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 | 캔버스에 유채물감 | 66.7X102cm |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MoMA))

뛰어난 구성력이 돋보이는 이 그림은 마치 영화의 스틸컷 같은 느낌을 준다. 조끼 차림의 한 머리 벗겨진 점원은 모빌 주유소 앞마당에서 주유기를 점검하고 있다. (이 주유소는 실제 매사추세츠 주의 트루로에 있다.)

뉴잉글랜드 지방의 짙은 아카시아 나무를 따라 난 대각선 방향의 긴 길은 거의 어두운 터널 같은 모습으로 뻗어나간다. 이 길은 ‘짧은 휴식을 환영’한다는 듯, 보는 이에게 위안을 주는 작은 마을의 주유소와는 대조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어둡고 우울한 하늘 배경 때문인지, 고유의 주유기--빨간색과 흰색이 어우러진--와 뉴잉글랜드의 자동차 정비소 건물이 서 있는 작은 마을은, 경계가 불분명한 모호한 느낌을 준다. 하늘의 자연광 역시 주유소의 인공 빛과는 분명한 대조를 이룬다.

이 그림을 그릴 당시 에드워드 호퍼 (1882-1967)는 무력감과 우울증에 빠져 있었으며, 연이어 작은 수술을 받았다. 그 이후 호퍼는 사력을 다해 그림을 그려나갔다. 1901-1906년, 파리에서 로베르트 앙리를 사사한 호퍼는 빛과 색채를 배합하는 탁월한 능력을 얻게 되었다.

당시 앙리는 부두, 공장 등을 현실적으로 묘사함으로써, 급팽창하는 미국 대도시인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보여주고자 했던 미술 운동인 애시캔 화파(Ashcan school)의 회원으로 활약하고 있었다. 호퍼는 당시 자국의 예술가들이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미국의 소박한 건축 및 일상의 거리 풍경에 대한 나름의 해석을 제시하고자 했다. 그러한 의미에서 그는 시각적인 동시에 시적인 양식을 지닌 다큐멘터리 예술가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발췌=「명화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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