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지사 선거국면 조기 전환…갈등·분열 피해 도민 몫

[초점] 행정체제 개편 ‘치킨게임’

[제주도민일보 오석준 기자] 제주도 행정체제 개편이 행정시장 직선제를 강행하려는 우근민 도정과 여·야정당 및 시민사회단체 등 반대측간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여기에 신구범·김태환 전 지사를 중심으로 한 ‘반 우근민 연대’ 결성 움직임까지 보이면서 일찌감치 내년 6월 치러질 도지사 선거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

양측이 한치의 양보도 없이 정면대결 양상으로 치달을 경우 내년 도지사 선거 조기 과열은 물론 도민사회 갈등과 분열이 심화될 수밖에 없고,그 피해는 온전히 도민들이 몫이라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수 없는 대목이다.

▲ 13일 열린 행정체제 관련 간담회.

우근민,행정시장 직선제 ‘마이웨이’

우 도정은 제주도행정체제 개편위원회가 내놓은 행정시장 직선제에 대한 제주도의회의 정책협의회 거부와 여·야정당,시민사회단체들의 반대속에도 12일부터 도민보고회를 강행하고 있다.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는 가운데 공무원 동원 논란과 도민들의 저조한 참여로 도민보고회가 요식행위로 전락했다는 비판에도 일정을 강행하고,농촌지역 야간보고회와 온라인 의견수렴 등 모양새를 갖추는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 13일 도의회 전체의원 간담회에선 방기성 행정부지사는 행정체제 개편 여부 자체를 도의회의 뜻에 따르겠다고 한 반면 우 지사의 핵심측근인 오홍식 기획관리실장은 도의회와 협의를 통해 여론조사와 주민투표 가운데 행정체제 개편 최종 결정방법을 결정하겠다고 밝혀 내부 혼선을 노출하기도 했다.

우 도정이 정치권,특히 여당인 새누리당과 제1야당이자 도의회 여당인 민주당이 반대하고 나서면서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 개정을 통한 행정시장 직선제 도입이 사실상 물건너간 상황에서 강행 모드를 이어가고 있는 것은 내년 지방선거와 연결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내년 도지사 선거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우 지사로선 ‘이번이 마지막 봉사’라는 지난 2010년 지방선거때 약속을 깨고 나올 명분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강정해군기지 문제 해결과 노면전차(트램),자연사박물관 등 핵심공약들이 무산된데다,300억원이 넘는 혈세와 도민들의 투표성금을 쏟아부은 7대경관은 영리회사의 돈벌이 캠페인에 놀아난 것으로 판명나고,수출 1조원 시대도 말잔치에 그치는 등 내세울 치적이 없는 것이 우 도정 3년의 현주소다.

이런 상황에서 행정체제 개편 공약까지 포기하고 무소속으로 내년 도지사 선거에 나설 경우 당선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다는 점이 행정시장 직선제를 밀어붙여야 하는 의도로 읽힌다.

만일 행정시장 직선제를 도입할수 있다면 더할나위없이 좋고,안되더라도 공약 이행을 위해 최대한 노력했다는 모양새를 갖출수 있기 때문에 ‘밑지는 장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더불어 행정시장 직선제를 매개로 지지세력을 결집시켜 내년 선거를 정면돌파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 12일 열린 행정체제 개편 도민설명회.

반대측 ‘따로 또 같이’ …도의회 ‘시간벌기’

우 지사의 정책협의회 제안을 거부한 도의회와 여·야 정치권,시민사회단체 등의 입장은 ‘행정시장 직선제는 아니’라는데 모아지면서도 입장에 따라 차이를 보이고 있다.

도의회는 지난 13일 열린 전체의원 간담회에서 행정체제 개편에 대한 입장을 정리할 예정이었으나,소속 정당의 입장과 개인적 이해관계 등이 맞물린 미묘한 문제이기 때문에 도민보고회가 끝나고 교섭단체별 의견 정리를 거쳐 최종 입장을 결정하기로 시간을 벌어둔 상태다.

새누리당과 민주당 제주도당은 행정체제 개편을 차기 도정으로 넘기라고 주문하고 있다.

새누리당 제주도당은 13일 논평을 통해 “행정시장 직선제는 진정한 기초자치단체 부활과 거리가 멀다”고 전제,“내년 지방선거가 10개월여 남은 시점에서 행정시장 직선제 실시 여부를 도민의견을 물어 결정한다면 도민사회의 또다른 갈등과 분열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며 차기 도정 과제로 넘길 것을 요구했다.

도민보고회라는 형식을 빌린 여론몰이가 내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고도의 선거전략이 아니냐는 의혹과 함께 제주해군기지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도민사회 갈등과 분열을 심화시킬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에앞서 제주도의회 여당인 민주당도 "행정시장 직선제 추진은 도민의 뜻과 무관하게 밀어붙이기로 관철하겠다는 것"이라며 "제주의 백년대계가 걸린 중대 사안인 행정체제 개편은 도민총의에 충실하고 숙고가 필요한 사안이다.시간이 필요하다면,양해를 구하고 차기 도정 과제로 넘겨야 한다”고 주문한바 있다.

노동당·정의당·제주녹색당·통합진보당 제주도당 등 진보정당들과 제주주민자치연대를 비롯한 13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기초자치권부활도민운동본부 등 시민사회진영은 ‘기초자치단체 부활 공약은 지방자치법이 아닌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에 의한 것’이라며 행정시장 직선제를 밀어붙이는 우 지사를 비판하며 법인격을 가진 기초자치단체 부활을 요구하고 있다.

전직 서귀포시·남제주군 의회 의원들로 구성된 서귀포시의정회도 행정시장 직선제 도민보고회 중단과 명실상부한 기초자치단체 부활을 요구하며 반대 대열에 가세했다.

▲ 12일 열린 행정체제 개편 도민설명회장 앞 시위 모습.

입장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여·야정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우 지사의 내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정치적 의도를 경계하며 행정시장 직선제 반대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새누리당·민주당의 도움과 도의회의 협조 없이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 개정을 통한 행정시장 직선제 시행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 도정과 반대측이 정면으로 대치하는 형국은 마주보고 달려가는 기차와 다를바 없다. 이로 인한 파열음은 내년 도지사 선거와 그 이후까지 이어질 것이고,그 피해자는 제주도와 도민이다.

우 도정이 행정체제 개편을 차기 도정에 넘겨주고 멈춰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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