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신중’… “줄기세포 시술 우려 잠재우고 시민단체 설득해야”

▲ 싼얼병원 조감도.

국내 첫 투자개방형 외국병원으로 제주도에 들어설 예정이었던 ‘싼얼병원’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승인이 올해 안으로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제주 서귀포시에 설립하기로 했던 영리병원인 ‘싼얼병원’은 중국 의료법인 CSC(China Stem Cell Health Group)가 500억원을 투자해 지상 4층, 지하 2층 규모(48개 병상)로 개원할 예정이었다.

CSC는 중국인 부유층을 대상으로 성형수술·피부미용·건강검진 등의 의료서비스를 공급하겠다는 목적으로 지난 2월 제주도에 설립신청서를 제출했고 도는 보건복지부에 승인을 요청했다.

이후 복지부가 지난 8월 16일 배포한 주간보도계획을 통해 사업계획서를 승인하겠다는 입장을 내보이면서 싼얼병원 설립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같은달 22일 복지부가 ‘중국 싼얼병원 사업계획에 대해 의료정책 방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돼 충분한 검토를 위해 승인을 잠정 보류하겠다’고 입장을 바꾸면서 싼얼병원 설립에 제동이 걸렸다.

이같은 복지부의 판단은 지난 7월 싼얼병원이 한라병원과 맺은 진료협약 양해각서가 파기됨에 따라 사고가 빈번한 미용 성형 응급상황에 대한 안전장치가 미흡한데다, 국내에서 허용되지 않은 줄기세포 시술을 시행할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는 공공의료체계 붕괴 우려 등을 이유로 한 보건의료·시민사회단체들의 영리병원 도입에 대한 강력한 반발이 이번 유보 결정에 아무런 영향도 없다고 밝혔지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8월 27일 제주참여환경연대는 논평을 통해 “기존의 영리병원들은 고품질·높은 가격을 내세웠지만 중국발 영리병원은 가능한 저품질 박리다매 현상을 보일 수 있다”면서 “이 저가 정책은 제주도내 성형·미용시장의 판도를 바꿔놓을 위험성도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어 “영리병원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그로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충분히 살펴야 한다”고 주장하며 “확실한 법적 장치없이 기업 측의 말만 믿고 영리병원 설립을 허용한 제주도는 투자유치에 눈이 멀어 버린 것 같다”고 질책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제주도내·외에서 영리병원 도입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복지부는 전문가 자문회의, 의견수렴 등을 거쳐 싼얼병원의 불법 줄기세포 시술 등의 우려를 없앨 수 있는 실효적인 보완책이 마련됐다고 확인될 때까지 승인을 보류하겠다는 입장이다.

제주도 ‘투자금 놓고 손 놓고 있는 상황’… 응급의료체계 업무협약 진행중

이에따라 외국 영리병원 도입을 위해 복지부에 싼얼병원 사업계획 승인을 요청했던 제주도가 궁색한 처지에 몰리게 됐다.

제주도는 CSC가 싼얼병원 설립 계획을 제출하자 곧바로 투자협력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 복지부의 승인이 떨어지자마자 사업에 박차를 가하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복지부의 승인이 보류되면서 손을 놓고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도 보건위생과 관계자는 ‘당황스럽다’는 입장을 보였다.

도 보건위생과 관계자는 “지난 2월 계획서를 제출했는데 10월이 되도록 ‘감감무소식’”이라면서 “이미 줄기세포 시술을 포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왜 문제로 삼고있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어 응급의료체계 미흡에 대한 우려와 관련해서는 “S중앙병원과 서귀포의료원에 요청해 조만간 업무협약을 체결할 계획”이라면서 “싼얼병원 설립 부지 5분 거리에 있는 서귀포의료원에 다급한 응급환자를 후송하고 아닐 경우에는 S중앙병원으로 후송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또 시민사회단체 등이 요구하는 감시체계 구축에 대해서는 “합법적으로 운영되는지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국내 이용 환자들을 역추적해서 부당한 이익을 취하고 있진 않은지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 ‘줄기세포 시술 잠재적 가능성 우려’… 중국 현지 운영실태 조사중

그러나 복지부는 좀 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관계자는 “줄기세포 시술을 하지 않겠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병원에서 할지 안 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라면서 “사후에 현장에서 이뤄지면 막을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복지부는 “중국에 식약관을 파견해 CSC가 어떻게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중국 현지사정에 밝은 전문가 자문을 통해 충분히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내 병원들은 건강보험이 적용되므로 진료 내용을 확인할 수 있지만, 영리병원은 일일이 확인하지 않는 이상 알 수 없으므로 이에 대한 도 차원의 감시체계가 구축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응급의료체계 구축에 대해서는 “서귀포 지역 특성상 병원 접근이 어려우므로 확실하게 연계해 놓지 않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며 서귀포의료원, S중앙병원과 업무협약을 맺는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도가 나서서 영리병원에 대한 반발이 강한 시민단체 등을 충분히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하겠다”면서 “의료체계를 활성화하고 지역경제를 살아나게 한다는 좋은 취지로 시작했다고 한들 사회적 논란을 잠재우지 못한다면 사업이 제대로 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같은 문제들이 해결된다고 하더라도 싼얼병원 사업계획 승인은 올해를 넘겨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사업계획서 승인은 복지부 장관의 결재를 받아야 하는데 현재 진영 장관의 사표가 수리됨에 따라 최대한 빨리 자리가 채워진다고 하더라도 올해 안에는 어렵지 않겠냐는 것이 복지부 관계자의 말이다. /제주도민일보 안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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