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제주사회문제협의회>

지난 월요일 새벽에 19세의 시골출신 박양은 한강 동작대교에서 뛰어내렸다. 작년에 고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온 박양은 레스토랑에서 억척같이 일하면서 살아볼려고 몸부림친 젊은이였다. 80만원 월급으로 고시원에서 살았는데 몇 달치가 밀리면서 고민했다고 한다. 이불 하나 펴면 끝인 닭장 같은 방에 에서 처절하게 삶을 마감한 것이다.

1년반 전에도 대학 휴학생이 투신하여 한강의 밤섬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복학을 위해 온갖 잡일로 돈을 모아 나갔지만 비싼 등록금 마련은 커녕 점점 더 생활고에 시달리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었다.
 

젊은이를 힘들게 하는 사회


지난 6월 현재 공식 실업률은 3.5%, 청년실업률은 8.3%다. 하지만 체감실업률은 이를 훨씬 상회한다. 즉 현재 대학졸업생중 절반만이 정규직이 되고, 나머지 절반은 비정규직이나 취업 시험공부에 매달리고 있다. 정규직중에서도 대졸자중 5%만이 대기업에, 나머지는 중소기업에 취업하고 있다. 주변에 청년층 실업자, 취업준비자는 너무도 많다. 젊은이들에게 우리 사회의 모습은 ‘빛이 안보이는 사회’인 것이다.

이러한 대규모 청년 실업의 원인은 무엇이고, 그 대책은 과연 없는 것인가. 원인은 많겠지만 간단히 살펴보면, 첫째 우리 경제의 심각한 왜곡성에 그 이유가 있다.

선진국들은 내수부문이 45~6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는 수출의존도가 90%의 과도한 해외의존형으로 경제구조가 왜곡되어 있다는 점이다.

둘째는 공업부문만 집중 육성되고 있어서 농업부문이나 서비스업부문이 비활성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서비스업은 고용율이 다른 부문보다 상당히 높은 부문이라는 점에서 이 분야의 고전은 청년실업률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준다. 셋째는 무엇보다도 고용인구의 90%가 중소기업이나 자영업부문에서 창출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대기업 우선의 경제정책을 펴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시각이 변해야 


 그런데 우리 사회의 실업문제 해결책은 이러한 경제의 왜곡구조의 해결과정에서 그 답이 나타난다. 왜곡구조를 바르게 잡아나가면 일자리는 새로 창출될 수밖에 없고, 이 일은 정부가 해야 할 몫이다. 즉 실업문제의 해결책은 첫째 내수부문의 활성화에서 그 길을 찾을 수 있다. 사람들이 구매력을 갖게 된다면 생산품을 살 수 있고 기업 역시 더 많은 물건을 만들 수 있어서 고용이 증가하고 수입 역시 다시 증가하는 순환구조로 경제는 활성화된다.

따라서 정부는 1996년 김영삼 정부때 졸속 개방시킴으로써 국내 중소자영업자들을 몰락시키고 있는 대기업들의 유통판매업 진출을 규제하고 동네에 진출하는 SSM 마트를 금지시켜야만 한다. 대형 쇼핑몰 1개가 7개의 재래시장과 4000개의 영세가게에 타격을 준다는 보고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동네경제, 지역경제가 살아나고 국내경제의 바른 순환과 고용 증대가 이루어진다는 점을 중시해야만 할 것이다.   

그리고 일본의 실질적 고용률이 높은 이유가 장비, 부품, 소재산업에 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들이 많다는 점과 해외의 공장들도 다시 돌아오면서 기술유출을 막고 고용을 증가시키고 있다는 점 역시 유념해야 할 것이다.

즉 장비, 부품. 소재산업만 집중 육성해도 고용을 대폭적으로 증대시킬 수 있고, 제조업도 일관성을 갖추게 될 것이다. 고용을 증대시킬 방법은 이외에도 많다. 농수산업분야에서 부가가치를 높이는 일이나 의료, 관광을 포함한 서비스업 분야의 발전을 통해 고용을 늘릴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기업을 중시하는 정부의 근시안적인 정책 안목이 교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서민 고용의 대부분을 떠맡고 있는 중소기업, 자영업자들을 중시하겠다는 시각으로 사고를 전환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그러나 정부의 변화는 먼 일인 것 같아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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