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부동산카페, 헌책 가져가면 커피 주는 ‘그 곳’

▲ 제주시 연동에 위치한 웰컴센터 옆 골목으로 들어가면 부동산카페 '제주땅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다.

제주 여행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제주웰컴센터. 바로 옆 골목을 비집고 들어가면 제주에 매료된 이들의 정착을 돕기 위한 부동산카페 ‘제주땅이야기’가 자리 잡고 있다.

다소 생소한 ‘부동산카페’. 정체가 뭘까? 겉모습은 여느 카페와 별반 다를 바 없지만 카페 이름이 ‘땅이야기’라니. 무슨 사연이 있는걸까?

의아심을 품고 가게에 들어서자 삼사오오 사람들이 모여 있다. 카페 손님인걸까? 부동산 손님인걸까? 한 중년의 여인이 말을 건넨다. “주문 하실래요?”

▲ 가게 입구에는 제주를 상징하는 '돌하르방'이 떡하니 서있다.

이 가게의 주인인 고희경 소장. 그에게 ‘제주땅이야기’에 대한 소개를 주문했다. 고 소장은 가게를 개업한 지난 3월로 거슬러 올라가 부동산카페를 만들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10여년이 넘게 중개업에 종사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동산에 대해 왠지 모를 ‘부담감’을 갖고 있더라구요. 정보를 나누기 위해서는 ‘소통’ 해야 하는데 접근부터 어렵다면 시작도 할 수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문턱을 낮추기 위해 고안한 것이 바로 ‘부동산카페’예요”

고 소장은 십여년 전까지만 해도 마을의 사랑방 역할을 하던 ‘다방’의 모습을 떠올렸다. 지나가는 사람들 누구나 부담없이 들러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소통의 장. 그는 요즈음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카페에 부동산을 결합시킨다면 좀 더 의미있는 문화 공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 카페와 부동산을 접목했더니 새로운 문화공간이 탄생했다.
그런데 중개업이야 10년이 넘게 해왔으니 문제 없지만 ‘커피’ 만드는 일이 문제였다. 그저 인스턴트 커피 전문점이라면 ‘카페’라는 이름을 내세우기도 부끄러울터. 고 소장은 ‘제대로 한 번 해보자’ 마음 먹고 커피 창업반 수업을 수료했다. 또 상주할 수 있는 바리스타도 한 명 섭외했다.

그렇게 해서 올해 3월 22일 국내 최초 부동산카페 ‘제주땅이야기’가 문을 열게 됐다. 제주에서 땅 이야기를 가장 편안하게 할 수 있는 장소. 고 소장은 그간 중개업을 하면서 부동산 문을 가장 많이 두드렸던 ‘이주민’들을 이 곳으로 초대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제주인구가 60만명에 이르게 된 데는 이주민들의 ‘몫’이 크죠. 예전에는 명예퇴직한 사람들이 주였는데 이제는 각양각색이더라구요. 자연·휴양·문화 등 각자 추구하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제주에서 제2의 삶을 시작하려는 이들에게 ‘길잡이’ 역할을 해주고 싶었어요”

고 소장은 “꼭 땅이나 집을 구입하지 않아도 좋으니 ‘정보’를 얻고 싶다면 가게를 찾아오라”고 당부했다. ‘중개업자’이기 전에 ‘제주도민’이라고 밝힌 그는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보이며 “커피 한 잔 값에 제주살이 정보를 얻어가라”고 말했다.

▲ 제주땅이야기 온라인 홈페이지(http://jejulandstory.com).

그는 오프라인 뿐만아니라 온라인에서도 부동산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온라인 사이트에서는 제주의 부동산정보를 포함해 제주 소식, 부동산, 추천동네, 여행정보, 카페정보 등을 알려준다. 아직 홈페이지와 블로그가 활성화 되지 않아 다소 미흡한 점은 있지만 얼마 전에는 그저 사이트만 보고 ‘믿고’ 거래한 고객도 있었다.

