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오픈지구력승마대회 참가자·동호회 인터뷰
찬 바람이 부는 가을의 끝자락에서 말과 사람이 한 몸이 되어 달린다.
낙엽이 수북히 쌓인 제주 유수암 승마공원, 국내 최초로 국제대회 규모로 열린 '2013 제주오픈지구력승마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의 얼굴이 단풍처럼 붉게 상기됐다.
경기에 출전하기 위해 몸을 풀고 있는 이들 중 환하게 웃으며 말과 호흡을 맞추고 있는 여자 참가자 한 명이 눈에 띈다.
이번 대회 40km 종목에 출전한 강다연씨(48·여)는 서귀포시승마연합회의 '얼굴마담'이다.
남편은 기수, 아들은 승마 코치라고 밝힌 강씨는 자신의 가족을 '말가족'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승마는 대게들 남자들이 많이 하지만 여자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스포츠"라며 "키가 작은 여자라도 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이번 대회에 출전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참가규율에 따라 체중을 맞추기 위해 몸에 모래주머니를 달았다"면서 "같은 조건으로 뛰면서 무사히 완주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말과 함께 멋들어지게 포즈를 취해보이고는 경기에 집중해야 한다며 돌아서는 그의 뒷모습은 어느 남자 참가자 못지 않게 단단해보였다.
승마공원 한켠에는 참가 동호회와 협회의 부스도 마련돼 있었다.
웰빙승마클럽을 꾸리고 있는 김영탁 부회장은 "지구력승마대회가 해가 지날수록 국제대회의 모양을 갖추고 있다"면서 "말레이시아, 몽골 등 해외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마련됐다"며 기뻐했다.
김 부회장에 따르면 예전에는 '80km를 누가 더 빨리 달리느냐'에 초점을 둬서 기록에만 치중하느라 경기 중 죽는 말들이 생겼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국제 룰에 따라 14km를 돌고 오면 반드시 말들의 건강을 체크한다.
제 아무리 빨리 14km를 달리고 온다 해도 맥박수가 일정 기준을 초과할 경우 맥박을 떨어뜨릴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맥박이 100이 넘어갈 경우 말의 건강상에 무리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건강체크를 통과한다고 해도 반드시 50분은 쉬어야만 한다. 다시 14km를 달려야 하는 말에게 충분한 휴식 시간을 줘서 최대한 부담을 덜 주기 위해서다.
김 부회장은 "승마는 말과 사람의 호흡이 교감하는 스포츠 경기"라면서 "대회에 우승하기 위해서는 '전력질주'보단 '교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말들이 아무리 눈이 온 초원이나 평야가 펼쳐지면 말하지 않아도 먼저 뛰고 싶어하는 녀석들이라지만 녀석이 20km를 뛰고 싶은데 80km를 뛰게 하면 얼마나 힘들겠느냐"며 "말 못하는 동물이지만 말을 죽이면서까지 경기를 하는 건 옳지 않다"고 덧붙였다.
말을 배려하고 인간과 말 사이의 교류를 최우선시 하는 국제대회 규정을 줄곧 칭찬하던 김 부회장은 "이번 대회에서 '우승'보다는 '완주'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다"면서 "앞으로 제주도가 '세계적인 말의 고장'으로 거듭나 좋은 경기가 많이 열렸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찬 바람이 불었지만, 한 몸이 되어 달리는 말과 사람의 호흡으로 인해 따듯함이 느껴지는 '제주오픈지구력승마대회'가 막바지에 이르고 있었다. /제주도민일보 안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