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시장직선제 설명만 한 시간…의견수렴은 '글쎄'

▲ 설명회가 끝나자 마자 무섭게 도민들이 빠져나가면서 행사장은 썰렁한 모습을 보였다.
[제주도민일보 김지환 기자] 제주도가 행정체제개편에 앞서 도민 의견수렴을 위한 주민설명회를 시작했지만 의견수렴 보다 행정시장직선제에 대한 필요성을 역설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이 할애 됐다.

우근민 도지사가 기자회견까지 자처하며 도민의견을 바탕으로 행정체제개편안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겠다고 공언한 것과는 정반대의 행보인 셈이다.

제주도는 12일 오후 2시 제주시청 대회의실에서 도민보고회를 열고 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 위원인 정세욱 명지대 명예교수의 설명회를 가졌다.

도는 행사에 앞서 모두 7페이지 분량의 행정시장직선제 등 행정체제개편 과정을 안내하는 팜플렛을 나눠줬다.

2시에 시작된 정 교수의 설명은 약 1시간 20여분에 걸쳐 진행과정 등 행정체제개편에 대한 주요내용이 안내됐다.

정 교수는 설명에 앞서 "그동안의 진행사항을 상세하게 설명해 주민 스스로 판단하도록 도와주기 위해 왔다"며 말문을 열었다.

정 교수는 "제주는 권한이 너무 도지사에 집중됐고 임명직인 행정시장은 권한이 미약해 문제점이 많았다"며 "25차례에 걸친 주민설명회와 토론 끝에 몇가지 대안을 도출했다"고 말했다.

▲ '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 위원인 정세욱 명지대 명예교수가 행정체제개편 설명을 마친 뒤 도민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어 그는 "이론적으로는 행정시장직선제와 의회구성안이 합리적인 대안이었지만 특례법을 만든 상황에서 두가지 안을 모두 관철 시키기는 쉽지 않았다"며 "다른 시도에서 너도 나도 특례를 해달라고 덤비면 중앙정부도 난감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문제 해결을 위한 절충선이 바로 행정시장직선제와 의회 미구성안"이라며 "앞으로 162개의 사무가 행정시로 넘어가 권한이 강화되면 민원업무도 한결 수월해질 수 있게 된다"고 자신했다.

특히 "중앙정부에서 주목하고 있고 성공하면 타 지역의 모델이 될 수 있다"며 "재산세, 자동차세 보유분, 지방소득제, 주민세 등을 배분받는 권한을 확보하고 부족분에 대해선 가칭 제주형 재정조정교부금을 통해 충당할 수 있다"면서 행정시장직선제 및 의회 미구성안에 대해 역설했다.

긴 시간을 할애하며 설명이 계속되자 일부 주민들은 눈을 감고 조는 것은 물론 일찌감치 자리를 떠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정 교수의 설명이 끝나기 무섭게 상당수 주민들은 일제히 자리를 빠져나가 행사진행 측에서 이를 만류하는 헤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설명회 직후 이어진 3~4개의 질문도 형식적인 수준에서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주민들은 △부시장 인사권 시장 위임 △행정시장 독립권한 확보 유무 △제왕적 시장 견제위한 시의회 부활 등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답변에 나선 정교수는 "부시장 인사권은 인사교류차원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시장이 임명하기는 어렵다. 행정시장은 주민들이 뽑아준 시장이기 때문에 도지사 감독을 벗어나 자유로운 권한을 가질 수 있고 자연스럽게 도의회를 통해 감독·통제를 받는다"고 답했다.

시의회 부활에 대해선 도 특별자치 행정국 관계자가 답변에 나서 "공감은 하지만 도의회 소관사항"이라며 "특별위원회 별도 상임위를 두면 이런 문제는 충분히 해소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약 10여분에 걸친 질문이 끝나자 도 관계자는 설명회에 앞서 나눠준 도민 의견서를 통해 의견을 달라고 안내했지만 이미 주민 대부분이 빠져나간 뒤였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한 주민은 “도민설명회라고 해서 왔는데 너무 긴 시간 동안 배경만 설명이 돼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았다”며 “사전에 다양한 질문도 받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한편, 도는 이날 설명회를 시작으로 13~19일 7차례에 걸쳐 주민설명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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