“서울에서 변리사로 일하다 퇴직하고 제주에 오려는 사람이었는데, 우리 사이트를 둘러보곤 ‘믿음’이 생겼다면서 집을 중개해달라고 하더라고요. 대게들 1~3일 정도 내려와서 직접 물건을 본 뒤 결정하는데 이 손님은 보내준 사진만 보고는 ‘믿는다’며 바로 계약했어요. 이 사람이 날 뭘보고 이렇게 쉽게 계약하나 싶으면서도 한편으론 믿어주니 참 고맙더라구요”

그렇게 해서 맺은 ‘소중한 인연’을 고 소장은 아직까지 이어가고 있다. 의심이 의심을 낳는 요즘같은 세상에서 참 드문 일이다. 이는 바로 제주도를 그저 휴양 위주의 섬이 아니라 매력적인 섬으로 알리고자 애쓴 고 소장의 노력이 낳은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

▲ 지난 5월 제주땅이야기는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연중 진행하는 착한가게 캠페인에 동참키로 했다. 노란 스카프를 두른 여성이 고희경 소장이다.

고 소장의 노력은 ‘착한가게’ 캠페인 동참으로까지 이어졌다. 도내 어려운 이웃들에게 기부하기 위해 그는 ‘헌책 가져오면 카페라떼 줄게’라는 물물교환 캠페인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캠페인에 따르면 헌 책을 가져올 경우 커피 한 잔을 ‘무료’로 마실 수 있다. 그렇게 쌓인 헌책은 또 다른 손님에게 판매된다. 바로 그 돈이 ‘기부금액’으로 쓰이는 것이다. 고 소장은 “기부활동 취지도 있지만 헌책방 추억을 떠올릴 수 있지 않느냐”면서 “이 또한 부동산의 문턱을 낮추는 활동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 '헌책 가져오면 카페라떼 줄게' 캠페인이 진행 중이다.

그렇다면 ‘제주땅이야기’의 최종 꿈은 뭘까? 고 소장은 “제주땅을 찾은 이주민들로만 이뤄진 ‘마을’을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소형주택 10여 가구 정도가 있는 테마가 있는 마을을 만들어서 이주민들에게 저렴하게 공급하는 거예요. 이주민들끼리 서로 소통하면서 외로움을 덜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제주의 생활 습관이나 미풍양속이 내륙지방의 전통과 달라서 다소 생경할 수도 있지만 그들끼리 어려운 점들을 함께 나누고 풀어나간다면 값진 공동체가 되지 않을까요?”

뿐만아니라 고 소장은 “다른 지역에도 이같은 문화공간이 마련될 수 있도록 전파할 계획”이라면서 “부동산카페 체인점을 차리기 위해 현재 상표 등록까지 마친 상태”라고 밝혔다.

▲ 제주땅이야기의 최종 목적은 '이주민단지' 조성이다.

그러면서 “집을 구하는 이들이 내게 쉽게 말을 걸길 바란다”며 “고객은 따듯한 집을 얻고, 나는 따듯한 보람을 얻게 되는 게 바로 ‘행복’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제주이민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살짝 말을 건네본다. 제주의 바람처럼 당신을 향해 손짓하는 ‘제주땅이야기’에 들러보는 건 어떨까?

밖과 집, 오늘과 내일, 제주도와 육지, 그 사이에 ‘제주땅이야기’가 있다. /제주도민일보 안서연 기자
 

▲ 여름날의 제주땅이야기 모습.

▲ 제주땅이야기 내부.

▲ 제주땅이야기 내부에는 제주에 대한 정보들이 곳곳에 붙어있다.

▲ 제주땅이야기를 통해 집을 구한 고객들이 카페에 남긴 방명록.

▲ 카페를 찾은 고객들이 제주땅이야기의 취지를 듣고 응원의 글을 남겼다

▲ 신제주 로터리 방면 KBS정류장에 하차한 뒤 맞은 편 우리마트 좌측으로 끼고 직진 50m를 걸어가면 '제주땅이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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