 느낌을 그대로 담고 있다. 반면 방금이라도 비가 우두둑 쏟아질 듯 어두운 채도의 바닷가나, 와르르 하얀 포말로 부서지는 거친 파도의 모습, 또는 거센 바람에 무참히 흔들리는 뿌리깊은 나무의 휘어짐에서는 이곳 섬 제주에서 아픔을 안고 살아온, 살다간 이들의 얼굴을 떠올리게 한다.



‘성산포의 시인’으로 널리 알려진 충남 서산 출신의 원로시인 이생진씨는 언제나처럼 바다의 짠내가 가득한 시들을 풀어놓았다. ‘…백록담으로 내려 온 별/ 바다가 보고 싶어/ 성천포에 와 있네’(성천포 중), ‘성산포에서는 그 풍요 속에서도 갈증이 인다…풍덩 생명을 빠뜨릴 순 있어도 한 모금 물을 건질 순 없다…’ (풍요 중) 등 제주의 삶을 덖어 낸 시들을 여러점 선보인다.

제주를 통해 창작의 법열을 맛봐온 임현자·이생진씨의 ‘시와 그림으로 만나는 제주’전은 오는 9월5일까지 삼달리에 위치한 갤러리 ‘곶간 쉼’에서 볼수 있다. 30여점 전시된다. 한편 이번 전시회 작품들은 같은 이름으로 발간된 시화집으로도 만날 수 있다. 문의=784-9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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