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오픈지구력승마대회 참가자·동호회 인터뷰

▲ 2013 제주오픈지구력승마대회에 참가한 강다연씨.

찬 바람이 부는 가을의 끝자락에서 말과 사람이 한 몸이 되어 달린다.

낙엽이 수북히 쌓인 제주 유수암 승마공원, 국내 최초로 국제대회 규모로 열린 '2013 제주오픈지구력승마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의 얼굴이 단풍처럼 붉게 상기됐다.

경기에 출전하기 위해 몸을 풀고 있는 이들 중 환하게 웃으며 말과 호흡을 맞추고 있는 여자 참가자 한 명이 눈에 띈다.

이번 대회 40km 종목에 출전한 강다연씨(48·여)는 서귀포시승마연합회의 '얼굴마담'이다.

남편은 기수, 아들은 승마 코치라고 밝힌 강씨는 자신의 가족을 '말가족'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승마는 대게들 남자들이 많이 하지만 여자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스포츠"라며 "키가 작은 여자라도 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이번 대회에 출전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참가규율에 따라 체중을 맞추기 위해 몸에 모래주머니를 달았다"면서 "같은 조건으로 뛰면서 무사히 완주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말과 함께 멋들어지게 포즈를 취해보이고는 경기에 집중해야 한다며 돌아서는 그의 뒷모습은 어느 남자 참가자 못지 않게 단단해보였다.

▲ 웰빙승마클럽 김영탁 부회장. 사진은 몽골에서 찍은 모습.

승마공원 한켠에는 참가 동호회와 협회의 부스도 마련돼 있었다.

웰빙승마클럽을 꾸리고 있는 김영탁 부회장은 "지구력승마대회가 해가 지날수록 국제대회의 모양을 갖추고 있다"면서 "말레이시아, 몽골 등 해외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마련됐다"며 기뻐했다.

김 부회장에 따르면 예전에는 '80km를 누가 더 빨리 달리느냐'에 초점을 둬서 기록에만 치중하느라 경기 중 죽는 말들이 생겼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국제 룰에 따라 14km를 돌고 오면 반드시 말들의 건강을 체크한다.

제 아무리 빨리 14km를 달리고 온다 해도 맥박수가 일정 기준을 초과할 경우 맥박을 떨어뜨릴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맥박이 100이 넘어갈 경우 말의 건강상에 무리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건강체크를 통과한다고 해도 반드시 50분은 쉬어야만 한다. 다시 14km를 달려야 하는 말에게 충분한 휴식 시간을 줘서 최대한 부담을 덜 주기 위해서다.

김 부회장은 "승마는 말과 사람의 호흡이 교감하는 스포츠 경기"라면서 "대회에 우승하기 위해서는 '전력질주'보단 '교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말들이 아무리 눈이 온 초원이나 평야가 펼쳐지면 말하지 않아도 먼저 뛰고 싶어하는 녀석들이라지만 녀석이 20km를 뛰고 싶은데 80km를 뛰게 하면 얼마나 힘들겠느냐"며 "말 못하는 동물이지만 말을 죽이면서까지 경기를 하는 건 옳지 않다"고 덧붙였다.

말을 배려하고 인간과 말 사이의 교류를 최우선시 하는 국제대회 규정을 줄곧 칭찬하던 김 부회장은 "이번 대회에서 '우승'보다는 '완주'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다"면서 "앞으로 제주도가 '세계적인 말의 고장'으로 거듭나 좋은 경기가 많이 열렸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찬 바람이 불었지만, 한 몸이 되어 달리는 말과 사람의 호흡으로 인해 따듯함이 느껴지는 '제주오픈지구력승마대회'가 막바지에 이르고 있었다. /제주도민일보 안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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