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페스티벌 총괄기획자 인터뷰

 

▲ 스테핑스톤 페스티벌 총괄기획자 김명수 씨. 이은혜 기자.

[제주도민일보 이은혜 기자] “스테핑스톤은 앞으로도 무료 페스티벌입니다”
 
지난 13일 열 번째 스테핑스톤 페스티벌을 성황리에 끝낸 김명수 총괄기획자의 말이다.
 
에코(Eco)와 음악이 혼합된 이 페스티벌은 매년 걸출한 밴드가 무대에 서는 등 해가 갈수록 화제가 되더니 올 여름, 열돌을 넘겼다.
 
주옥같은 라인업에 각종 이벤트까지. 제주의 여름을 빛내는 이 페스티벌의 총괄기획자와 인터뷰로 그간의 에피소드와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 먼저 성공적이었던 10번째 페스티벌 축하드린다. 
 
고맙다. 솔직히 좀 지쳤다.(웃음)
 
 
- 주최측 추산 관객은 얼마나 왔나.
 
준비한 머리띠와 주량등을 추산했을 때 대략 3000여명이다.
 
 
- 페스티벌 무대 분위기가 자유롭다. 뮤지션과 어울려 춤을 춘다거나하는 광경이 재미있었다.
 
무대가 높은 건 장소적 이유 뿐이다. 공연은 에너지가 스피커를 통해서 가면 관객이 받고 뮤지션에게 돌려준다. 피드백이 오가야 에너지가 돈다. 참고로 올라가 춤춘 사람중에 구남(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나언씨도 있다.
 
 
- 어떤 계기로 제주서 인디 음악 페스티벌을 개최할 생각을 했나.
 
정말 단순한 이유다. 제주도가 재미없어서 했다. 제주도에 페스티벌이 없다고 불평할 게 아니고 내가 만들어보자 싶었다. 2004년도에 1회를 시청 앞에서 윙바디 트럭 빌려 게릴라성 공연으로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왔다.
 
 
- 원래 음악을 했나.
 
사실 예전엔 페스티벌에 참가도 했다. 3회까지 제주도밴드로 활동했고 컴필레이션앨범도 냈다. 쫄딱 망했지만.
 
 
- 스테핑스톤은 무료 페스티벌인데, 관계자들은 다 같이 일하나?
 
모두 다른 직업이 있다. 스테핑스톤은 번외게임이다. 우린 여름에만 반짝 나타난다. 현장스텝은 4~5명 고정적으로 같이하는 친구들 외에 매년 뽑는다. 이번에는 서울에서 내려온 스텝도 많았다. 몇 년전부터 서울에서 페이스북을 보고 신청해서 오는 친구들도 많다.
 
 
- 이번 10회 스테핑스톤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에피소드가 있나.
 
풍등 날리기. 페스티벌 콘솔부스 앞쪽은 미리 ‘즐길’ 준비를 하고 오신 분들인데, 뒤쪽은 우연히 바다에 놀러왔다가 공연을 보게 된 분들이다. 풍등 이벤트를 보고 좋아하신 분들도 많았지만 놀란 분도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이런 게 바로 저변확대 과정이겠지.
아 한 가지 더 있다. 스텝과 11시 반까지 쓰레기를 주웠다. 작년엔 방송이 나가면 협조를 잘해주셨는데 올해는 좀 힘들었다.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
 
 
- 그래도 개인적으로 풍등이벤트가 인상 깊었다. 라푼젤 한 장면도 오버랩되고.
 
내가 구상했다. 원래는 안전사고나 책임문제 때문에 풍등을 판매하려고 했다. 저녁에 바람이 많이 불어 변경됐다. 산으로 바람이 불면 화재 위험이 있어서 시간대도 변경했다.
 
 
- 올해부터 자율후원금을 받았다. 후원금은 어디에 쓰였나?
 
모인 후원금은 환경운동연합에 모두 기증했다. 밥 먹으라고 드리는 것 아니라고 분명히 말씀드렸다. 투명하게 쓰이길 바란다.
 
 
- 에코페스티벌이라는 모토와도 연관이 있어 보인다.
 
‘에코’란 거창한 게 아니다. 평소에 재활용 잘하고, 담배꽁초 잘 버리고 그런 것 들이 에코다. 선순환 구조가 성립되려면 돈보다는 의식이 중요하다고 본다. 모두가 조금씩 변하면 에코라이프 어렵지 않다.
 
 
- 라인업을 볼 때 무료라는게 믿기지 않는다. 올해부터 크라우드 펀딩(인터넷에 프로젝트를 공개해 불특정 다수에게 투자받는 방식)을 진행했는데 어땠나.
 
크라우드 펀딩은 실패했다. 우리가 잘 못해서 그렇다. 그래도 스테핑스톤 페스티벌은 계속 무료로 간다. 후원도 주시는 대로 다 받는 건 아니다. 적절한 금액을 정해서 지원받으려고 한다. 그게 우리 색깔도 지키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 그럼 가장 기억에 남았던 후원이 있나.
 
다음 前대표 이재웅님이 늘 관심을 가져주신다.  크라우드 펀딩 할 때도 조언 해주셨다. 멀리서도 한결같이 지켜봐주셔서 감사하다.
 
 
- 초청 뮤지션 개런티는 있나.
 
다 재능기부다. 2009년 산에형(강산에)께도 ‘문화의 역류를 보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듯 문화도 수도권에서 아래로 내려왔는데 그 틀을 깨고 싶었다. 고맙게도 선뜻 와주셨다.
 
 
- 열 번의 축제 중 가장 다사다난했던 때는 언제 였나.
 
해마다 그렇다. 올해는 낮에 너무 더워 다들 숨어계셨다. 8회 때는 공연 당일에 태풍 무이파가 왔다. 관객들이 천막을 잡아주셨다. 지나고나니 이것도 추억이다. 뮤지션들도 그때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고들 이야기 한다.
 
 
- 스테핑스톤은 제주에 어떤 역할을 한다고 보나.
 
제주는 가지고 있는 게 많다. 이 아름다운 환경에 방점만 찍으면 된다. 아직 우리 페스티벌이 방점을 찍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펌프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계속 이렇게 펌프질 하다보면 정말 제대로 된 게 나오겠지.
 
 
- 마지막으로, 이른 질문이지만 내년은 어디서 페스티벌이 열리나.
 
내년에도 함덕에서 열린다. 그간 제주안의 다양한 장소에서 열렸는데 이젠 정착을 생각하고 있다. 함덕을 음악이 컨셉인 장소로 만들어보고 싶다. 어디에나 있는 해수욕장이 아니라 색을 지닌 곳으로.
저작권자 © 제주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