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으로 변신한 김희정씨

▲ 김희정씨
경영 배우러 화장품판매원 ‘변신’
발품 팔아 동네방네 거래처 뚫고
사람 만나는 일이 즐겁고 재밌어

김희정씨(38)의 일터는 자꾸 바뀐다. 어쩔때는 서울, 어떤 때는 제주도에서 그녀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사업장 2곳을 운영하는 나름 성공한 사업가 김씨. 그는 제주에서 거래처가 생산한 타올·볼펜·시계·컵 등의 판촉물을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유통점과 서울에서는 이를 홍보하고 판매주문을 받는 쇼핑몰 사장님이다. 

6년간 직접 발품을 팔아 대전·대구·동대문 등 전국 각지의 거래처를 뚫었다.

김씨가 유통업에 발을 들여 놓은 이유엔 남 다른 사정이 있었다.

“2001년 남편이 유통사업을 시작했지만 잘 안됐어요. 1년 후 1억원의 빚더미에 앉았죠. 이대로는 안되겠더라고요. 남편 옆에서 지켜만 보다가 제가 직접 뛰어들었죠” 당시 김씨는 유통업에 대해서 문외환이었다. 그래서 공부했다. 그런데 방법이 참 특이하다. 학원을 다닌 것도 경영과 관련한 대학 강의를 들으러 다닌 것도 아니다. 화장품 판매원 일을 시작했다.

“사업을 하려면 경영마인드가 중요하잖아요. 그래서 생각한 것이 화장품 판매원이에요.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직업이기도 하고 화장품 회사에서 실시하는 교육이 실제 경영마인드 함양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죠”

김씨의 부지런함은 통했다. 매출은 1년새 5배로 껑충 뛰었고 사업도 어느 정도 안정됐다.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는다. 하루에도 12시간을 부지런히 돌아다닌다. 인터뷰 와중에도 수차례 휴대폰 벨이 울린다. “글쎄요. 사업 때문에 사람 만나는 것을 일이라고 해야하나요(웃음)”

그래서일까. 김씨는 사람 만나는 일이 즐겁다. 유통업을 하게 되면서 거래처사람 등 전국 각지의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것이 재밌고, 즐겁다. 일로 바쁜 그녀지만 집으로 돌아가면 영낙 없는 가정주부다. 세아이의 엄마, 한 남편의 아내.

“아이들에게 제 직업에 대해 이해를 시켜요. 엄마는 이런 저런 일을 하니까 너희 스스로 공부해야 한다. 그러면 아이들이 잘 따라줘요. 그게 참 고맙고···”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집안 노동’을 벗어난 여성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경직된 사회 혹은 자신의 탓일수도 있다.

김씨가 말했다. “내가 하고 싶은일, 준비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면 하려고 해야죠. 결국 그게 중요해요” 

 

▲ 양세현 씨
해양특공대에 반해 시험 응시
4수 끝 합격 지난 2월 제주행
365일 바쁘지만 행복한 하루

여름이면 누구보다 바쁜 직업이 있다.

남들은 휴가를 맞아 해수욕장으로 놀러갈 때 그들의 안전을 위해 일하고 있는 해양구조대다.

제주시 이호해수욕장에서 근무 중인 양세현(건입동, 36세) 순경의 일이기도 하다. 전국의 모든 해수욕장에는 7~8월에 함정, 해경서, 파출소 등에서 인력이 파견돼 구조 업무를 맡게 된다. 제주해양경찰서 소속인 양씨도 지난 6월 말에 이호 해수욕장에 파견됐다.

육군 특전사로 8년간의 군 생활을 마치고 사회로 나온 양씨는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찾지 못해 아쉬움을 느꼈다. 그러다 우연히 해양특공대의 활약상을 담은 영상물을 보게 된다. 그들의 활약상은 바로 양씨가 찾던 일이었다.

특히 잠수에 자신이 있었던 그는 곧바로 해양경찰 특공대 잠수직렬 시험에 응시했다. 4수 끝에 합격한 양씨는 “조금 늦긴 했지만 풋풋한 20대들과 경쟁해 당당히 합격한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남해청 부산특공대에 소속돼 근무하던 양씨는 지난 2월 제주로 발령받았다. 부산에서 태어난 그는 바다가 익숙했지만 섬이라는 환경은 낯설었다. 잘 적응할 수 있을지 두려운 마음도 들었다.

“육지와 섬은 엄연히 다르잖아요. 교통에 제약이 있을 수 밖에 없고. 그런데 막상 와보니 공기도 좋고 깨끗한 자연 환경이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이제는 근무지를 선택할 수 있게 되면 제주로 지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죠.”(웃음)

남들의 휴가 안전을 책임지는 해양구조대에게는 정작 여름 휴가가 없다. 대신 일주일 중 평일 하루를 쉬지만 하루 10시간 이상의 근무로 잠자기 바쁘다고. 양씨는 이달 말 파견 근무가 끝나는 대로 제주의 경치를 본격적으로 즐길 계획이다.

“요즘 제주 올레가 유명하잖아요. 가까운 올레 코스를 다녀온 적이 한번 있는데 듣던 대로였죠. 수려한 경치를 바라보면서 걷다보니 마음의 여유를 찾게 되더라고요. 무엇보다 생각할 시간을 갖게하는 점이 좋았어요. 시간이 나는 대로 제주의 모든 올레 코스를 돌아볼 생각이에요.”

제주 생활이 채 반년도 안된 양씨. 그는 이미 제주를 새로운 고향으로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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