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의 편지

소통(疏通)이 흔한 말이 된지도 꽤나 된 것 같습니다.이명박 정권 초기 쇠고기 촛불시위때 성난 민심에 놀라 둘려쳤던 ‘명박산성’에서부터 정권 내내 ‘불통의 그늘’이 짙고 길었던 까닭이겠지요.박근혜 정부가 들어섰지만,정부조직법과 인사 등을 둘러싼 파열음 등 ‘불통’의 흔적은 여전합니다.

제주해군기지 문제 등 전임 김태환 도정의 극심한 ‘불통’ 덕분에 ‘컴백’한 우근민 도정도 별반 다르진 않지요. 정체모를 뉴세븐원더스(N7W)재단 이사장 버나드 웨버가 만든 사기업 뉴오픈월드코퍼레이션(NOWC)이 벌인 돈벌이 캠페인에 300억원이 넘는 혈세를 탕진한 세계 7대 자연경관 ‘투표 전쟁’에서부터 ‘그린시티’ 논란,도내 판매용 삼다수 도외반출,육상풍력지구 지정을 둘러싼 온갖 의혹들이 그러합니다.

4·3 65주기를 맞아 곳곳에서 평화·인권을 향한 외침이 터져나오고 있지만,정부가 지정·선포한 세계평화의 섬 제주에 공권력을 동원해 무지막지하게 강행되는 강정 해군기지에서 4·3을 마주하고 있는 현실도 대한민국과 이땅 제주의 소통의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겠지요.더욱 기가막힐 노릇은 제기되는 문제들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일을 벌여놓고 문제가 뻔히 드러나도 그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 전문 관광휴양 개발사업 '힐링 인 라이프' 사업 조감도.

밀실·불통…브레이크 없는 일방통행

요즘 환경파괴 논란의 중심에 선 ‘힐링 인 라이프’ 조성사업에 대한 제주도의 행보는 밀실·불통행정의 대표적 사례로 손색이 없을듯 합니다.애초 2011년 도시계획위원회 사전입지검토 자문회의에서 ‘불가’ 판정이 내려진 사업을 이름과 시설 일부를 바꿔 다시 제출해 지난해 11월 ‘OK’를 받아내고 지난 2월 소리소문없이 열린 경관심의위에서 조건부 가결되는 일련의 과정은 누가 봐도 ‘뭔가 있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지요.

더욱이 세계자연유산·생물권보전지역의 핵심지역인 한라산국립공원 코 앞 관음사 등반안내소 맞은편에 자리잡은 이 사업부지는 제주도 도시계획조례상 공공 하수도 연결이나 개인오수처리시설이 불가능한 지역으로 대규모 개발행위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곳이라고 합니다. 때문에 제주도 수자원본부도 이 사업 환경영향평가서(초안) 검토의견을 통해 ‘개발 불가능’ 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하지요. 결과적으로 법적으로 되지도 않을 사업을 놓고 승인 절차를 추진하면서 행정력만 소진하고 도민사회에 논란과 의혹만 난무하게 만들고 있으니 도대체 무슨 꿍꿍이가 있는지 알지 못할 노릇입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육상풍력지구 지정 강행도 매한가지입니다. 문제의 근원인 사업자가 신청한 지역을 대상으로 한 지구지정 방식은 차치하고라도,도의회와 도민사회에서 제기된 온갖 문제와 특혜의혹속에도 6개 후보지 가운데 가시·김녕·상명·어음 4개지구 지정을 강행하고 2개 지구는 절차 보완을 거쳐 지정한다지요.

당초 85MW였던 6개 육상풍력지구 전력보급목표를 지난해 4월 경관심의 직후 갑자기 150MW로 늘려 공모 변경공고를 해 6개지구 모두를 지정하기 위한 ‘꼼수’라는 의혹을 자초한 것도 우근민 도정입니다. 어떤 지구는 토지사용권 조차 확보하지 못했고,어떤 지구는 경관관리계획상 오름 반경 1.2km 이격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는 문제 제기로 뒤늦게 현장조사를 한다고도 합니다.

이러다보니 지난해 발표한 탄소없는 섬 계획상 당초 200MW였던 육상풍력 총량은 350MW로 늘어났고,대정·한림을 시작으로 해상풍력으로 2000MW를 보급하겠다고 하니 머지않아 제주도 전역과 바다가 풍력발전기로 뒤덮일 판국입니다.도의회와 환경단체 등이 밝혔듯이 2030년까지 도내 에너지 100%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의 현실성도 의문이지요.

환경단체 등에서 요구하고 있는 풍력발전 이익 환수에 대해서는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과 부담금관리기본법을 개정해 풍력자원 이용부담금 부과근거를 명시하겠다지만 어느 세월에 가능할지 알수 없습니다.육상풍력지구 고시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이익공유화 계획 제출을 의무화 한다고 하지만 법적 근거가 없으니 ‘약발’이 제대로 먹혀들것으로 기대하는 것도 무리입니다.

 

책임 안지는 아마추어 행정…말잔치만 무성

맹목적으로 ‘올인’했던 세계7대자연경관 선정과 무기력증으로 일관하는 제주해군기지 등 우 도정의 ‘불통’은 아마추어 수준의 행정과 제주 최고의 자산인 환경을 곳곳에서 무너뜨리면서 세계환경수도를 부르짖는 개념없는 말잔치,도내 판매용 삼다수 도외반출 문제에 대한 무책임성,특혜의혹이 난무하는 육상풍력지구 지정 강행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찬반 여부를 놓고 도민사회에 논란을 불렀던 비양도케이블카사업만해도 뒤늦게야 제주특별법상 절대보전지역 상공을 통과하는 케이블카 선로 설치가 불가능하다는 판정이 나오면서 사업신청을 반려한바 있지요.투자유치를 명분으로 중산간 개발 마지노선 붕괴 위험이 제기된 중국 부동산 개발기업 백통신원 제주리조트사업을 밀어붙이고 되도않는 ‘힐링 인 라이프’ 개발사업 절차를 추진하는 아마추어 행정의 폐해는 고스란히 도민들의 몫으로 남습니다.

도내 1년 소비량에 맞먹는 3만5000여t의 도내 판매용 삼다수가 도외로 무단반출돼 도내 대리점과 판매업자들의 배를 불리는데 이용됐는데도 책임지는 사람 하나 없는 무책임도 ‘불통’의 증거입니다.이런 현실이 언제까지 용인돼야 하는지,그 ‘답’은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나오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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