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신해 제주테크노파크 총무부장.
매년 조선일보에서 선정하는 대한민국 100대 브랜드 앞줄에 삼성전자, 현대자동차와 어깨를 견주고 있는 거의 유일한 제주 토종 지역브랜드가 있다.

대충 짐작이 가는 바이지만, 다름아닌 제주의 보석인 삼다수는 이제 국내 생수시장 점유율에 있어 경쟁자없는 1등을 굳건히 지켜내고 있다.

“사람은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로 보낸다”라는 말은 21세기를 시작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거꾸로 생각할 볼 여지가 있다.

즉 “사람은 서울에서 키우고 말은 제주에서 키운다”그리고 더 나아가, “키워진 사람은 제주로 보내고 키워진 말은 서울로 보낸다”가 이 시대를 보여주는 만화경일 듯 싶다.

실제로 2010년도 이후 제주지역은 전국 지역시대의 밝은 미래를 이끌 듯 매년 수천명의 사람들이 일을 찾아, 휴식을 찾아, 그리고 힐링을 위해 새로운 터전을 일구고 있다.

또, 제주의 풀밭에서 윤기롭게 자라난 토종말들은 새로운 지역산업의 수단으로 뜨고 있다. 바야흐로 “제주의 시대”가 밝아오고 있는 것이 아닐까.

“돌, 바람, 여자”, 삼다(三多)의 주역들이다. 관광을 위한 랜드마크로서 일익을 맡기도 했지만  한때 제주도가 먹고살기 어려운 척박한 땅이었음을 뜻하기도 했을 것이다. 

지금은 어떠한가.

제주의 돌, 화산석-용암은 소중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자원으로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화산석 송이의 무한한 잠재가치, 용암의 물 용암해수, 저 육지에 널려있는 무한한 퇴적암, 화강암에 비해 수십 배의 부가가치가 있는 미래의 천혜자원이다.

오죽하면 과수원 돌담 돌을 훔쳐 몰래 육지로 가져가겠는가 ! 

제주에 와서 정착한 후 처음으로 가장 놀라고 무서웠던 것은 태풍시불고 지나가는 바람이었다.

어느 해인가 태풍이 지나가는 어귀에 불어닥친 11층 아파트 거실, 통유리가 활처럼 휘어지는 것을 본 경험은,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그런데, “그 바람”이 이제 다시 귀한대접을 받기 시작했다. 행원, 가시리, 또 제주 앞바다에 해바라기처럼 솟아있는 바람개비들은 올해 그 무더운 여름 제주 도민이 하루하루를 비지땀으로 흘리며 버텨야 했던 정전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는 새로운 대안 중 하나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여자, 여자, 여자”, 제주의 “여자”는 그냥 아픔을 달래주는, 사랑을 주고받는 여자만이 아니다. 특별하다. 아니, 대단히 특별하다.

자고로 귀한 대접을 받아오신 제주 남정네들께는 대단히 죄송한 말씀이지만 제주의 여자는 세계적인 존재이다.

바다에서 논밭에서 파도와 바람과 뙤약볕과 싸우며 이 바다와 땅을 일구어 온 제주의 여자는 그 바다와 땅의 주인이다.

하지만 21세기에 그 여자들이 바다와 땅만을 일구고 있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아직도 남아선호가 유달리 강한 이 땅에서, 제주 여성은 비교적 우수한 성적을 유지하면서도  뭍 유학의 혜택을 또래의 남학생보다 덜 누려 온 것도 사실인 듯 싶다.

그 말은 거꾸로 젊은 세대의 유망한 여성자원이 지역적 특성으로 말미암아 다른 지방에 비해 많이 남아 이 땅을 지키고 있음이다.

KTX와 같은 교통수단이 절대로 제주에 도착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여성들이 동화책에 나오는 선녀처럼 떠나버리고 말지도....

매년 수많은 여성자원이 고등교육을 받고 취업률을 높여가고 있다.

이미 시험만으로 당락이 결정되는 고시, 공무원시험, 사기업체에서 여성의 경쟁력은 남성을 추월하고 있다.

오죽하면 군가산점 1, 2점에 그렇게 목을 매겠는가. 제주는 어떠한가. 교사, 공무원을 제외하면 여성의 사회진출은 그다지 두드러져 보이지 않는다.

더욱이 교사, 공무원의 경우도 일정직급 이상의 관리직에서는 눈을 크게 떠 봐도 여성은 잘 보이지 않는다.

지난 10여년 넘게 제주에 살면서 두 세명의 여성 국장을 제외한 고위관료를 본 기억이 거의 없다.

이제는 여성시대의 주인공들이 점차 그 비율을 높여갈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이 섬나라의 파워그룹은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이 아닌“괸당”이다.

학교괸당, 동네괸당, 그리고 연합괸당, 당연히 괸당의 당수나 사무총장은 남성이다.

제주의 여성에게도 입당을 허하고 앞줄에도 세워주길 바란다.

제주 여성들이여! 괸당을 접수하라. 그리고 괸당을 없애주길 바란다.

그것만이 제주를 살리고 삼다를 크게 키우고, 제주가 마지막으로 기회와 융성의 땅이 될 수 있는 지름길임을 의심하지 않는다. <제주테크노파크 총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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