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주 전 서귀포시장이 몰고 온 2014년 선거 변수

이제 민주당 화두는 '성추행·관권선거 DNA 척결'

  ▲ 2일 정례직원조례에서 한동주 전 서귀포시장 발언 파문에 대한 진화를 위해 사과하고 있는 우근민 제주도지사.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로 내년 지방선거 출마를 위한 새누리당 공천은 점점 불투명해 지고 있다.
'점입가경', '파국', '게이트', '충격', '일파만파'

내년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여 앞두고 제주사회를 채우고 있는 단어들이다.

그 핵심엔 우근민 제주도지사와 한동주 전 서귀포시장이 자리한다.

제주도내 고질적인 공직자 '줄 세우기' 논란의 장본인이 바로 우 지사 최 측근이라는 점에서 이번 파장이 만만치 않다.

지난 11월 29일 저녁 서울에서 열린 '재경 서고(서귀포고등학교)인 정기총회 및 송년의 밤'에서 나온 한 전 시장의 발언은 모두를 경악에 빠뜨렸다.

"내가 당선되면 네가 서귀포시장해라", "솔직히 내면적인 거래를 하고 이 자리에 왔다", "제가 더해야 사업하는 분 계약 하나 더 줄 수 있다."

현대판 매관매직을 고위공직자이자 도지사 최 측근이 술자리도 아닌 공식석상에서 한 발언이라는 점에서 도민들의 충격은 더 컸다.

우 지사는 이튿날인 30일 한 전 시장을 직위해제 했지만 오히려 '꼬리자르기'라는 비판을 받으며, 사태만 더 악화된 꼴을 낳았다.

민주당 제주도당은 2일 제주지방검찰청에 우 지사를 공직선거법상 '매수 및 이해유도죄' 등에 해당한다고 고발했고, 한 전 시장을 공직선거법상 '사전선거운동' 등에 해당한다고 고발했다.

앞서 1일 제주도선거관리위원회는 발 빠르게 한 전 시장을 소환조사 했고, 경찰도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 수사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기본이고 민주당 양승조 최고위원까지 나서 2일 당대표 회의에서 "성추행 DNA와 관권선거 DNA가 청정 제주를 오염시키고 있다"고 우 지사에 직격탄을 날렸다.

  ▲ 한동주 전 시장은 2013년 우근민 도지사 정치인생의 최대 트러블메이커(troublemaker·말썽꾼)가 돼 버렸다.
우 지사는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2일 오전 정례직원조회에서 "심히 유감스럽다. 정치적 중립이 훼손된 점에 도민과 서귀포시민 7000여 공직자에 송구스럽다"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하지만 내면거래의 '갑'이 우 지사고 '을'이 한 전 시장이라는 점에서 앞으로의 가시밭길은 불 보듯 뻔 한 상황이 돼 버렸다.

특히 성추행 전력과 철새정치의 비난여론을 뚫고 새누리당에 안착한 우 지사가 자칫 당 입장에서는 '계륵(鷄肋)'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3400여표의 허수를 제외하고 1만4000명을 모아 새누리당에 입당시킨 저력(?)이 우 지사에게 남은 마지막 카드가 돼 버렸다.

내년 6월 한 전 시장에게 "서귀포시장 자리를 한 번 더 주겠다"고 공언할 만큼 우 지사는 새누리당 공천에 자신이 있었지만 지금은 누가 봐도 불투명한 상태다.

이미 우 지사 입당을 반대해온 박찬식 새누리당 제주도당 고문은 "우 지사가 총무처에 재직시절 총무처장관을 역임한 '7인회' 멤버인 새누리당 상임고문을 '실세'로 지목"하면서 '우 지사 입당진상규명 범도민대책위원회'까지 구성할 뜻을 밝히고 법원에 입당승인무효 소송까지 거론한 마당이다.

우 지사의 가시밭길은 이 뿐만이 아니다. 재선충 고사 제거작업 중 사망한 '애월리장 영결식 골프' 논란에 '선심성 예산편성' 등 손을 꼽아도 모자를 지경이다.

한 전 시장의 발언 파문이 터진지 사흘이 지난 이 시점에서 새누리당 제주도당의 반응은 의외로 잠잠한 상태다.

새누리당 제주도당 한 임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문제가 된 부분에서 팩트가 무엇인지 분명히 따질 필요가 있다. 현재로서는 일방적인 말만 듣고 판단할 상황이 아니"라며 "사태를 지켜보고 있고 수사당국의 수사결과 등 정확한 팩트가 나오면 그에 따른 후속조치가 진행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칫 우 지사를 문제 삼자니 입당을 승인한 과정이 문제 될 수 있고 묵인하자니 이번 사태가 몰고올 파장이 만만치 않은 것이다.

하지만 이미 새누리당 제주도당 내 반발움직임이 공식적으로 일고 있는데다 야당인 민주당의 공격도 커질 전망을 보이면서 우 지사는 그야말로 '진퇴양난(進退兩難)'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를 바라 본 시사평론가 유창선 박사는 한마디로 새누리당에는 아킬레스건이고 민주당에는 기회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유 박사는 "원론적으로 보더라도 계속해서 물의를 빚은 인물이 제주도를 책임진다는 것은 부적절한 것 아니겠냐"며 "다음 지방선거에서도 새누리당이 이 부분을 감안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유 박사는 또 "이미 입당시킨 상황에서 그리고 공천 가능성도 가장 유력한 상황이라면 이번 논란만큼은 (새누리당 입장에서)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며 "민주당 입장에서도 우 지사 입당을 비판하던 차에 지방선거를 놓고 압박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제주도민일보 김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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